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오늘의 대한민국,
지금 우리에게 묵자가 필요한 이유!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고 진(秦)나라를 세우기 이전의 혼돈의 시대, 즉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는 약육강식의 정복전쟁이 이루어지고 탐욕과 모략, 갈등, 살육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새로운 질서 형성의 길을 찾아 중국 사상계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묵자(墨子) 역시 이 시기에 등장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묵자의 사상은 당대의 사상가들과는 맥을 달리한다. 춘추전국시대에 노예와 같이 일하며 금수와 같은 취급을 받았던 백성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하늘의 뜻이며, 그 뜻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지배자의 역할이며, 그 역할이 잘 수행되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잘 다스려질 수 있다고 묵자는 생각했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하층민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하며, 따라서 모든 재판과 정치(刑政)는 백성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묵자의 문제의식이었다. 공격전쟁과 음악을 비판(非攻, 非樂)하는 이유도 전쟁과 귀족들의 음악이 백성들을 가난과 기아로 내몰기 때문이며, 절용(節用)과 절장(節葬)을 주장하는 이유도 사치와 후장구상(厚葬久喪)이 백성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묵자가 다른 제자백가(諸子百家)와 달리 유일하게 하층민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성들의 우환을 해결하기 위해서 묵자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 국제질서와, 큰 집안이 작은 집안을 찬탈하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지 않으며, 귀한 자가 천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영악한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는 사회질서를 제시했다. 묵자에게 있어 이러한 질서는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하느님의 나라였다. 어찌 보면 묵자가 살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240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사회과학의 핵심문제이다. 묵자는 그가 추구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대안과 방법을 ‘겸애(兼愛)’라는 이름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를 평생 끊임없이 실천했다.
이 책은 그러한 묵가사상이 집성된 “묵자(墨子)”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해설서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인류의 정신적 스승인 그들의 저작을 통해 현실을 반성하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기축시대(Axial Age)의 묵자사상을 21세기 한국사회에 무매개적으로 적용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기축시대의 스승인 묵자(墨子)를 감상하는 일은 나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키워드: 묵자, 겸애, 상동의 국가론, 천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세습의 부정, 반전평화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