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시인의 시집 『물의 식도』가 시작시인선 0295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61년 대구 출생으로,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저서로 시집 『위대한 표본책』 『내가 세우는 나라』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시 창작 이론서 『현대시창작백과』가 있다.
시집 『물의 식도』는 이승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서, 시인이 존재의 물리적 유한성에 천착하여 인간 실존의 불가피한 형식을 ‘고요함’과 ‘그리움’의 정서로 풀어낸 시집이다. 이승주 시의 특성은 모든 사물이 일정한 시공간 속에 존재하다가 그 물리적 유한성으로 말미암아 사라지거나 소멸하는 것을 증언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자연 상관물을 통해 유한적 존재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도 찰나에서 영원을, 삶의 덧없음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찾으려 한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음으로써 결핍과 부재의 자리를 아름다운 시어들로 가득 채운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집 『물의 식도』에 대하여 “미적 충일도와 긴장감이 밀도 높게 구현되어 있는 결과”이자, “시인이 지향하는 고요하고 깊고 성스러운 것들의 충실한 거처”라고 평했다.
우리는 시집 『물의 식도』와 마주하면서 시인의 “원체험原體驗”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인 자신의 가족사나 유년 시절의 원체험이 깊은 침잠과 고요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이번 시집의 미학적 결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함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우물”과도 같은 그의 시편들은 해설의 말처럼 “융융하고 가없이 아름다운 세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