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이후 16년여 만에 펴내는 정은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방바닥이 속삭인다』가 문학의전당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노동하는 삶의 자리와 현장을 오고가며, 인간이 견뎌야 할 고통과 숙제를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냈던 정은호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노동의 뒤꼍, 일상생활의 서사’를 가지런히 내놓으며, 삶에 또 다른 리듬을 시로 선사한다. 노동의 ‘몸’으로 읽어내는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경계 속에서 시인은 일상성의 아름다움과 서늘함을 동시에 끌어당기며, ‘방바닥의 서사’를 불러온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놓여 있으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이야기를 화두로 시인은 노동자의 얼굴도 잃지 않는다. 또, 고향에 대한 정서를 호출하며, 이와 동시에 뒤꼍으로 흘러갔던 이야기를 포착한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 속에서 함께 커왔던 형제들과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금 회상하며 녹이 슨 시간을 다시금 끌어안는다.
해설을 쓴 오민석 시인은 “정은호 시인이 그리는 자본?노동의 큰 그림은 노동현장이라는 공적 공간과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의 일상 외에도 ‘가난의 역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도 드러난다”라고 말한다. 이 지점이 이번 시집에서 더 풍성하고 웅숭 깊어진 시인의 세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일상성이라는 작은 이야기들로 이 무시무시하고도 거대한 이야기를 건드리고 있”다. 우리는 정은호 시인의 시편들로 하여금 굴절되고 반사되는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눈부시도록 아픈 것이거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겠다. 이 시집의 관건은 시인의 이 작은 이야기가 어떻게 세계를 향해 솟구쳐 나가는지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