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환 시인의 시집 『떠나고 사라져도』가 천년의시 010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 『떠나고 사라져도』는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서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시편들을 중심으로 태양을 향한 향일성向日性이 절대자에 대한 신앙과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실존주의로 확장되는 과정을 서정적 문체와 감각적 사유를 통해 보여 준다. 시인은 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도모하고 나아가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길’의 이미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절대자가 계시한 길을 묵묵히 따르는 수행자의 삶을 실현하고자 한다.
해설의 말처럼, 시인은 구도자로서 “숭고하고 간절한 길”을 걷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를 자청하며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자연 자체를 자신과 일치시키”는 삶을 구현하고자 한다.
예컨대 표4를 쓴 이해인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산, 숲, 바다, 구름, 노을, 등 자연과의 따뜻한 교감에서 빚어지는 서정적인 표현”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을 존재론적인 그리움”으로 승화시키며 “물음표로 이어지는 철학적인 성찰”과 “솔직하고 겸손한 삶의 이야기”를 “신앙이 함께 어우러진” 시로써 노래한다.
서성환 시에서 절대자를 상징하는 태양과 자연을 상징하는 여러 자연 상관물은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며 동시에 시인이 세계를 인식하는 창으로 기능한다. 요컨대 이번 시집은 한 시인이 구도자이자 신앙인으로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절대자와의 교감을 위해 떠나는 순롓길이면서, 영혼의 목마름으로 삶 이곳저곳을 떠도는 숭고한 방황의 기록이다. 우리가 시인의 진실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존재의 근원에 가 닿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맑고 투명한 언어 사이로 스며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