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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물들다

  • 장인무
  • |
  • 지혜
  • |
  • 2019-11-11 출간
  • |
  • 136페이지
  • |
  • 132 X 225 X 15 mm /223g
  • |
  • ISBN 979115728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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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멀리서
거침없이 달려오는 하얀 그림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나요
내 눈빛 너무 뜨거웠나요
철교만 건너오면
손잡을 수 있었는데
그대로
강물에 뛰어드셨네요
여보세요!
황홀한 손짓 그만하세요
그 눈빛 너무 깊어
하마터면 몸을 던질 뻔했잖아요
― 「금강에 빠진」 전문

장인무 시인의 짧은 시 가운데 한 편이다. 형식은 짧고 문장은 단순한데 읽어보면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은 아리송하다. 그런 중에도 무언가는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시이다. 이것이 바로 시 읽기이다.

시의 내용을 시시콜콜 파헤칠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시의 문장에서 오는 감정만을 다소곳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는가 불안이나 슬픔이나 절망과 같은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은 우선 밝음의 정서다. 어디라 없이 깊이 빠져든 자의 유현(幽玄)이고 나아가 기쁨이고 광휘(光輝)이고 시인이 말한 대로 생명의 극치인 ‘황홀’ 그 자체이다. 이러한 정서는 쉽게 맛보는 정서가 아니다. 깊이 빠져든 자에게만이 허락되는 정서이다. 장인무 시인이 이것 알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기쁘면서도 슬픈 경지. 살고 싶으면서도 죽어버리고 싶은 그 어떤 구렁텅이. 그것은 사실 인간이 자연이고 자연이 인간인 그 어떤 사잇길에서나 겨우 만나는 정성의 세계다. 이심전심의 세계요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우아일체(宇我一體)의 된 세상이다. 시의 제목도 그럴듯하다. 많이 나갔다.

꼬리 맞춘
빨간 고추잠자리 한 쌍
자동차 와이퍼에 앉아
파르르 떨림
미세한 전율

그랬어
여민 가슴 마디마디 파동
킬리만자로의 눈빛
활화산의 불꽃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태풍이었어
― 「가을」 전문

또 한 편의 작은 작품의 예시다. 어느 사이 시인은 한시(漢詩)의 전경후정(前景後情)의 기법을 익히고 있다. 시의 기법이란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쓰다 보면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시인은 지금 자동차 안에 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밖 와이퍼에 앉은 ‘꼬리 맞춘’ 두 마리의 잠자리에 눈을 맞추고 있다. 그 두 가지의 ‘맞춤’이 ‘파르르 떨림’과 ‘미세한 전율’을 불러온다. 이런 표현과 곡절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이고 가상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다음은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시인의 소감 내지는 평가, 후정(後情)의 단계다. 그런데 그 부분에 와서도 비범한 면을 보인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 지극히 큰 것을 유추해내는 솜씨가 그것이다. 일단은 잠자리 두 마리의 꼬리 맞춤, 그 미세한 전율이다. 그것이 발전하여 ‘킬리만자로의 눈빛’이 되고 ‘활화산의 불꽃’ 이 되고 ‘태풍’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되 시인만이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운 상상이며 한 기쁨의 세상이다.

말갛게 웃던 푸른 하늘
감나무 이파리 나풀거리던
돌담 가 외할머니댁

얘야 오늘은
감나무 아래 가지 마라
치맛자락 감물 들라

첫 달거리
달무리 닮은 뽀얀 속살
붉게 붉게 번지던

감나무 아래 볼그레
타오르던 첫사랑
수줍어 눈망울 적시던

홍시 빛 추억
― 「물들다」 전문

시집 제목이 되어준 작품이다. 이 시에는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성인이 된 지금의 나와 우린 시절의 나이다. 몇 살쯤 되었을까 ‘첫 달거리/ 달무리 닮은 뽀얀 속살/ 붉게 붉게 번지던’ 나이라니까 열 두서너 살쯤 되었을까. 어쨌든 초경의 나이 어린 소년가 주인공이다.
그렇구나. 배경은 외할머니댁. ‘말갛게 웃던 푸른 하늘’ 이 펼쳐진 날.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야 오늘은/ 감나무 아래 가지 마라/ 치맛자락 감물 들라’. 이 음성이야말로 영원의 고향 안에서 들려오는 가장 평화롭고 자애롭고 아름다운 목소리다. 원점의 소리, 그것이다.
인간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겹고 타박거리는 발걸음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의 고향이 있고 그 고향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있기에 하루하루의 노역을 그런대로 감내해내고 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미세한 목소리는 결코 무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불꽃놀이

금강에 빠진 12
양파 13
울컥 14
물들다 15
불꽃놀이 16
하얀 17
고백 18
풋사과 19
그 사랑 20
물거품 21
탈의 22
고독 24
가을 25
달려갈까 했습니다 26
인생 27
돌꽃 28
속 29
하현달 30
저어새 31
그 여자의 집 32

2부 서리꽃

억새 34
길을 떠나다 35
나를 심다 36
묵고?옘 38
여우비 39
동녘별 40
석류 41
씨앗 42
붉은 곰팡이 43
삶 44
말씀 45
서리꽃 46
그림자 47
사구 48
눈 내리는 날 50
편견 51
모래시계 52
시간을 안고 53
과식 54
색소폰 55
이때다 56

3부 쌀밥 꽃 지던 날

쌀밥 꽃 지던 날 60
초로 62
늪 63
낙타의 눈물 64
그곳 65
꽃물 66
폭염 67
물안개 68
백태 69
목숨 70
월아천 71
새벽산행 72
휴식 74
흑장미 75
흰죽을 끊이며 76
다시, 시작 77
나는 장씨, 동생은 정씨 78
어머니의 집 80
대답 82
그 남자, 그 여자 84

4부 넉 줄 시 - 긴 울림

애모 88
입춘 89
수평선 90
연꽃 91
호수 92
이슬 93
홍매 94
곡주穀酒 95
서리꽃 96
단풍 97
초승달 98
동백 99
봄 뜰 100
꽃잎 101
별 102
우체통 103
매미 104
백자 105
영影 106
가을 107
등대 108
채운 109
수련 110
막차 111
낮달 112
능소화 113
얼굴 114
구절초 115
나선 116
고목 117

해설빙의된 목소리나태주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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