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통일성을 통해 가닿는 시인의 존재론
최근 우리 시조시단이 거둔 귀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이번 시조집은, 원초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서정 양식의 모형을 우리에게 살갑게 보여주면서 안정된 시형 속에서 시인 자신의 생 체험과 진솔한 정서를 정성스레 담아간다.
박옥위의 섬세한 언어는 사물들의 외관과 생태를 그려내는 서경적 필치에서 먼저 제 역량을 드러낸다. 그는 깊은 자연의 심층으로 들어가 사물들의 훼손되지 않은 원형 속에서 가장 신성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아름답게 그린다. 물론 그의 작법이 단순한 풍경 필사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기에 시인은 세계의 부재에 대한 한없는 존재론적 그리움을 얹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풍경 속에 가장 깊은 원초적 지향을 담아내는 언어 형식으로 그는 시조를 택하고 또 쓴다.
박옥위 시조의 핵심은 일상적 순간과 자신의 삶을 기억과 자의식의 힘으로 통합하여 성찰하는 속성에 있다. 커다란 정치 이념이나 질서에 귀속되지 않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경험들을 삶의 보편적 이법으로 확산하여 형상화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박옥위의 고유한 시적 브랜드라고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가 화려한 비평적 조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낱낱 사물들이 품은 시적 비의(秘義)를 발견하고 형상화하는 그의 시적 역량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낼 수 있다. 특별히 어느 시편을 인용해도 좋을 균질성과 낱낱의 심미적 완결성은 그의 시조를 읽는 독자들을 한결 안도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