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시인의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가 시작시인선 030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전남 담양 출생으로 1992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툭, 건드려주었다』 『UFO 소나무』 『연둣빛 치어들』 『해변주점』이 있으며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제5회 송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는 몸의 울림인 울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의 실존적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시적 여정이다. 시인은 ‘울음’이라는 현상 자체보다는 대상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울음소리’에 주목하는데, 여기서 울음소리가 갖는 상징성은 삶에 대한 자각이나 운명에 대한 부응의 의미로 확장되면서 우리에게 깊은 정서적 충일감을 안겨 준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청각적 심상이 박혀 있어 소리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편들이 도처에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모든 세계의 물질성이 소리로 환원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세계의 모든 사물의 본질이나 운명의 실상이 이상인 시인에게 청각적 질료로 감지되거나 인식되어 들어오고 그것이 곧 영혼의 눈뜸으로 전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인에게 울음과 울음의 증표인 눈물은 영혼의 성장을 뜻하는 동시에 ‘영혼의 눈뜸’을 상징하는 감각 혹은 이미지인 셈이다.
더불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보여 주는 청각적 상상력은 우리의 존재성이 덧없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우주와 공명하여 끝없는 영적 세계로 비상할 수 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 인하여 삶의 덧없음 혹은 절망을 느끼더라도 인간의 흐느낌과 울음이야말로 아름다운 한 세상으로의 승화일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주지시키며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노래한다. 요컨대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는 표4를 쓴 김준태 시인의 말처럼 “푸른 댓잎에 맺힌 물방울처럼 맑고 둥글고 고요”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적 풍경을 제시함으로써, 영혼의 울음소리가 우리 존재의 본성을 일깨워 참된 우주적 존재로 나아가게끔 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