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침묵하지 않는가?”
인권을 위해 분투하는 디지털 다윗들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악할 정도로 폭력이 사회를 장악하고 인권 유린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시대가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추축국의 만행 등이 그 예다. 만약 그 시기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책은 이런 사태들의 결말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아마 억압 세력은 자신들의 잔혹 행위를 감추느라 학살을 막으려는 이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전 세계 지도자와 권력자들은 수많은 트윗과 영상을 의식하느라 신속하게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지금은 어느 곳에서 어떤 이가 고통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더 이상 ‘선한 방관자’로 남을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또 이 사실을 빨리 깨닫고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권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영웅들이 어떻게 감시, 조종, 거짓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역사를 바꾸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모든 해시태그가 세상을 바꾼다”
디지털 미디어가 바꾼 재난, 여성, 빈자, 저항의 히스토리
평범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 한 줄, 사진 한 장, 영상 하나의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여자는 운전하면 안 된다는 불평등한 제도에 불만을 품고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올린 한 여성의 영상은 오랜 전통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법을 뒤바꿨고, 한 이란 여성이 만든 히잡 벗은 사진을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전례 없는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또한 인터넷 모금 사이트를 개설한 아홉 살 소녀는 식수 부족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143개 마을에 우물을 선물했고, 다섯 살 아이는 피자 상자로 만든 모기장으로 세네갈 가구의 80퍼센트를 살렸다. 이들은 모두 막강한 힘과 자원을 가진 국가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디지털 미디어 도구 하나만으로 부조리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 재난이나 기아, 빈곤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적을 선물한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사는 지구촌에는 인권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 유엔 등의 단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폭력에 맞서고 선행을 도모하는 일의 책임이 이 단체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활동 역시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은 나, 당신, 우리 모두의 몫이다. 게다가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가 선물해준 능력으로 국가나 단체가 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누군가 자유롭지 못하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슬기로운 대처법
한편으로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모든 기술은 도덕 중립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악용되기도 한다. 극악무도한 테러 단체는 온라인으로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고, 독재 정권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사생활을 침해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감시하고 조종한다. 이에 저자는 인터넷의 악용을 막고 선용을 늘리는 방법으로 온라인 사생활권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법적 제도 마련을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삶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금, 온라인에서 사생활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것과 밀접한 기본권 전부를 모두 상실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의 악은 선한 사람들이 얼마나 침묵하느냐에 따라 몸집을 키운다. 저자는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는 악습과 불평등도 한 사람의 사소한 시도로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침묵하지 않을 때,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해보자.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는 편의의 유혹에 사생활을 저버리거나 악용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약 당신이 부조리한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을 목격했다면 외면하지 말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 하나만 올려보자. 디지털 미디어 시대 영웅은 어쩌면 당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