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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삽질하다

별을 삽질하다

  • 허문영
  • |
  • 달아실
  • |
  • 2019-10-28 출간
  • |
  • 136페이지
  • |
  • 125 X 200 mm
  • |
  • ISBN 979118871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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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별이 되고 우물이 되고
- 허문영 시집 『별을 삽질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 그래서 분주히 움직이지만 결국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거야…. 그건 소용없는 일인데….”

어린 왕자가 조종사에게 건넨 말이다.
허문영의 이번 시집 『별을 삽질하다』를 편집하면서 나는 왜 저 어린 왕자의 말을 떠올렸던 것일까?
아마도 표제시인 「별을 삽질하다」에서 어린 왕자의 별 B612를 떠올렸거나, 「개밥바라기별」이나 「우물과 시」 같은 시를 보면서 어린 왕자의 우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 가면 덕행 스님이 계시는데, 매일 밤 별이 쏟아져 내려 절 마당에 수북하다고 하시네.

뜨거운 별이면 질화로에 부삽으로 퍼 담아 찻물 끓이는 군불로 지피시거나, 곰팡이 핀 듯 보드라운 별이면 각삽으로 퍼서 두엄처럼 쌓아두었다가 묵은 밭에다 뿌려도 좋고, 잔별이 너무 많이 깔렸으면 바가지가 큰 오삽으로 가마니에 퍼 담아 헛간에 날라두었다가 조금씩 나눠주시라고 하니, 스님이 눈을 크게 뜨시고 나를 한참 쳐다보시네.

혜성같이 울퉁불퉁한 별은 막삽으로 퍼서 무너진 담장 옆에 모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해우소 돌담으로 쌓아도 좋고, 작은 별똥별 하나 화단 옆에 떨어져 있으면 꽃삽으로 주워다가 새벽 예불할 때 등불처럼 걸어두시면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은하수가 폭설로 쏟아져 내려 온 산에 흰 눈처럼 쌓여 있으면 눈삽으로 쓸어 모아 신도들 기도 길을 내주시자 하니, 하늘엔 별도 많지만 속세엔 삽도 많다 하시네.
― 「별을 삽질하다」 전문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주어진 생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삶이, 그 길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애초에 가고자 했던 곳이 어느 방향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것일까.’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지나온 길을 되짚어 봐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번 허문영 시집 『별을 삽질하다』를 읽는 독자는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게 확실한가? 문득 길을 잃은 건 아닐까?’ 문득 자기를 돌아보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1989년 등단하여 지금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낸 허문영 시인은 시인이기에 앞서 강원대학교 약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정년퇴직한 약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을 약과 독을 다룬 사람이다. 약과 독의 양면성에 대해, 삶과 죽음의 양면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천착한 사람이다. 문학과 음악과 미술에 등장하는 약과 독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예술 속의 파르마콘』을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허문영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별을 삽질하다』은 어쩌면 평생을 약학자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살아온 그의 역정(歷程)이 집대성된 혹은 정수만 모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홍섭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일러 “말문이 터진 쇠똥구리의 노래”라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 시집은 ‘늦게 서야 터진 말문으로 새어 나오는 시’(「말문」)들로 가득 하다. 시인은 시를 향한 지고지순한 정진 끝에 마침내 말문이 터졌다. 자유롭고, 또한 자재로운 시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시인은 스스로를 ‘지중화(地中花)’(<지중화>)라고 자조하지만, 내가 보기에 시인은 시라는 ‘경단’을 쉼 없이 굴려온 ‘쇠똥구리’에 가깝다. 하여, ‘홀로 싸워야 한다 / 누구는 함께 굴리는데 /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라는 구절이 더없이 가슴을 울린다.”

해설을 쓴 박성현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일러 “그리움이 완전히 소진된 ‘풍장’ 혹은 죽음에 맞닿은 절정의 ‘서정’”이라며 또 이렇게 말한다.

“허문영 시인의 문장은 놀랍도록 단단하다. “너 나 따로 없이 말라가는” 삶에서 허문영 시인은 생(生)의 오롯한 결을 매만지며 그 속에 새겨진 잔잔함의 너울을 살핀다. 청량산에서 내가 기울어졌던 것처럼, 그의 문장은 ‘다가오게 하는 힘’이 있다. 사로잡히게 만드는 구절 또한 별 밭처럼 많다. “그리움이나 파던 헌 삽자루”(?제주 오름에서?)가 우리의 곁에 다소곳하니 마당에 수북이 쌓인 별을 우리가 먼저 공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리고 허문영 시인 본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년퇴직이 되었다. 이제야 전업 시인으로 갈 수 있을까? 시를 쓸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겠다. 가상 공간이라도 좋겠다. 그곳에서 숨이 멎을 때까지 시를 써야겠다. 그네나 사다리 같은 시를 쓰면 좋겠다. 사람들이 타고, 또 오르면서 아! 이 느낌 좋아! 그게 바로 나의 시가 되어야겠다.”

과연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일러 어떻게 말할 것인가? 대장간의 모루처럼, 모루가 되어 생의 뜨거운 매질을 견디고 받아내어 마침내 형상을 갖춘 그의 시편들을 일러 독자들은 과연 어떻게 말할 것인가?

대장간을 지나다가
혼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풀무질한 화덕에서
방금 막 꺼낸
시뻘건 쇳덩이를 망치질 한다
강해져라 강해져야 한다
아름다운 매질을 하며
미숙아 같은 쇳덩어리를 벼릴 때
무쇠의 혼이 불새처럼 깃든다
아직은 무엇이 되지 않은
충혈된 쇳덩어리
찬물에다 넣고 치이익 치익
담금질로 달궈진 혼을 식혀줄 때마다
무르디무른 몸은 단단해진다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청춘
대장간에는 자식 같은 핏덩어리
세상과 장단 맞추며
쓸모 있는 연장이 되라 하며
망치 소리로 모양새를 잡아줄 때
모진 매질을 함께 받으며
쓸모 있는 놈이 될 때까지
생의 뜨거움을 받쳐주는
모루가 있다.
― 「모루」 전문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싶을 때 우리는 북극성과 십자성을 찾는다. 사막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별을 삽질하다』가 당신에게 북극성이 되고 우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 달의 계곡(月谷)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달아실출판사”는 인문 예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 같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달빛이 천 개의 강을 비추듯, 책으로 세상을 비추겠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별을 삽질하다
생명의 길
불꽃놀이
미싱
꿈-설계 상담 일지
미루나무 장례식장
꽃나무 입양
풍경
경륜
말문
봄은 선착순으로 온다
첫 시집
그리 받을 만도 하겠다 생각했다
호박손
바람박물관

2부.

꾀꼬리단풍
매듭
우리 사이
개밥바라기별
생각의 섬
춘흥春興
새벽오줌
우두커니
밭에도 별이 뜬다
어머니
반수반수半樹半獸
의자 놀이
어떤 문상
나는 언제나 부모님과 함께 산다
얼음 신발

3부.

쇠똥구리
지중화地中花
압화押花
고드름
옥수수 풍장
푸른 식솔
우리는
울력
얼큰한 생
해녀
봄의 전령傳令
제재소에서
모루
山-사람
개복숭아꽃 아래

4부

파랑주의보
헌책은 없다
산중해山中海
인공 눈물
겨울 서신書信
귓속말
우물과 시
소출
매향리 방파젯길
제주 오름에서
맛집 국숫집
애인
작별상봉作別相逢
통나무 다리
분서焚書

해설_박성현
그리움이 완전히 소진된 ‘풍장’ 혹은 죽음에 맞닿은 절정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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