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 윤제림
  • |
  • 문학동네
  • |
  • 2019-10-07 출간
  • |
  • 128페이지
  • |
  • 131 X 224 X 13 mm /164g
  • |
  • ISBN 9788954658102
판매가

10,000원

즉시할인가

9,0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9,0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사람으로 최상의 배역을 맡은 사람들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_「저(猪)씨 문중에 보내는 사과 서한」에서

생의 윤리나 진실 혹은 비의에 복잡한 수식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사실은 불필요한지 모른다. 윤제림 시에는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진술만으로 오랜 시력(詩歷)의 은근한 힘이 드러나고, 우리는 그가 부러 비워둔 침묵의 자리마다에서 가만히 멈추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비슷하게 한세상 살아온 사람들이
비슷비슷 뜨고 붓고 눋고 타고
그을린 얼굴로
솔밭에 차일을 치고 막걸리 여러 말 받아놓고

오래전에 이고 살던
구름의 안색과 하늘 낯의 인상을
대조하며
서로의 잔을 채우고 있었다

넘치게
_「면민회(面民會)」 전문

“뜨고 붓고 눋고 타고” 네 어절로 요약되는 “이고 살던” 삶의 굴곡들. 서로의 그것을 아는 ‘면민회’이기에 서로의 잔을 넘치게 채워도 좋은 것이리라. 내 삶을 네가, 네 삶을 내가 알아주는 일. 그것이 결국 너와 나를 ‘계속 살아감’으로 이끄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시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시들이 유독 빛나는 것은.

슬퍼서,

온종일
구두 한 켤레도 완성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동료 곁에서

눈물쯤은 그냥 흐르게 놔두고
바늘 끝에 떨어지게 내버려두고
콧물이나 가끔
토시 낀 소매로 훔치며
결국은
오늘의 구두를 다 짓고 있는 사람
_「슬픈 날의 제화공」에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다 짐승처럼 운다
17호실에…… 가면
울지 않으려고
백주대로에서 통곡을 한다

이 광경을
김종삼 시인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길을 건너려다 말고
_「장편(掌篇)」에서

저것은,

두보가 강변 주막에다
조복(朝服)을 저당잡히고
아침부터 취해 울던 날에

그의 술잔 속을 들락거리던 허연 수염이거나,
거기 매달려 흔들리던
그 무엇이다

그것이, 지금

짜장면을 먹다가 느닷없이 엉엉 울기에
왜 우느냐 했더니
“단무지가 너무 맛있어서”라고 하고는
다시 또 울더라는 이 고장 시인
박용래처럼

내 앞에서
울고 있다
_「억새―금강의 가을」 전문

우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사람. 슬픔의 이유를 쉽게 묻지 않고 또 쉽게 연민하거나 이해했다 말하지 않는 자세는 윤제림 시에 한결같이 흐르는 정서이기도 하다. 두보나 박용래, 김종삼, 강우식 등과 같은 시인이나 화가 이중섭, 효봉 스님, 명창 김연수, 산악인 박영석 실존 인물을 호명하고 기리는 것 역시 지난 시집과 맥이 통한다. 실존했던 이의 삶이 소재가 되었을 때 생기는 또렷하고 구체적인 감정과 감각들이 그에게 중요했으리라. “이 땅의 시는 이 땅의 굴곡진 역사만큼 개개인의 삶에 작용한 압력과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기록했다. 이 기록에 깊음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윤제림 시의 깊이는 좀 다른 데서 출현한다. 가령, 우리의 평범한 얼굴에 새겨진, 비범한 단단함 같은 것.”(문학평론가 송종원, 해설에서)

불온한 생각도 아직은 더러 있는데
꺼내놓을 용기가 없다,
대부분 옛사람 옛글이 시키는 대로
다소곳이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고분고분

고향에 보내는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_「근황」 전문

떠나보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시인은 자신이 선 자리를, 자신의 쓸모를 돌아본다. “또 벌레가 되더라도 책벌레는 되고 싶지 않”으며, “무당벌레나 자벌레만 되어도 당신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 같”다고(「다음번에는」). 모종의 허허로움을 품은 시인에게 지난 시간들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 다가올 시간은 또 그에게 어떻게 새겨질지. 뭉근한 화롯불처럼 지긋이 타오를 그의 시세계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갈지 또한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바위에 시도 썼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꽃/ 새벽 산/ 설희/ 억새-금강의 가을/ 이명(耳鳴)/ 행성입문(行星入門)/ 면민회(面民會)/ 시의 기원/ 오래된 가을날/ 겨울 강을 지날 때는 조용히/ 달은 즈믄 사람에/ 수태고지/ 일행/ 제주 풍경

2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
가난 타령-명창 김연수를 생각함/ 가위-효봉 약전/ 윤용하, 당신 생각/ 저(猪)씨 문중에 보내는 사과 서한/ 전원교향곡/ 좋은 친구들/ 오래오래 학생이신,-육주 홍기삼 선생님 고희에/ 타격왕/ 현암사-강우식 시집 『사행시초(四行詩抄)』/ 만공 약전/ 자화상/ 아름다움에 대하여/ 1972년, 발행인 이병철, 삼성문화문고-, 조선불교유신론/님의 침묵/ 길 떠나는 가족-이중섭 그림/ 벌꿀비누 3000번/ 박녹주를 듣는 밤/ 방산몽유록(芳山夢遊錄)/ 설산 위의 남산 코끼리에게-산악인 박영석을 보내는 노래

3부 불온한 생각도 아직은 더러 있는데
나쁜 상상/ 바다엔 불공정 거래가 많다/ 그날/ 슬픈 날의 제화공/ 그때에 저것들이/ 홍어를 먹다가/ 화물의 종류에 대하여/ 거의 격추되고, 겨우 몇 대만/ 잠만 잘 사람/ 장편(掌篇)/ 나는 악당이다/ 근황/ 푸른 꽃/ 매미는 올해도 연습만 하다 갔구나/ 설렁탕집에서/ 용산역 앞에서

4부 나만 못 본 게 아니라 아무도 못 봤다
마리아와 카타리나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봄은 길게 눕는다/ 우주의 관객/ 식인 사건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구형/ 피리는 치마 속에 들었네/ 할미꽃/ 그럴 수도 있겠다/ 신동/ 절 받으시오, 젊은이/ 한 남자와 두 여자/ 이발소 앞을 지나며/ 권학문(勸學文)/ 이산/ 화장(火葬)

해설|떳떳한 슬픔의 얼굴
송종원(문학평론가)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