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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천천히 깊이 시를 읽고 싶은 당신에게

  • 이동훈
  • |
  • 서해문집
  • |
  • 2019-11-20 출간
  • |
  • 324페이지
  • |
  • 141 X 200 X 28 mm /402g
  • |
  • ISBN 97889748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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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보석처럼 숨어 있던 주옥같은 시 52편에서 길어올린
시詩와 당신의 이야기

이를테면 고흐를 너무도 사랑했던 시인들의 시 속에서 만난 〈감자 먹는 사람들〉 〈까마귀가 나는 밀밭〉 〈별이 빛나는 밤〉은 어떤 모습일까. 정진규 시인은 “식구들은 둘러앉아/ 삶은 감자를 말없이 먹었다”(「추억」)며 마치 고흐의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던 어린 시절의 저녁 식탁을 회상하는가 하면, 김선우 시인 역시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는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며 유년시절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토로한다.
그런가 하면 임채성 시인은 “노란 물감 풀린 들녘 이랑마다 눈부신데/ 그 많던 사이프러스 다 어디로 가 버렸나// 소리가 죽은 귀엔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 더께 진 무채색 삶은 덧칠로도 감출 수 없네”(「까마귀가 나는 밀밭」)라고 우울하게 읊었고, 허만하 시인은 “언어는 피 흘리며/ 보리밭처럼 끓지 않으면/ 안 된다// 격렬한 일몰에/ 나의 두 눈은/ 불타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호의 풍경」)고 외쳤다. 급기야 섬에 미친 시인 이생진은 고흐에도 미쳐 시집 한 권을 온전히 고흐의 이야기로 채웠고, 정희성 시인은 그런 우리들의 자화상을 이런 시 한 편으로 남겼다.
“어느 천재 시인이 일필휘지로/ 하루저녁에 휘갈겨 쓴 시집 한 권을/ 읽고 읽고 또 소리 내 읽는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석 달 열흘이 걸려서야 다 읽었다/ 이 귀신이 필경/ 내가 미치는 꼴을 보고 싶겠지/ 낯선 거울 앞에서 나도/ 귀를 잘라버리고 싶다”(「자화상」)

시가 들려주는 동화 이야기도 환상적이다. “늦도록 아무도 데리러 오는 이 없는 아이가 사금처럼 반짝이는 부름을 목 놓아 기다리지만 어둠이 길을 끊어놓는다 눈이 아이를 점점 지운다 믿지 마 그레텔, 뿌려놓은 부스러기 달 조각들은 오늘 뜨지 않는단다”(「매직아이」)라고 허영숙 시인이 〈헨젤과 그레텔〉의 그레텔을 안타까이 불러냈다면, 나희덕 시인은 분홍신을 신고 스텝을 밟으며 억압되었던 욕망을 해방시킨다. “누군가 나에게 계속 춤추라고 외쳤죠/ 두 다리를 잘린다 해도/ 음악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다니,/ 그것도 나에게 꼭 맞는 분홍신을 신고 말이에요/ 당신에게도 들리나요?/ 둑을 넘는 물소리, 핏속을 흐르는 노랫소리,/ 나는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강물이 둑을 넘어 흘러내리듯/ 내 속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려나와요 […] 이제 춤을 멈출 수가 없어요/ 내 발에 신겨진, 그러나 잠들어 있던/ 분홍신 때문에/ 그 잠이 너무도 길었기 때문에”(「분홍신을 신고」)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사연들은 또 어떤가. 일찍이 시인 백석은 국수에 대한, 국수를 위한, 쫄깃한 면발처럼 감기는 기막힌 시 한 편을 빚어낸 바 있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국수」) 반면 윤관영 시인처럼 “상심한 사람들은 국숫집에 간다 […] 울기를 국수처럼 운다 한 가닥 국수의 무게를 다 울어야 먹는 게 끝난다 […] 목이 젓가락처럼 긴 사람들, 국수를 좋아한다 국수 같은 사랑을 한다”(「국숫집에 가는 사람들」)라며, 불어터진 국수를 먹으며 긴 울음을 우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시의 감상과 비평의 경계에서, 우리 시의 종과 횡을 횡단하는 폭 넓으면서도 세심한 시 읽기를 시도한다. 또한 깊이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는 이 책의 또 하나의 커다란 미덕이다. “천천히, 깊이” 읽는 사람이 가까이 올 때, 시는 아껴두었던 향을 비로소 내뿜는다. 저자가 읽어냄으로써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국문학사의 빛나는 시편들의 향기에 흠뻑 빠져보자.


목차


1장. 1936년의 아름다운 시
거미 가족을 걱정하는 백석/ 가장으로서 눈물겨운 이상/ 뺨의 얼룩을 간직한 김기림/ 구름보다 높고자 했던 임화/ 별똥 찾아간 정지용

2장. 고흐, 그 시작과 끝
시간을 이겨낸 〈감자 먹는 사람들〉/ 미치고 싶으나 미칠 수 없는 세계/ 고흐에 미친 사람, 이생진.정희성

3장. 맛있는 국수 이야기
삶의 모서리에 치일 때 국숫집으로/ 아배 앞에는 왕 사발,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 목이 긴 그리움/ 한 푼어치 평화를 의심하다/ 숙맥끼리 나누는 퉁퉁 불은 국수/ 텅 빈 국숫집을 거드는 마음

4장. 시큰한 모량역 이야기
가랑비에 젖는 모량역/ 더 이상 떠나지 마라/ 모량리의 선후배 시인/ 간이역 시인, 박해수/ 왕벚꽃 꽃비 내리는 모량역

5장. 김남주 시인과 책방 이야기
김남주의 넓은 등을 그리워하는 박몽구/ 카프카와 하루키, 김남주와 이승하/ 책방을 운영한 시인들/ 김남주의 대책 없는 순결성/ 책 도둑과 삼수갑산

6장. 폐사지에서 숨은그림찾기
폐허의 비밀을 찾아서/ 입도 버리고 혀도 파묻고/ 길을 잃고 길을 찾는/ 붉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

7장. 꿈을 달아놓은 다락 이야기
잘 말린 무화과나무 열매와 상처/ 자전거 도둑과 진주 귀고리 소녀/ 꿈과 상상을 조물조물하는 다락/ 새끼 말향고래의 꿈/ 공중에 달아놓은 즐거움

8장. 동화를 사랑한 시인들
그림 형제의 삶과 길/ 그레텔, 젖은 눈으로 세상을 보다/ 잠자는 미녀의 가짜 평화/ 분홍신을 신고 마음껏 스텝을 밟는 자유/ 조금 나은 것들에 대한 희망/ 구름 안장 얹고 주저앉거나 떠나거나

9장. 밥과 책에 대하여
일용할 슬픔의 높이/ 먹고사는 일이 거리낌이 되어/ 기침 소리도 멎게 하는 책 읽기/ 책과 밥과 휴식

10장. 장엄한 낮술 이야기
낮술 권하는 박상천/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 정현종/ 비 내리는 낮술을 아는 김수열/ 술에 취해 집을 잃어버린 고영/ 낮술로 논배미 융단 탄 홍해리/ 몽롱하다는 것이 장엄하다는 천상병/ 술집에 출석하는 시인들/ 북녘 대폿집에서 반가이 울고 싶은 신경림

11장. 백석의 함주시초 꼼꼼 읽기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 북관/ 노루가 안쓰러운 시인/ 귀주사의 밤 풍경/ 서로 미덥고 정다운 친구들/ 장글장글하고 쇠리쇠리한 백석

12장. 소월과 스승
그리운 것은 산 너머에/ 스승을 배우며 자기 길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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