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 시인의 시집 『비록 구름의 시간』이 시작시인선 029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전남 광주 출생으로 2004년 시집 『달콤한 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열린시학』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청동울음』, 평론집 『스프링시학』 『다양성의 시』, 연구서 『반복과 변주의 시세계』가 있다.
시집 『비록 구름의 시간』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서 자기를 ‘타자화’하려는 시도가 시집 곳곳에서 드러나는 점을 미루어보아 이전 시집들과는 분명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시집 『달콤한 독毒』의 경우 가족이나 생활과 같은 기성 제도로부터의 탈피를 도모하는 시편들이 주를 이루었고, 두 번째 시집 『청동 울음』의 경우 제유의 방식을 통하여 자기 확인 과정에 들어갔다면, 이번 시집은 실존이라는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이점을 보여 준다. 해설을 쓴 윤의섭 시인의 말처럼 자기에게로 파고들어 간다는 것이 “확인, 긍정과 부정의 수긍, 인정, 다짐, 유지나 변화로 이어지는 끌어안기와 나르시시즘의 행로”라고 볼 때, 박수빈 시인은 이 모든 과정을 거부하고 “‘자기 세계’를 만드는 방향을 선택”한다. 여기서 핵심은 자기부정과 현실 비타협을 통해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이다. 과거의 결핍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시의 기조가 되며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시간”을 창조해 낸다. 예컨대 시인은 과거의 사랑, 결핍 상실 등에 변별적 시간성을 부여함으로써 전환된 현실, 새로운 현실이 가능해지도록 기꺼이 진실된 언어의 심부름꾼이 된다. 박수빈의 시는 진정한 삶이란 결국 ‘자신’으로 태어나 ‘자신이라는 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질 때에야 드러난다는 걸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