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소설가로 데뷔하여 42년째 글을 써 온 정소성 씨의 문학전집 33권 중 12권이 출간됐다. 작가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인 『운명』은 통산 5년에 걸쳐 씌어진 작품이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설정했던 주제가 너무 어려워 일단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여 대미를 보게 된 작품이다.
박수무당의 첩의 딸로 태어나 여자로서의 인생 곡절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결국은 신 내림굿을 받는 한 여자의 운명 이야기이다. 첩의 딸이라고, 박수의 딸이라고 괄시받는 상황 속에서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만을 바랐던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 담겨져 있다.
이번에 나온 『운명』을 읽고는 평소의 생각대로 참으로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부터 드는 것이었다. 이것은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이 소설은 참으로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 주목된다.
소설 『운명』의 주제는 한마디로 말해서, 민족의 전통신앙인 무속의 여러 신들(천신 천왕신 지신 산신 서낭신 해왕신 해신 용신 용왕신 부뚜막신 문신 제석신 칠성신 걸립신 등)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신이며, 유일신은 우리와는 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주제를 무슨 주장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김화란이란 여대생을 등장시켜 개인적인 모험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평론가 정규웅의 「정소성 작품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