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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잎사귀의 노래

검은 잎사귀의 노래

  • 황재학
  • |
  • 삶창
  • |
  • 2019-09-20 출간
  • |
  • 120페이지
  • |
  • 120 X 188 mm
  • |
  • ISBN 978896655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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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생동하는 감각

17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는 황재학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그러면서 따뜻했거나 슬펐던 특정 순간과 기억을 빼어나게 이미지화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또 서늘한 서사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사물에 시적 화자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보면서 성찰의 힘을 보여주면서도 진부한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황재학의 서정시는 단단하고 단아하다. 그러다보니 시에서 군말이 없다. 말할 때와 말을 멈춰야 할 때가 명확하다. 시적 화자의 주관적 진술을 늘어놓기보다는 사물이 직접 말을 하게 하려는 듯 의태어와 의성어를 적절히 사용하기도 한다.

뚝방에 매어놓은 염소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린 염소는 붉게 타오르며 쫓아오는 저녁놀이 무서워
가던 걸음 멈추고 동그랗고 윤기 나는 검은 똥을 무더기로 싸지른다.

_「저녁놀」 전문

위 작품은 저물녘의 어떤 풍경을 간결하게 스케치하고 있는데, 사실 “어린 염소”가 “검은 똥을 무더기로 싸지”르는 일은 “저녁놀”과 아무 인과 관계가 없다. 시인은 “어린 염소”가 “붉게 타오르며 쫓아오는 저녁놀이 무서워” 그랬다고 하지만, 이 대목은 저물녘이라는 하루 중 어떤 시간을 묘사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저녁놀”은 “어린 염소”와 작품에서는 숨어 있는 시적 화자인 ‘나’를 함께 감싸 안는 시간이면서 하나의 공간인 셈이다. 희한하게 “어린 염소”가 “윤기 나는 검은 똥을 무더기로” 싸는 사건을 통해 “저녁놀”이 전경화되는데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이미지로 뭉치면서 그렇게 된다. 그래서 이 이미지는 정적이지 않다. 염소가 “검은 똥을 무더기로 싸지른다”고 함으로써 저물녘의 시간이 마치 스스로 활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작품뿐만이 아니다.

장맛비 그친 뒤 산에 드니 풀벌레 소리 요란하다
흰 발목 내보이며 사뿐사뿐 찾아오신 은빛 햇살 고마워
온 산이 들썩들썩 찌르르르 찌르르르
왼종일 신이 나서 쓰르르르 쓰르르르

_「풀벌레 소리」 전문

시인은 지금 “장맛비 그친 뒤”의 산에서 여러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는데, 여기에 인간적 의미나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독자의 청각을 일깨워준다. 독자의 청각을 일깨워준다는 것은 그만큼 시가 감각적으로 생동한다는 뜻과 같다. “온 산이 들썩들썩”과 “왼종일 신이 나서”가 그나마 시적 화자가 끼어드는 순간이지만, 이 끼어듦도 “찌르르르 찌르르르”나 “쓰르르르 쓰르르르”에 스며들고 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

투명한 인식과 성찰하는 힘

한편으로 황재학의 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사물과 자신이 속한 세계를 투명하게 인식하면서 그것들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 이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이 된 여러 이야기들을 다시 인식하고 성찰하는 힘을 펼쳐내고 있다. 이 또한 짧은 시를 통해 보여주는데 부족하지도 않고 과잉되지도 않으며 시인이 얼마만큼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지를 예증해준다. 이것은 황재학 시인이 자신에게 놀랍도록 솔직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은 당연히 타인을 비의도적으로도 기만하지 않는다.

먼바다에서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읽던 책 덮어라.
눈 감고 귀 열어라. 그리고 그 입 닥쳐라.

_「태풍」 전문

이 짧은 시는 시적 화자 자신을 향해 준열하다. “태풍”이라는 지구의 움직임에 대해서 섣부르게 인간중심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그것을 다만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천지가 본래 인자하지 않다’는 노자의 언명을 떠오르게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는 “태풍”이라는 자연 현상이 여러 번민과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마치 선승처럼 잘라버리려고 한다. 눈 감고 귀는 열되 묵은 언어는 끊어버리라는 말은 시인 자신에게 향한 시인 자신의 주장자(柱杖子)일 것이다. “그리고 입 닥쳐라”는 강한 어조를 겨울 산을 마주보면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맑은 종소리가 날 것만” 같다는 시인의의 내면과 함께 읽으면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런 투명한 자기 인식 혹은 성찰은 그렇다고 자신에 대한 과잉된 해석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시를 함께 읽어보면 그것은 명료해진다.

오늘도 별을 보며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떠올리며 뜨거워지는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먼 곳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늘에 못 박힌 별들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_「먼 길」 부분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진술은 시인이 자신의 자리를 나름 가감 없이 바라보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진술은 이 시집에서 여러 차례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울음」에서 “시간이 흘러도 너의 아픔은 너의 아픔. 누구도 너의 슬픔을 대신해줄 수 없단다”나 「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라」에서 “불길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던 겨울 아침 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진술은 황재학 시인이 자신이 실존하는 자리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한 권의 시집은 시인의 내면이 바깥으로 내민 ‘새순’이기도 하지만 “해소 기침”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 둘이 만나 핀 “꽃”일 것이다. 특히 이 시집은 그렇다!


목차


시인의 말ㆍ5

제1부
겨울 산 1ㆍ12
콩ㆍ13
학봉리ㆍ14
겨울 아침ㆍ15
겨울 햇살ㆍ16
지렁이ㆍ17
저녁놀ㆍ18
봄날ㆍ19
빈집ㆍ20
벚나무의 시간ㆍ21
새소리ㆍ22
벚꽃ㆍ23
봄비ㆍ24
이른 봄ㆍ25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ㆍ26
잎새의 길ㆍ27
진달래꽃ㆍ28
국어 시간ㆍ29

제2부
겨울 산 2ㆍ32
태풍ㆍ33
먼길ㆍ3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울음ㆍ35
사랑하는 이여ㆍ36
너는 누구니ㆍ37
자서전ㆍ38
저 꽃ㆍ39
톰 웨이츠ㆍ40
어머니를 부르다ㆍ41
검은 잎사귀의 노래ㆍ42
슬픔의 찬가ㆍ43
악몽ㆍ44
소나기ㆍ45
목련꽃처럼ㆍ46
서해에서ㆍ47
산ㆍ48
사람의 길ㆍ49
너는 어찌 생각하니ㆍ50
감기지 않는 눈, 눈, 눈ㆍ52
붉디붉은 사랑으로 돌아오라ㆍ53

제3부
겨울 산 3ㆍ58
매화꽃ㆍ59
꽃을 잊다ㆍ60
봄이 와ㆍ61
풀벌레 소리ㆍ62
비ㆍ63
미나리의 노래ㆍ64
작은 평화ㆍ65
떠나는 겨울ㆍ66
노랑나비야 날아라ㆍ67
울음ㆍ68
겨울이 오네ㆍ69
눈 내리는 밤ㆍ70
환한 사랑ㆍ71
봄 산ㆍ72
잃어버린 내일ㆍ73
싱그러운 아침ㆍ74
늦가을ㆍ75

제4부
겨울 산 4ㆍ78
그대 뒷모습ㆍ79
운무사ㆍ80
토마토ㆍ81
황성옛터ㆍ82
자두나무ㆍ83
겨울 산 5ㆍ84
오월, 모란ㆍ85
개망초꽃ㆍ86
봄날 아침ㆍ87
동태ㆍ88
붉은 혓바닥ㆍ89
겨울 산 6ㆍ90
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라ㆍ91
수염ㆍ92
빗방울 속 나ㆍ93
겨울바람ㆍ94
너ㆍ95

해설_굵고 짧은 선으로 그린 참 아름다운 풍경 |호병탁ㆍ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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