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판 머리말
저자도 어느덧 지천명이 되었다. 그간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가친께서 거쳐 가셨던 길을 따라 가면서도 가친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였다. 운이 좋아 법조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고, 가친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대학에서 강의를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시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학계가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실무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학계에도 발길을 끊지 않았던 이유 때문이었을까. 다시 가친께서 평생에 걸쳐 가셨던 길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길이 저자에게는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지도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기존 교과서의 내용과 분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다. 특히 사법시험으로 대변되던 종래의 법학교육이 로스쿨 체제로 변화하면서 법과대학의 법학교육 또한 변모해야만 하게 된 것도 불가피하였다. 종래 이론 중심의 깊이 있는 교과서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판례 분량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가친께 기존 교과서의 분량을 줄이면서도 법학전문대학원생은 물론 법과대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한 새로운 교과서가 필요하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건의를 드렸고, 여기서 이 책이 태동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50여개 성상을 형극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한 길을 걸어오신 가친의 모든 노력이 집약되어 있다. 단지 저자는 여기에 미력을 보탠 것에 불과하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민들의 법적 인식은 물론 독자들의 법지식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학의 내용과 판례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나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결정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도 이에 발맞추어 개선되어야 함은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아래 사항을 유념하며 기술하였다.
첫째, 가친의 기존 견해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부득이 가필할 부분이 있다면 가급적 각주를 활용하여 참고형태로 기술하였다.
둘째, 그러면서도 국민의 법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법률의 개정을 반영하여 부분적으로 내용을 수정하였다. 외국에서의 집행된 형을 필요적으로 산입하도록 개정한 것(제7조)과 심신미약자에 대한 형 감경을 임의적인 것으로 개정한 것(제10조 제2항) 등이 그 예이다.
셋째, 판례의 중요도를 고려하여 최근(2019년 6월)까지의 중요판례는 가급적 책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이론과 실무가 연결되는 지점이 법률가에 의한 법해석이고 그 산물이 바로 판례이므로 판례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급적 판례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다만 부득이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일부를 축약하거나 문맥을 다듬었다.
제2판을 내면서 표현을 순화하고 주장논거를 보완하였으며 판례를 추가·변경하는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하였다. 그 결과 초판보다 20페이지 가량 분량이 늘어나게 되었지만 전체적인 틀이 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초판과는 다소 다른 표현이 있더라도 독자들께서 너른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소망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더 완성도 높은 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마지막으로 초판에 이어 제2판 출간까지 기꺼이 맡아 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안상준 대표이사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울러 책이 완성되기까지 교정과 편집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한두희 대리님을 비롯한 편집부 여러분, 그리고 마케팅팀 장규식 과장님을 비롯한 박영사의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9년 7월
정 준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