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소설가로 데뷔하여 42년째 글을 써 온 정소성 씨의 문학전집 33권 중 10권이 출간됐다. 작가의 열세 번째 소설인 『사랑의 원죄』는 인간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파괴시키는 여러 요소들과의 대결, 그 대결의 현장에 진정으로 소설이 설 땅이 있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 요소들을 작가는 인간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속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그것이 문학이 아닐는지. 물론 여기서의 해방이란 정치적 의미에서의 그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인 의미이다. 문화적인 의미에서의 인간의 해방이란, 금기와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인간을 보는 가치 중에서 최상의 것으로 존치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을 어떤 금기와 습속으로부터도 해방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을 골치 아픈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홀로 사는 사람을 조금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다중적인 연애를 왜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인간은 혼외연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런 모습인가, 그렇지 않은 것이 자연스런 것인가?
인간의 넓고 다양한 감정의 세계가 일생 단 한 번의 연애와 결혼으로 완전히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거칠고 획일적인 사고가 아닐까?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을 왜 그가 처자식을 위해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자신의 성취와 발현을 위해서 그렇게 직장에 나가서 일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프랑스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젊은이들의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독신주의자가 늘어나는 것을 우리는 그들 사회의 도덕적 타락이라는 시각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소설이 바로 『사랑의 원죄』이다.
정소성의 장편소설 『사랑의 원죄』는 인간의 존재론에 대해 만만찮은 사색과 철학적인 명상을 가한 소설이다. 일견 무심히 써내려 간 듯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소설적 구성과 주제의 전개가 만만찮게 논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하로 되어 있는 방대한 이 소설의 핵심적인 주제는, 인간 존재형식의 개관적인 정형인 결혼생활이 과연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것인가라는 사실의 탐구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 정규웅 「정소성 작품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