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2002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찬호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등단 17여 년 만에 펴내는 박찬호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동안 다양한 공저 작품집으로 작품을 선보인 적 있지만, 시인의 오롯한 한 세계가 정확하게 담긴 것은 처음이다. 이번 첫 시집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만 환했다』는 시인의 섬세하고도 서글픈 언어들이 일구는 독백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상을 여미는 사물이나 풍경 따위에서도 시인은 일상적인 눈으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을 포착한다. 그 귀한 장면들과 교환할 수 있는 시 속에는 삶 속의 부재, 미응답, 그리움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림자처럼 따라붙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묵은 상처는 통증의 밀도로 견고해”지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토록 단단해진 상처 위로 시를 써 내려가는 것은 단순히 정서적 포만감이나 감상이 아니라 시가 벗겨낸 인간의 민낯이자 감정의 벌거벗음이다. 그리울 때만 환했던 애틋한 마음을 그러모아 여기,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속삭이는 시인만의 작은 확신이다. “찢겨진 그늘을 간추려 따뜻한 약속을 준비”하는 시인의 지혜는 아주 먼 곳에서부터 차곡차곡 아물어 온 것이겠다. 우리는 이제 홀로 환해져 있는 이 그리움의 순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박찬호 시인의 시가 삶의 여러 관념들 사이에서 한 폭의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