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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나귀 타고

키 작은 나귀 타고

  • 박기섭
  • |
  • 황금알
  • |
  • 2019-08-29 출간
  • |
  • 128페이지
  • |
  • 128 X 211 X 12 mm /172g
  • |
  • ISBN 979118920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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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작품해설

80년대의 외로운 주자에게

80년대 초 ?덧니?라는 제목의 2인 시집을 통해서 박기섭 시인을 처음으로 만났다. 물론 시집을 통해서였고,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첫 만남의 신선했던 충격을 오랫동안 간직하다가 지난 봄에서야 사화집 ?기린봉?에 쓴 ?80년대와 사설시조?라는 글에 그때 읽었던 작품 중에서 ?장작을 태우며?를 언급할 기회가 있었다. 전적으로 필자의 게으름이 낳은 결과였다. 그때 그 글을 쓰면서 참으로 오래 간직했던 묵은 빚을 조금은 갚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첫 만남으로부터 10년동안 일관된 자세를 보여주었던 그의 뛰어난 작품에 대해 필자는 끝내 독자로서 안주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길을 가는 한 사람으로서 마냥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얘기할 의무 같은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정작 실제의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필자는 인색하고 게을렀다. 부끄럽다. 이러한 마음을 그는 이미 간파했던 것인지, 첫 시집의 말미에 이 글을 보태게 하였다. 그래서 다시 10년 전의 생각을 거듭 떠올리게 되었고, 또 그동안 그의 작품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덧니? 중의 한 편 ?철들 무렵?을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병에 담긴 물을 엎질렀을 때 엎질러진 문을 이미 병 속의 물이 아니다.
이 평범한 진리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엎지르질 못한다.

가을날, 눈물을 참는 하늘 또한 그 때문이다.

이미 20대에 이런 생각의 터득을 하였던 그의 시조는 그만큼 기초가 견고하다. 대체로 오늘의 시조가 삶의 테두리 밖에서 노래하고, 표피의 아픔을 다둑이는 것에서 그 소임을 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이란 보호막을 두껍게 내리고 한치 바깥도 외도로 몰아붙이려는 철저한 자세를 허물지 않았다. 그리하여 삶의 얘기는 으레 공허하였고, 진부하였다. ‘평범한 진리’ 속에 시조가 놓여 있어야 한다는 사실, 그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철들 무렵?은 이러한 사실과 결부하여, 시조단의 ‘오랜 잠’을 깨우기 위한 하나의 분명한 작업이 낳은 소산이었다. 지금 읽어도 10년 전 그때의 생각과 조금의 변함이 없다. 또 하나의 작품 사설 ?장작을 태우며?도 마찬가지이다.

마른 장작이 타는 아궁이에선 열대여섯 그 또래 계집애들의 무수한 작은 입술이 모여 째작째작 껌 씹는 소리를 낸다.
태반은 그을음이 되어 혹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지만 개중에도 오래 씹히는 아픔은 남아 양심의 보드라운 재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불티가 튀는 사루비아 꽃밭이다.

반짝이는 재치와 신선한 비유가 돋보이는 사설이다. ‘시조가 젊어져야 한다’는, 오늘의 시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명제를 한 꺼풀 벗겨준 80년대의 목소리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줄로 안다. 오늘의 시조가 일찍이 신인의 재기와 발랄함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신인 부재의 시조단’ ‘상식과 투가 독버섯처럼 무성한 시조단’을 만들고 만 것이다. 장작이 타는 소리를 째작째작 껌 씹는 소리로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 오래 씹히는 아픔은 남아서 양심의 보드라운 재가 된다는 생각, 그리고 거기서 불티가 튀는 사루비아 꽃밭을 발견할 수 있는 예리한 눈이 바로 오늘의 시조가 취해야 할 자세라는 데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20대에 깊은 생각의 터득과 뛰어난 감각의 조화를 시조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앞에 든 두 편이었다. 이러한 작업은 사설뿐만이 아니고 평시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천내동川內洞 가을빛이 옛날에 눈맞춘 너의 눈빛 같다 희망 같다
삭아내린 맹서 같다
단추를 달면서 잠시 망설였던 어느 아침,
선 채로 문득 듣는 물소리도 그렇지만
연륜의 길섶에서 따내 버린 실밥 같다
꿰매는 단추구멍에 얼비치는 눈물 같다.

?천내동川內洞 가을?은 연시조이다. 그런데 여기서 형식상의 새로움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첫 수와 둘째 수의 연결고리가 종래의 시조에서 흔히 보던 의미연결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시각적으로 나타난 연결고리가 콤마(,)라는 점이 돋보이고, 또 두 수를 행갈이 이외에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의도적이다. 그런데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되었다는 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 수 끝맺음의 연결 고리를 풀어 버리고 두 수를 한데 묶어 버렸다. 조금도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없는 하나의 형식을 의도적으로 결구해 놓은 결과이다. 또 하나, 장과 수 모두 반복법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 시조의 특징이다. 특히 첫 수 초장과 중장의 연결을 반복법을 이용해 의미상으로만 가르고, 문맥은 하나의 줄글로 풀어 버려서 화자의 메시지를 보다 더 강조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시조의 형식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일찍이 사설이 평시조의 틀을 해체하였고, 또한 평시조의 본래 모습도 근대에 와서 편의에 의해 굳어진 최소한의 약속일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에 와서 평시조도 갇힌 형식에서 열린 형식으로의 실험과 발전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자각과 실험의식이 없는 시조 창작 행위는 이미 한참 전에 마감했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90년대까지 답습만 거듭되고 있는 데에 시조의 문제점이 있다. ?천내동川內洞 가을?은 내용의 참신함도 물론 돋보이는 가작이지만, 평시조의 형식을 일부 해체하고 하나의 새로운 틀을 시도했다는 데에 주의를 모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아무튼 80년대의 박기섭은 이 같은 실험정신으로 해서 주목받는 시인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이상 언급한 세 편은 80년대 초의 작품이다. 그러면 여기서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90년대 초의 작품 하나를 보기로 하자. 인용하려는 사설시조 ?순진무구를 위하여?는 이미 필자가 ?현대문학? 9월호 월평에서 언급했었던 것을 그대로 옮기기로 한다.

은銀의 쟁반에 잘 씻은 과물들을 담아 들고 가던 ‘순진무구’가 돌을 맞는다. 느닷없이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머리를 다친다 아프게 피 흘리는 ‘순진무구’를 몽매의 구둣발이 와 걷어차고 무지막지의 가죽장갑이 달려들어 마구 몽둥이를 들이댄다
-<개패듯이>

기진한 ‘순진무구’가 나동그라진다 비명도 없이 나동그라지며 은의 쟁반을 버린다 포도에 넘치는 ‘순진무구’의 피를 무수한 흙발이 와 짓밟고 짓밟으며 흩어진 과물들을 와싹와싹 씹어 삼킨다 이윽고 부러진 ‘순진무구’의 꼭뒤를 쇠갈고리로 나꿔채고 황급히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손>

그때다, 수발의 총성이 창을 흔들고 지나간 것은!

초장 ‘개패듯이’, 중장 ‘정체불명의 손’으로 화자가 의도한 긴장의 장치를 숨겨두고 종장에서 수발의 총성으로 풀어 버리는 고도의 수법을 쓴 보기드문 사설시조이다. ‘순진무구’로 강조된 숨은 뜻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긴장도는 사뭇 달라질 수가 있다. 따라서 순진무구를 개패듯이 하는 정체불명의 손이 수발의 총성과 어떤 관계로 놓이느냐에 내용의 비밀스러움을 감추고, 끝까지 긴장의 줄을 조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이 시조에서는 굳이 비밀스러움의 정체를 드러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한 억지 행위를 함으로써 도리어 시적 긴장은 다 풀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초?중장의 비밀 장치를 마련한 화자의 은밀한 미소가 과연 독자에게 어느만큼 전달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쉽게 드러내어서는 안 된다는 화자의 지극히 계산된 긴장미가 시적인 감동과는 별개가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의 세련되고 발랄한 은유의 빛남을 위해서도. 그러나 그의 시조가 사적인 문제를 벗어났을 때 보다 트인 목소리로 울려온다는 것을 여러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은 보다 사변적이며 활달한 상의 전개와 함께 자연스러운 반복법의 한 전형을 도출해내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평?사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모두 한결같다는 데에 그의 장기를 대할 수 있었다. 형식면에서 앞의 ?천내동川內洞 가을?과 유사한 4수 1편으로 짜여진 평시조 ?꿈꾸는 반도?가 그 좋은 예였다.

그냥 산이어선 안돼, 그냥 그런 산이어선
스스로 골짜기를 팬, 그런 속살의 아픔을 아는,
그 온갖 푸나무 자라고 새떼 깃드는 그런 산.

마을과 마을을 감싸고 남북 천리를 달리는,
엔간한 철조망이나 까짓 지뢰밭쯤은 가볍게 발등으로 차버리고 휘달리는 그런 산.

그냥 물이어선 안돼, 그냥 그런 물이어선
스스로 등판을 찢는, 그런 피의 고통을 아는,
수천척 직립直立의 벼랑을 뛰어내리는 그런 물.

무수한 골짝과 골짝 그 무지와 황량을 돌아
적의의 날선 칼을 혀끝으로 다스리며
마침내 스스럼없이 만나 몸을 섞는 그런 물.

통일의지를 노래한 이 시조는 산과 물을 빌려 하나가 되어야 할 민족의 염원을 토로하였다. 즉, ‘그런 산’ ‘그런 물’을 빌려 국토와 민족문제를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직관의 활달함 속에서 반복법이 (그의 많은 작품이 반복법의 효과를 거두는 것을 확인했다) 아주 적절하게 구사되고 있어서 트인 시조의 한 전형을 대하는 듯한 인상이 강렬한 작품이었다. 시조가 너무 사적인 진술에 머물었던 데에서, 삶의 테두리를 벗어난 공허함을 낳았다면 박기섭의 대사회적인 시조가 거둔 성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직관과 직설을 통해서 작품으로 성공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자칫 관념적인 유희에 머물고 마는 예를 우리는 무수히 목격했고, 특히 시조에서는 맹목적인 주의주장에 불과했던 것을 식상할 정도로 보아왔다. 그만큼 역량을 필요로 하는 작법이다. 그런데도 평시조로 이만큼 엮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시적 역량을 보여준 하나의 예이다.
80년대의 시조단에 그가 일궈낸 작업의 일단이 값지다는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그리고 시조의 내일을 밝게 빛낼 것이라고도 믿는다. 이제 그가 지고하고 험난한 90년대의 시조의 빙벽을 오르기 위해 힘주어 박는 견고한 ‘못’질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의 육성 ?못?을 여기 옮기는 것으로 이 글을 끝맺으려 한다.

숱한 담금질 끝에
직립直立의
힘을 고눠
마침내 일어서는
견고한
자존의 뼈
스스로 극한의 빙벽을
이를 물고 버틴다.

못을 친다,
저 생목生木의
건강한 육질을 밀어
그 환한
정수리에
굵은, 대못을 친다
한 시대 처연한 꿈이
앙칼지게 박힌다.

닫힌 저 엄동의
난만한
못통 속에는
끝내
상하지 않고
온전한 야성들이
첨예한 긴장의 한 끝을
서느렇게 벼린다.


목차

1부 꿈꾸는 반도

강동降冬의 시詩·12
그렇다, 독毒은·13
한천寒天·14
관계·15
못·16
꽃밭에서·18
꿈꾸는 반도·19
천년의 하루·20
주일·21
잔을 위한 독백·22
우리 사랑은·23
순진무구를 위하여·24
빛이 때리는 대밭처럼·25
백자白瓷·26
형이상形而上의 시詩·27
환상적·28
일모日暮·29

2부 장자莊子의 물

장자莊子의 물·32
적일寂日 1·33
적일寂日 2·34
산읍山邑 지나며·35
먼 길·36
운구韻句·37
우경雨景·38
불혹不惑·39
편지·40
꽃을 위한 변주·41
봄에·42
대좌對坐·43
빈집·44
옥천沃川 이모·45
사람 한평생이·46
비슬산 그늘·48
뻐꾸기 소리·49

3부 돌에 관한 명상

가시나무는·52
왕지王旨·53
다시 왕지王旨·54
풍뎅이의 죽음·55
돌에 관한 명상·56
파밭에서·58
온달溫達에게·59
옥중에서·60
의자왕의 잠·61
김홍도·62
추상 1·63
추상 2·64
추상 3·65
추상 4·66
추상 5·67
추상 6·68
추상 7·69
추상 8·70
추상 9·71

4부 남향 마루

본리동구本里洞口 1·74
본리동구本里洞口 2·75
본리동구本里洞口 3·76
본리동구本里洞口 4·77
본리동구本里洞口 5·78
절후시편節候詩篇·79
봄비·84
남향 마루·85
목련 한때·86
강물을 보며·87
저녁빛·88
분교 마을에 가서·89
가을 갑사甲寺·90
입산 생각·91
어느 입동·92


5부 천내동川內洞 가을

천내동川內洞 가을·96
장작을 태우며·97
수채화·98
장날·99
한추여정閑秋餘情·100
북평北坪 바다·102
파장·103
점묘법 1·104
점묘법 2·105
점묘법 3·106
가을에·107
하늘 가는 길·108
주렴 그늘·109
춘향가·110
그 자갈빛·112
추정산조秋情散調·113
본리시편本里詩篇·116
풍속도·118
잔치는 끝나고·119

■ 해설 | 박시교
80년대의 외로운 주자에게·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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