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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 벡도리-스타인
  • |
  • 마시멜로
  • |
  • 2019-07-22 출간
  • |
  • 500페이지
  • |
  • 145 X 215 mm
  • |
  • ISBN 978894754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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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어느 날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사실 이것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근무하는 일입니다”

이메일 한 통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있다면 과연 믿겨질까?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끔찍이도 싫고 아무도 읽지 않을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이 반복되는 백수의 나날을 보내던 중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일해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회사에서 타이피스트를 뽑는다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백악관의 속기사를 뽑는 공고였던 것이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의 시작이자, 모두 이 책의 저자 벡 도리-스타인이 실제 겪은 일이다. 단기 교사를 비롯해(그는 한국에서도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살아가던 스물여섯 그녀의 생활은 대통령과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와의 생활로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눈 떠보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백악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백악관에 들어간 날부터 5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백악관 동료들과 함께한 풍경을 세밀화로 그려내기 시작했고,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완성해냈다. 그녀만의 통통 튀는 유머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백악관 이야기가 또 있을까?
주의: 이것은 당신 아버지 세대의, 검은 음모로 칠해진 백악관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적 암투와 공작, 검은 음모와 계략, 엄숙하고 무거운 공기. 백악관과 그 안의 분위기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하자면, 남자들의 이야기. 벡 도리-스타인이 그려낸 백악관에는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속임수와 술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주변의 눈초리에도 아랑곳 않고 핑크 슈즈를 신고 자신의 방식으로 일하고 우정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백악관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콤하고 따뜻하며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되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접한 백악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기야, 백악관 생활도 여느 직장 생활과 다르지 않은 점이 한두 개는 있지 않겠는가. 처음 만난 동료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시간과 함께 자연스레 우정이 싹트고, 그중 누군가와 썸을 타고 연인이 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 눈코 뜰 쌔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기대와 설렘, 실망과 상처 사이에서 하루하루 성장해간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에서 벌어지지만 오히려 특별하지 않아서,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청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가 책의 한쪽 면이라면, 다른 한쪽 면은 그녀와 발걸음을 함께하는 세계 여행기 또는 오피스 드라마다. 인도, 캄보디아, 버마, 탄자니아,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멕시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떠나는 출장길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모든 직원과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TV 화면에서 보던 모디 총리, 아웅산 수찌, 조지 W. 부시의 모습이 아닌 진짜 캐릭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교도소를 방문한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며 느낀 감정,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잔혹한 테러 현장에서의 슬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저자의 시선은 위로 향하는 동시에, 옆과 아래도 빼놓지 않는다. 한 개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십 명의 직원들, 보통 회사원처럼 퇴근 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 없어서 안 되는 역할이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백악관 내 사람들도 놓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는 주목받는 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 모두에게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글로 써내려 가는 재주를 가졌다. 이 이야기가 진짜인 이유다.

[책 속으로 이어서]
1월이 끝나갈 무렵,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2014년을 행동하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한다. 의회 앞에서 대통령은 “제게는 펜도 있고 폰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는 펜과 기업가들 및 정계 외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 폰을 이용해 목표하는 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말-옮긴이). 나는 늦은 저녁 속기사 사무실에 앉아 대통령의 말을 타이핑하면서 깨닫는다. 나도 역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 발바닥 파열

“나의 대통령 임기는 이제 4쿼터에 접어듭니다. 흥미진진한 장면은 4쿼터에 나오기 마련입니다.”
마지막 쿼터에서는 나태하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나는 부지런히 외곽슛을 쏘고, 리바운드를 잡고, 공을 가로채고, 블로킹을 하고, 반칙을 당해 자유투를 얻고, 종료 버저가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뛸 준비가 돼 있다. 언젠가 마이클 조던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들은 간절히 소망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든다.”
자, 이제 시작이다.
- 리더,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는 자유란 “매일매일 수도 없이 보잘것없고 사소하며 대단치 않은 방식으로 진심으로 타인을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는 비록 샘과 아멜리아를 배신하고 가짜 우상에 속아 넘어갔을지라도 여전히 타인을 걱정하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껏 오빠와 여동생을 진심으로 도와준 적이 얼마나 많던가? 친구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기꺼이 도와주지 않았던가? 나는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 그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사소하고 대단치 않은 방식으로 희생할 줄 안다.
나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왜고니어가 집 앞 진입로로 들어설 때 생각한다. 그래, 나는 ‘마음을 다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 지금까지는 찌질이, 멍청이였지만 얼마든지 더 나아질 수 있어. 더 나은 인간이 될 거야. 지금 당장은 모든 게 혼란스럽고 엉망이지만 그래도 난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호프 말이 맞다. 난 최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스태플 싱어즈의 말도 맞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길 원한다면 먼저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 우리는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벡은 글을 써요. 글 쓰는 재능이 있어요.”
“와, 진짜 글을 쓰시는구나.”
“뭐, 조금요.”
모두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간신히 대꾸한다. 레일라가 말한다.
“있잖아요, 전 하루 종일 망할 남자 자식들이 우글대는 상어 탱크에서 일해요. 만일 당신이 남자라면 자신이 작가라고, 미래의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고 있다고 대답할걸요. 당신이 글을 쓴다면 당신은 작가예요. 그리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돼요.”
- 우리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

속기사실에서 일하다 꿈을 좇아 떠난 옛 동료 루카스에게 전화를 건다. 우리는 만나서 커피를 마신다. 루카스는 내가 자랑스럽단다. 4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야무지고 강해 보인다고. 눈빛이 더 또랑또랑해졌다고.
“장래성도 없는 그 일 언제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할 거예요?”
루카스가 묻는다. 그는 날마다 꿈을 향해 달릴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도 그럴 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집에 돌아와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침대로 들어간다. 루카스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나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언제 나아갈 것인가?
- 화려한 파티복 뒤에는

“벡, 나는 제일 친한 친구가 죽는 걸 지켜봤어.”
노아는 작년 10월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직원이었다.
“엉뚱한 일로 상처받으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 너를 울리는 사람들에게 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 그들에게선 네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없어. 그러는 사이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만 놓치게 돼. 내가 하고 싶은 얘긴 그거야.”
- 30대에 입성한 걸 환영해
“그래, 맞네. 둘 다 진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지. 항상 책임감 있게 어른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나는 이렇게 대꾸하며 두 사람과 차례로 맥주병을 부딪친다. 노아가 유리로 된 커피 테이블에 맥주를 내려놓고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천천히 힘을 주어 말한다.
“어른다운 결정이라니까 하는 말인데, 언제 이딴 일 그만두고 글쓰기 시작할 거야?”
보잘것없는 내 글쓰기 얘기가 나오니 내밀한 뭔가를 들킨 기분이다.
꼭 노아가 내 방 서랍장의 제일 위 칸을 열어본 것 같다.
“그래, 꼬맹이 아가씨.”
테디가 하이프맨(hype man, 힙합 공연에서 메인 래퍼를 옆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옮긴이)처럼 옆에서 거든다.
- 이딴 일 그만두라고


목차


속기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010
한국의 독자들께 012
프롤로그 _ 이곳은… 015

제1막 ㆍ2011?2012 019
인생의 점들은 나중에 연결된다 / 한식구가 된 걸 환영합니다 / 풀 기자단과 함께 / 버자이언트 / 떠들썩한 정장 군단 /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 따로 또 같이 / 큰 꿈을 꾸어라 / 날쌘돌이 전략가 / 위를 올려다보라 / 지독한 슬픔의 물결

제2막 ㆍ2013 135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 희망과 변화 / 해를 뒤쫓아 날아가며 / 우리 삶의 매듭들 / 빛의 삼각형 / 물 마시면 안 돼요 / NG 모음 / 꿈꾸던 일을 행동으로 / 지금 우리의 단락을 올바로 써야 한다

제3막 ㆍ2014 237
발바닥 파열 / 상처 / 기도가 소리로 이뤄져 있다면 / 모든 게 다 있는 여자 / 트리플 보기 / 마음속의 수학 문제 / 나는 호프를 믿습니다 / 침몰하는 배

제4막 ㆍ2015 315
리더,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 / 앞날을 위해 건배 / 깨어나, 일어나 / 가짜 친밀함 / 어메이징 그레이스 / 선(善)을 향하여 / 스완 송 / 1루타, 2루타, 그리고 삼진아웃 / 우리는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제5막 ㆍ2016?2017 393
우리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 / 연애 사업 컴백 / 다시 엉망이 되다 / 화려한 파티복 뒤에는 / 모든 게 정당화되는 영역, 사랑과 전쟁 / 30대에 입성한 걸 환영해 / 펄스 / 낯선 것과 마주하기 / 나의 버저비터 / 이딴 일 그만두라고 / 변함없이 해는 뜬다 / 자신의 일에 집중하십시오 / 마할로 / 끝이 다가오
지 못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

에필로그_광대를 들여보내주오 487
감사의 말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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