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의 내면화와 선적(禪的) 깊이
방순미 시인의 시는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그녀는 가족, 스승, 수미산, 산채를 체험하면서 자신의 정신적 세계를 넓혔다. 그리고 그것을 시화(詩化)했다. 그 외에도 산악인으로서 무수히 많은 곳을 다니면서 겪은 체험을 이번 시집에 시로 수록했다.
방순미 시인의 시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다. 결코 순탄하다고 볼 수 없는 그녀의 삶에서 가족은 어느 면에서 소중하고, 안쓰럽고,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사랑의 대상이다. 원래 가족 구성원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엄청난 업연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몇십억을 헤아리는 세계 인구 중에 몇 명이 선택되어 특정한 조그만 공간인 집에서 가족이란 한 울타리를 형성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딸, 남편,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시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