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 문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 온 저자의 독보적인 연구 성과가 대중의 언어로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혐오표현의 해악을 구체적인 한국 사례들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규제 일변도의 해법이 가진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대항표현’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혐오표현에 대응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안이다. 혐오표현에 대항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든 시민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홍성수(숙명여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이제는 혐오가 침묵할 차례다!
혐오의 시대에 던지는 철학의 치밀한 말대꾸
혐오표현의 해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는 혐오표현에 대처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전은 더디다. 논의는 아직도 금지냐 허용이냐의 이분법에 멈춰 있다. 이에 저자는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간 대립이 언어철학과 정치철학적 연구에 기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철학적 담론들을 꼼꼼하게 수집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서 주디스 버틀러까지, 수많은 철학자의 응답 속에서 찾아낸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혐오표현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부상한 ‘대항표현Counter Speech’이다.
이 책은 혐오표현 및 대항표현의 정의와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둘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혐오표현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대항표현의 가능성과 당위를 성실하게 모색한다. 그리하여 대항표현이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단순히 철학 개념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혐오표현의 현황과 대항표현의 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때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장애인·여성·성소수자·이주민·난민 등 여러 소수자 집단에 가해지는 혐오표현에서는 그 의도와 작동 원리를 밝히고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비판한다. 혐오표현 피해 당사자·인권운동가·공직자들의 대항표현에서는 다양한 ‘말대꾸’ 방법을 포착하면서, 각 방법의 장점과 정당성을 짚어 준다.
여전히 ‘혐오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혐오발화자들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논리도 제공한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다섯 가지 입장의 양가성을 드러내, 표현의 자유가 혐오표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더 많은 대항표현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혐오표현으로 인해 상처 입은 존엄을 회복하고 증오와 차별에 반격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말대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