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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자들의 힘

힘없는 자들의 힘

  • 바츨라프하벨
  • |
  • 필로소픽
  • |
  • 2019-11-17 출간
  • |
  • 160페이지
  • |
  • 140 X 210 X 14 mm / 229g
  • |
  • ISBN 979115783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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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진실의 정치’가 ‘정치공학의 마키아벨리즘’을 이길 수 있을까?
진리 안에서 살기 위해 싸운 반체제 지성인 하벨의 정치 에세이
군대와 경찰, 법규와 관료, 제도와 이데올로기로 권력 기구를 움직이는 독재 체제에 맞서 힘없는 민중들이 싸워 이길 수 있을 방법은 무엇일까? 체코의 벨벳 혁명을 이끌었던 극작가 겸 반체제 운동가 바츨라프 하벨이 쓴 《힘없는 자들의 힘》은 바로 이 문제를 천착하는 정치 에세이다. 실질적 힘의 관점에서 볼 때 이길 전망이 보이지 않는 독재 정부와 민중 사이의 이런 역사적 투쟁에서, 우리나라의 1987년 6월 항쟁이나, 체코의 벨벳 혁명,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민중들은 종종 독재 권력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

특히 벨벳 혁명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오랜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하벨의 이 책은 1989년 벨벳 혁명이 일어나기 11년 전인 1978년에 써서 지하출판물로 유통되던 팸플릿이다. 하벨은 특유의 극작가적인 상황 묘사로,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라는 슬로건을 상점 진열장에 전시하는 어떤 야채상을 등장시켜 먹고살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며 힘 있는 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는 힘없는 자들의 삶의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야채상. 이 사람의 마음에는 사실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라는 슬로건에 대한 헌신의 마음이 없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마치 자동기계가 프로그램에 따라 일을 처리하듯 그저 상부의 지시를 받아 기계부속처럼 복종하는 것뿐이다. 진열을 거부했을 때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자신이 믿지 않는 것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체주의 체제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 사이에 간극을 발생시키고,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그렇다고 이 야채상이 ‘나는 두렵다. 그러므로 절대로 복종한다.’라는 표어를 진열하도록 지시받았다면, 그는 이 말이 사실일지언정 그것에 수치를 느끼고 당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또한 인간으로서 자기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는 표어는 전체주의하에서 거짓 속을 살아가는 개인들이 스스로를 기만하며 살 수 있게 돕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

만일 전국의 모든 야채상이 이 슬로건을 걸지 않는다면 체제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체제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힘없는 자들이 가진 힘이다. 그런데 보통은 그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짓 속에서 지시대로 살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고 편하기 때문에.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짓된 삶 속에 살면서 진리 속에 사는 삶을 잃어버리고 그 가능성을 깔아뭉개고 산다. 그래서 거짓에 기초한 체제, 공산주의라는 독재 체제에 억압되면서도 체제를 지탱하는 기둥의 역할을 한다.

어느 날 야채상의 내면에서 무언가 끊기면서 그저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표어를 게시하는 일을 멈추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는 무의미한 광대극을 멈추고 자기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는 억눌려왔던 자기의 본질과 고결함을 발견한다. 그의 저항은 진리 안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결단이다. 힘없는 자들의 이런 결심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지는 않다. 그저 자기의 양심에 따라 진리 안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는 실존적 결단일 뿐이다. 그런데 독재 체제에서는 개인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단순히 윤리적 차원, 실존적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치적 행동이 된다.

여기서 하벨이 발견한 심오한 통찰은 벨벳 혁명의 진정한 힘은 그것이 독재에 대항하는 정치적 반대 투쟁이 아니라 진리 속에서 살고자 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점에 있다. 무의미한 표어를 전시하는 것을 거부하는 야채상처럼, 진정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은 힘없는 자들의 내면에서 양심의 소리를 따라 진리 안에서 살고자 하는 조용하고 단호한 결의가 깨어나고 저 ‘힘없는 자들의 힘’을 행사할 때이다. 진리 안에서의 삶이라는 특수하고 폭발적이며 막강한 정치적 힘은 모든 곳에 잠재적 협력자가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 개인들은 권력에 가까운 이들도, 권력을 열망하는 이들도 아니다. 시인이나 화가, 음악가, 혹은 단지 자신의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려 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정치 개혁을 향한 시도 때문에 일깨워진 것이 아니라, 양심의 일깨움의 최종 결과로서 정치 개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후기 전체주의의 거짓된 삶에 대한 하벨의 성찰은 공산주의 독재 체제에 한정되는 것일까? 의회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사회는 진리 안에서 살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기술, 소비사회도 돈이라는 가치의 전체주의에 종속된 삶이라는 점에서 허위의 체제가 아닐까? 이권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회 민주주의 속에서 시민들은 이웃과 이어지지 못한 힘없는 소비자들로 분해되어 있지 않은가? 이익 추구에 절대선의 지위를 부여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컨대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보면 범죄조직이 아닌 멀쩡한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스르지 못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불법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내부자가 사법당국에 고발했다면 배신자로 낙인찍혀서 고립되었을 것이다. 오너 일가의 갑질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좌천되고 왕따 당한 대한항공의 박창진 전 사무장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현실을 깨기에 개인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해 보인다. 의회 민주주의 속의 국회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불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삶이 ‘좀비에 물린 것 같았다’고 한다. 그의 말을 하벨의 언어로 바꾸면 진리 속에서 살고자 하는 정치인이 거짓 속에 사는 마키아벨리즘의 현실 정치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하벨은 후기 전체주의에서 나타나는 거짓 속의 삶의 문제를 현대 소비, 산업, 기술사회의 기계적 자동 작용과 개인의 실존적 목표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인류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특수한 형태로 이해한다. 따라서 비단 공산 체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국가 체제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직 속에서도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매끄럽게 복종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비굴함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진리 안에서’ 살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하벨의 통찰은 유효하다.


목차


추천사 … 김민웅

Ⅰ∼ Ⅸ
Ⅹ∼ ⅩⅠⅩ
ⅩⅩ∼ ⅩⅩⅡ

해제 … 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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