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는 왜 신라로 돌아오지 않았나를 풀어가는 허구적 상상력의 파노라마!
물레에서 소설가 우한용의 신작 장편소설 《심복사》가 출간되었다. “혜초는 왜 신라로 돌아오지 않았는가?”란 질문과 상상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내용의 대부분이 혜초의 천축국 여행기로 읽힌다.
주인공의 한 사람인 장장숙은 아버지 장동건의 염려와 걱정 가운데 한국인, 중앙아시아 남성, 인도 청년과 차례로 애정행각을 벌이면서, 혜초의 행적에 허구적으로 관여한다. 장장숙과 고등학생 때 연애를 하다가 맺어지지 못한 장려화는 자신이 쓴 소설에서 혜초와 동시대 인물로 석지심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누이 석지연을 찾아 천축국으로 가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독자는 석지심과 함께 혜초의 천축국 여정을 시작하고, 소설은 석지심이 다시 계림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끝맺음하면서 당나라에 머문 혜초의 선택을 독자가 상상하도록 이끈다.
소설의 초반에서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경박하고 요란한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벌이는 장장숙의 연애 사업, 그로 인해 빚어진 아버지 장동건과의 갈등, 가족의 불화 등이 전개된다. 이러한 소란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려화의 소설을 통해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소설 《심복사》는 혜초의 천축국 여행을 통해 그가 얻은 깨달음에 천착하고 소설적 상상력으로 이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재현함으로써 소설적 형상화의 높은 지점에 이르렀다. 《심복사》는 소설가 우한용의 구도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치열성 때문에 독자를 또 다른 구도의 과정으로 안내한다. 이로써 독자는 《심복사》와 함께 자기 초월을 도모하는 도반(道伴)이 되는, 깨달음의 묘미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