“나는 사랑에 빠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런 것은 내 방식도 아니고 내 성격에도 안 맞아.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아”
에마는 나 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리 좋아하지 않을 여주인공이다._제인 오스틴
이 작품의 주인공 에마는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등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분별력을 갖춘 여주인공들과 달리,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타인의 마음과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철부지 아가씨이다. 다른 사람의 애정 문제에 멋대로 끼어들어 단정 짓는 그녀는 행동은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오스틴은 오해와 오만이 빚어낸 사건들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독선을 깨닫고 비로소 사랑을 찾아 나가는 에마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녀 특유의 유머와 해학으로 그려나감으로써 오만한 독신주의자 에마를 냉소적이지 않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내가 만난 작품 중 인물의 심리 묘사가 가장 뛰어난 소설_월터 스콧
『에마』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가운데 인간의 심리와 사고 과정을 가장 정교하게 다룬 작품이자 인물과 상황을 실제처럼 그려내는 작가의 재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역사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월터 스콧은 『에마』에서 볼 수 있는 오스틴의 지성과 인물묘사 솜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매우 섬세한 필치로 삶의 미묘한 이면을 포착하고 당대의 사회상을 생생히 담아내는 그녀의 작법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하나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펼쳐나가게 한다. 또한 그녀는 에마와 나이틀리, 해리엇, 로버트 마틴, 프랭크 처칠, 제인 페어팩스 등 미묘하게 얽힌 여섯 남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들도 자신의 관찰력과 통찰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사건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놀랄 만큼 쉽게 상황을 오독하는 중심인물들이 서로를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도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골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작품 속의 개별 단어와 장면, 인용, 혹은 행동을 해명하는 데 끌려 들어간다.”_작품해설 중에서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문체와 목소리를 보여주는데, 펭귄클래식 『에마』의 해설을 쓴 옥스퍼드대 피오나 스태퍼드 영문과 교수는 “에마의 화첩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일관된 서술 태도가 아니라 문체 속의 대조적 요소들에 의해 종종 빛을 발하는 상상력이 빚어내는 효과들로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
20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수많은 북클럽을 만들고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잇달아 변주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힘
제인 오스틴은 단 여섯 편의 소설로 영국 문학의 전통을 세운 작가로,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 작품만을 읽는 북클럽이 존재하는가 하면,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으로 제작되어 재탄생되었다. 『에마』 역시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와 BBC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오스틴의 작품이 현대에 들어와서도 이처럼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적확한 삶의 묘사,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대화, 낭만적이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보편적인 인간 군상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마의 결혼관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희극적 터치로 속도감 있게 그려나가면서 인간의 오만과 모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이 소설 역시 오스틴의 명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