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색채의 소설가 변영희
“선생님 소설은 언제 쓰세요?”
“글쎄... 내가 세상에 못한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을 때이지 않을까?”
수줍음을 감추고 먼 곳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답하는 그녀의 한마디는 순백의 하얀 눈을 연상케 한다.
온화하지만 정제되어 있는 시선, 배려 깊은 언어지만 그 속에 감춰진 날카로운 선율,
그녀의 언어와 사유는 다채롭지만 신비한 색깔들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감성을 색채로 규정한다면 그녀는 팔색조의 그것을 소유한 다감각의 소설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혼돈과 미로라는 단어 속에 갇힌 주인공의 방황에서 시작된 이 소설집은 결국 타인의 죽음을 견뎌내는 외로움이란 단어로 막을 내린다. 연작을 염두 하여 쓰진 않았지만 8편의 소설은 마치 연작인 듯 오묘한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이 작품들은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고 또 타인의 죽음을 견뎌내며 다시금 죽은 자들을 그리워하는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존재임을 각인시킨다.
“욕조 안이 좁다고 아우성치며 이리저리 헤엄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배를 허옇게 뒤집은 놈들도 있다. 다양한 어족들이 욕조에 반 이상이나 채워져 있다.”
-?고래 춤추다? 중에서
이 단편들은 독자들에게 슬픔의 어두운 잿빛 속에 감춰진 희망에 대해 역설한다. 작가 특유의 언어로 저 마다의 다채로운 빛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소설의 화자는 ‘나의 불빛이, 자기만의 방이, 한 사람의 인간이 그리워진다.’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언어를 빌려 삶의 고뇌와 외로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독자를 가두기도 한다.
결국 작가는 ‘반복되는 어둠과 빛은 우리가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양면의 날개’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빛과 희망만 있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인 것만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현실 인식을 색채감성을 통해 다시금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