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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스트링의 겨울

콜트스트링의 겨울

  • 이상실
  • |
  • 바람꽃
  • |
  • 2019-09-25 출간
  • |
  • 268페이지
  • |
  • 129 X 189 X 20 mm /297g
  • |
  • ISBN 9791196270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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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 일상에서 실천하는 윤리

작가는 일상에서 겪을 법한 갈등 상황에서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작품 곳곳에 담았다. 먼저「직무유기」를 보자. 현기는 네 형제 중의 막내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누가 모시느냐를 두고 형제들과 미묘한 신경전 끝에 어머니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기로 한다. 그는 고향 진도를 떠나 부산의 약국에서 돈을 벌며 야간 중학을 다녔다. 그 시절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랐지만 기대했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치매 시어머니를 모실 아내의 성화도 귀에 쟁쟁하다. 결국 어머니를 복지회관 앞 베이비박스에 묶어놓은 채 유기한다. 집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다음 복지회관에 가보지만 어머니는 사라지고 없다. 괴로워하던 그는 어머니를 버렸다며 경찰서에 자수를 한다. 어머니는 복지회관 이 층에서 쉬고 있었고, 현기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온다.
자식이 어머니를 버리는 행위는 범죄이지만 어머니를 모실 방도 없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열악하게 사는 형편이라면, 치매 걸린 어머니를 방에 가둬놓고 출근하는 등 학대를 하지 않는 이상 흔쾌히 모실 수도 없다. 현기는 어머니를 버렸고, 버린 다음에야 자신의 행위가 심각한 패륜 범죄임을 깨닫는다. 어머니를 유기하는 단계 없이 당연한 태도로 어머니를 집에 모시는 일이 더 윤리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성인의 경지에 가까운 이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이지 범인凡人의 행위는 아니다. 열악한 처지에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버리는 선택을 하나의 현실로 인정한 후 그것을 극복하면서 현기의 윤리 의식은 구체적이고 굳건한 기반 위에 서게 된다.

「샬롯과 레핀의 여인들」의 경우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며 위로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대리운전 기사인 정수는 어느 날 이상한 여자 손님을 받는다. 술에 취한 여자는 목적지를 바꿔가며 정수를 혼란에 빠트린다. “남편 때문에 안 가고 새끼들 때문에 안 갈 거예요. 전화 한 통 없는 남편, 말도 더럽게 안 듣고 약속도 안 지키는 새끼들, 내가 사라져버리면 끝나겠죠? 그러니까 아저씨, 아저씨 가고 싶은 데로 나를 태우고 무작정 떠나버리세요”라고 말하는 여자 앞에서 정수 자신도 아내와 연락이 안 돼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여자 손님이 가정생활에서 느낀 불만을 아내와 아이들이 자신에게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자는 ‘대리’ 아내의 역할을 맡는다. 또한 정수는 여자에게 대리운전 기사이자 가족 대신 잠시나마 ‘대리’로 위안을 준다. 여자는 알프레드 테니슨이 쓴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존 윌리엄 위터 하우스의 그림〈살롯의 여인〉을 언급한다. 사랑을 위해 금기를 어기고 배를 타고 떠나는 여인을 그린 이 그림의 여인처럼 여자는 사랑과 애정을 되찾고 싶어 한다.
여자 앞에서 정수가 떠올리는 것은 집 근처 벽에 그려진 일리아 레핀의〈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이다.
아내는 정수와 아이들이 자신과 한 약속을 어기거나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낄 때면 레핀의 그림을 말하곤 했다. 언젠가 아내는 벽화 앞으로 정수와 아이들을 대동하고 레핀의 그림을 감상하라고 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온 여인이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이었다. 여인 앞에는 아이들 셋이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서 있는 여인을 멀거니 바라보거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왔느냐는, 뜻밖이라는, 기다리지 않았다는 얼굴이었다. 아내는 서 있는 여인을 가리키며, 자신의 처지가 이렇다고 말했다. 아내는 세 아이들이 마치 우리 집의 세 남자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우리 집을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168쪽).

여자는 그림 속 여인처럼 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날 듯이 차를 물 쪽으로 몬다. 차가 난간에 부딪친다. 정수는 여자를 조수석에 앉히고 다시 운전을 해 집 근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가 그려진 벽화 앞에서 멈춘다. 여자의 고독과 정수의 고독이 그림 앞에서 만나 상호 이해에 도달한다. 여자는 정수의 아내가 돌아와 부부가 화해하는 장면을 보며 희망의 빛을 본다.
즉 작가가 지향하는 관계론은 낯익은 혈족이든 처음 만난 타자이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서 있다. 이러한 긍정성은 작가가 결국 도달하는 민중 연대의 굳건한 기반이 된다.

2. 폭력에 맞서는 연대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국가의 이념주의와 자본의 폭력적 이윤 추구에 의해 일어난 폭력을 밀도 있게 형상화했다. 먼저「학교에 간 삼대」를 보자. 초등학교 육학년인 찬주는 학교 백일장에서 할아버지가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간첩죄로 감옥살이 한 이야기를 쓴 ‘북에 끌려간 할아버지’로 최우수상을 받는다. 이 글이 교지에 실리기로 했는데, 출판된 교지에는 실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찬주를 ‘빨갱이’라고 놀린다. 찬주가 전학 가겠다는 말에 놀라 찬주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찬주 학교로 찾아가 글이 교지에서 빠진 이유를 따지다가 납치된 과정을 전교생에게 직접 알리게 된다. 찬주 할아버지가 어업 중 북한에 납치되어 사상교육을 받고 북한 당국이 어부들을 간첩으로 포섭하려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요원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아홉 시가 되자 선원들은 강당에 다시 모였다. 마이크를 든 평화통일 위원회 요원이 ‘사상교육’ 시간이라며 교육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요원은 “남조선 동무들은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조업한 죄로 여기에 모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뜻을 받들어 벌은 안 주겠다, 그 대신 우리 북조선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공장 구경도 시켜주고 밥 따뜻이 먹이고 잠을 재우겠다, 남조선의 양키 놈들은 오늘도 남조선 청년들을 잡아다가 과녁 삼아서 총 쏴서 죽이고 부녀자들을 잡아서 강간하고 머리도 빡빡 깎고 온몸에 페인트칠을 해서 내쫓는다. 그런 줄 아느냐”고 교육했다.
이런 교육이 사흘 동안 이어졌다.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요원이 또 양키놈이 어떻고 부녀자들이 또 어떻다고 썰을 풀려는 순간, 강당 복판에 앉아 있던 심 씨가 말을 가로막았다.

“야,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 정치가 좋으먼 좋은 것만 선전을 해. 내가 지금 마흔이 다 돼 가는디, 내가 태어나서 이 나이 먹도록 살았어. 그란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거짓말로다가 우리를 꼬실라고 그라요.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공갈을 치시오!”(201쪽).

북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선전에 반발하던 찬주 할아버지는 귀환한 뒤 출처를 모르는 돈을 받아썼다는 이유로 남한 당국에 의해 간첩으로 만들어진 뒤 십오 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런데다 손자까지 ‘빨갱이’이라고 놀림 받기에 이른다.
찬주 가족은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납치당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남북한 두 곳에서 국가 폭력을 당했다. 찬주 할아버지가 납북 사연을 진솔하게 토로하자 학생들은 찬주 가족을 따뜻하게 구성원으로 받아준다. 국가가 민중 간 반목을 조장하였지만, 이들 간의 친밀한 소통으로 상호 이해와 연대에 이른 것이다.
찬주 할아버지는 1968년 꽃게잡이를 하다가 납치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1968년 연평도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태영호 어부들이 납북된 적이 있다. 그 해에 무장공비 사건이 터지는 상황 변화 등으로 귀환한 어부들이 간첩으로 오인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 작품은 이런 역사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버킷리스트1- 팔문적」역시 세월호 참사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 다수 창작되었다. 잠수사의 관점에서 구조 현장을 사실적으로 바라본 김탁환의『거짓말이다』이나 아이를 잃은 부부가 슬픔을 겪는 과정을 그린 김애란의「입동」 등 세월호는 지난 오 년간 추모와 고발을 담은 서사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소재였다.
이상실 작가는 개성적인 상상력으로 세월호 소설 목록에 이 작품을 올렸다. 준서는 고교 이학년이었던 딸 수하를 세월호 참사 때 잃고 사 년이 지났는데도 수하의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꺼내보곤 한다. 수하의 방에 꽂혀 있던 책들도 그대로 놔두었다. 수하의 문학책을 보다가 수하가 필기한 “청산에 살어리랏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 / 청산과 바다는 이상 세계, 살고 싶다”를 발견하고 혹시 수하도 배를 타고 바다와 청산을 향해 떠났을까? 라고 상상한다. 수하가 세월호를 타고 변산반도를 지날 무렵 재미있게 읽은 소설의 내용처럼 남으로 가서 섬의 ‘팔문적’을 찾는 것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 1이라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낸다. 소설에서 “신의 선물, 풀잎과 난초의 섬”에 팔문적이 있다는 언급만 있을 뿐 실제로 섬이 있는지 소설적 허구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준서는 수하를 만나러 가듯이 팔문적을 찾으러 초란도라는 섬으로 떠난다. 섬에 살고 있는 오 영감으로부터 소설 내용처럼 팔문적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듣고 온 섬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팔문적의 행방을 알 수 없다. 오 영감이 들려준 팔문적은 삼백여 년 전 섬의 입향 시조인 임 씨가 키운 해오라기 난초와 관련되어 있다. 난초를 항아리에 넣고 키우자 임씨 가족의 병도 다 낫고 유실수의 열매도 풍성하게 열리는 등 행운이 잇따랐다. 동네 사람들이 그 난초에 관심이 많아지자 임 씨는 섬 어딘가에 숨겨버렸다. 그 이후로 팔문적은 전설로서만 전해 내려왔다.
팔문적을 찾지 못하고 섬을 떠나려는 준서에게 오 영감은 자신이 갖고 있던 팔문적 항아리를 건네준다. 그 항아리는 임 씨가 숨겼다던 팔문적은 아니지만 이십 년 전 오 영감이 만들어 섬의 마지막 해오라기 난초를 넣은 뒤 묻어놓은 항아리였다.

“안에 든 놈은 난촌디, 해오라기 난초. 초란도의 마지막 난초, 마지막으로 죽은 난초를 거둔 거여. 그랑께 이놈은 가짠디, 나한테는 진짜여. 나하고 우리 마누라는 이 팔문적을 묻어 놓고 희망을 갖고 살았제. 욕심도 안 부리고, 거짓깔 안 하고, 쌈도 안 하고, 달래고, 위로하고, 웃고, 움시롱 살았응께. 이거이 진짜제. 인자 우리는 살 만큼 안 살았소. 한 십 년 전부터 이걸 남한테 선물로 줄라고 마땅한 사람을 이날 입때까장 찾았는디 못 찾다가…….”
노파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 영감이 준서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인자 제대로 주인을 찾은 것 같소. 얼굴을 봉께 문 씨는 딴 사람하고 달러. 진짜 팔문적을 찾어서 가져야 될 사람 같어. 그랑께 이놈이라도 가져 갈라요?”
준서는 오 영감의 손을 부여잡았다. 눈물을 글썽였다.
“받을 자격도 없는 저에게…….”
준서는 연신 머리를 숙였다.
“저는 오 영감님과 여사님께 뭘 드려야 할지…….”
오 영감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우리는 선물을 이미 받았네. 마음도 받고, 눈물도 받고, 많이 안 받았능가?”
준서의 눈이 먼 바다를 향했다(38~39쪽)

현실에서 수하는 돌아올 수 없고, 진본 팔문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준서와 오 영감 부부는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서로 슬픔과 희망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팔문적을 마음으로 발견한다.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슬픔이야 부모로서는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할 상처이지만, 타인과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야말로 이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겨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국가의 폭력과 무책임으로 민중은 생존권을 위협받으면서도 따뜻한 연대 의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민중은 국가 폭력뿐만 아니라 자본의 폭력 앞에도 서 있다.
「콜트스트링의 겨울」은 2007년 악기 제조회사인 콜트 악기 부당 해고에 맞선 복직 투쟁(2019년 4월 복직 합의)을 배경으로 한 역작力作이다. 십 년째 부당한 공장폐쇄와 해고에 맞서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 노조 ‘콜트스트링’의 노동자들은 우울증에 걸리고, 노숙자로 지내다 죽고, 복직 투쟁을 하다가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지금 내가 콜트스트링의 해고자로서 말한다면, 내 역사는 극복되지도 않았고 처참하게 억압당한 거야. 영혼도 없는 역사로 말이야. 자유? 노동의 자유?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그래.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는 강한 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수단이 돼버렸고 우리는 성과사회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어. 그것도 일종의 산업재해지. 해고도 실업도 폭력도 죽음도 모두 산재야. 우리가 자유로운 적이 있었나? 우리 사회는 언제나 우리들의 희생으로 걷고 달리면서 돌아가는 거야. 언제나 우리는 ‘갑’질에 놀아나는 ‘을’일 뿐이거든. 거 봐, 어떻게 됐어. 콜트스트링 업주가 몇십 년간 몇백억씩 흑자 보다가 한 이삼 년 적자났다고 정리해고를 감행한 거야. 법원에서도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판결이 났는데, 결국 필리핀으로 공장을 옮겨 버리고 갈산동에 있는 콜트스트링은 문을 닫아버렸잖아(56쪽).

이처럼 말하는 해고 노동자 윤지는 동료들이 어떻게 병들고 죽어갔는지 지켜보았다. 자신 역시 자신의 신발에 붙인 이름 ‘달로바’를 신고 달로 떠나는 상상을 하며 자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 윤지는 투쟁하며 신었던 신발 ‘콜트로바’를 해고 동료 승우에게 남겨두고 사라지자 승우가 걱정하며 그녀를 수소문하며 찾아다닌다. 그녀는 결국 청와대로 향하는 길거리 집회에 나타나고 승우로부터 ‘콜트로바’를 건네받으며 복직 투쟁을 함께 한다.
신자유주의가 격화되면서 자본은 이윤 추구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인간을 비인간의 상태로 전락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노동자들이 절망의 현실 앞에서 서로 고독과 슬픔을 함께하고, 투쟁의 거리에서 연대하는 희망을 그려낸다.

3. 민중의 정치학

민중이란 자신이 생활의 주체가 되어 행복을 영위하려는 공동체의 평범한 구성원을 말한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의 폭력 앞에서 우리 사회의 민중은 행복하지 못했다. 작가는 국가와 자본이 행사하는 폭력의 기원을 우리의 역사와 정치 상황을 통해 면밀히 관찰한다. 그리고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민중주의 정치학을 제시했다.
「폴아카데미의 생활기록부」는 ‘정실연(정의실천연대)’이라는 시민단체의 회장 후보자들이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하는 ‘폴아카데미’ 교육을 배경으로 우리가 지향할 역사의식과 사회상을 진지하게 고민한 수작秀作이다.
회장 후보자인 준태와 만근은 각각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혹은 수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제주의 ‘4?3’이나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상이하다.

“이 사진은 이승만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까지만 보겠습니다. 보입니까?〈공비 완전소탕 축하대회〉가 열린 제주 관덕정 광장에서 대통령이 도민들을 향해 연설하는 장면입니다. 연설을 지켜보는 도민들도 보이시죠? 이 광장은 도민의 광장이 아닌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광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관덕정 일대의 가두시위대를 구경하던 도민들이 경찰과 미군에 의해 총살당한 광장. 피살의 광장에서, 계엄령 선포로 살해된 도민의 광장에서. 굴속에서, 오름에서, 탄흔지에서, 마을에서 불 타 죽고 총 맞아 죽고 죽창에 찔려 희생된 자들의 부모가 배우자가 자식이 형제가 당숙이 조카가 이웃들이 모인 광장에서. 자국민의 목숨보다 미국의 빵을 중시한 살인 대통령…….”(82쪽).

이처럼 준태는 정치인의 권력욕과 그로 인한 폭력성에 저항하며 확고한 민중 의식을 견지한다. 이러한 태도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온당한 태도에 해당하지만, 해방 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뉴라이트’에게는 과격한 언사로 비칠 것이다. 만근의 관점이 이에 가깝다. 만근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자신의 편을 대거 선거인단에 끌어들이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회장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등 ‘정의’ 없는 권력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결국 두 인물의 폴아카데미 수료 과정을 몰래 지켜본 정중호에 의해 진실이 담긴 관찰 기록(‘생활기록부’)이 정실연 사무국에 제출되면서 만근의 역사의식과 정의 없는 권력욕은 저지된다.
― 김유석(문학평론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조롱하고 협박하며, 폄훼, 왜곡, 멸시, 등한시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래서 썼다.

동료를 적으로 몰아 만세를 외치려는 세태를
권력쟁취를 위해 왜곡을 일삼는 비열함을
아내에 대한 무관심과 어머니에 대한 비정함을
이념에 갇힌 채 허우적대는 사회를
돌아오지 못한 자식을 위한 애절함을
복직투쟁을 위한 해고노동자의 존재가치를…….

글을 쓰기 위해, 또한 쓰면서 해고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서 함께하기도 했고 4?3유적지를 답사했으며 기층 민중들의 삶의 현장도 취재했다. 매체를 통해 배설된 정치인들의 부정한 행태에 분노하면서 썼다.
작품마다 우리 사회가 흘린 편린들을 담았다.
편린과 편린들을 둘러싼 이편과 그편과 저편 그리고 그 너머에 내포된 의미를 서사에 스며들게 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2019년 8월 21일, 해직기자였던 이용마 기자가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 기자가 피안으로 갔다. 적폐를 내몰고 공정한 방송을 위해 투쟁했던 그 기자가 지천명에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적폐들의 비뚤어진 가슴과 입과 머리와 발걸음을 치유하고 바로 할 기회가 왔는데도 건강을 잃고 떠나버렸다. 슬프기만 하다.
그러나 이제는 유언장이 된 당신의 책을 생각한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버킷리스트 1- 팔문적 ○ 007
콜트스트링의 겨울 ○ 041
폴아카데미의 생활기록부 ○ 075
국상 선생이 떠나야 할까 ○ 111
샬롯과 레핀의 여인 ○ 153
학교에 온 삼대 ○ 179
직무유기 ○ 215

해설 | 일상의 윤리와 민중의 정치학 | 김유석 ○ 247
작가의 말 ○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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