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인간 노정례’의 이야기를
아들의 눈으로 진솔하게 담아 낸 스토리텔링 시집
오십이 한참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아들이 어머니에 대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와 만나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몰랐다. 어머니이니까 당연히 어머니려니 생각했다. 어머니는 왜 그렇게 일하고 또 일하셨는지, 왜 그렇게 참고 견뎌 내셨는지, 어머니의 어린 시절은 어땠으며, 어머니에게 자식이란 무엇인지,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사셨는지, 어머니의 꿈은 무엇인지... 묻지도 않았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랜 망각에서 깨어난 듯, 이제라도 저자는 망각의 강을 거슬러 기억의 흔적을 찾아 항해를 시작한다.
어머니의 이름은 노정례. 1956년 나이 스물에 완주군 화산면 상와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남편은 일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했고, 술과 노름에 빠져 오랫동안 방황했다. 집도 날아가고 논과 밭도 날아갔다. 남편의 지독한 방황은 가난을 부추겼지만, 가난과 투쟁하며 오 남매를 키웠다. 마지막 남은 산비탈을 파서 황토밭을 만들고, 일하고 참고 견뎠다. 힘들었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 행복했다.
이 책은 아들 임학순(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문화정책 전문가)이 지난 2년 동안 어머니 및 오 남매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만든 스토리텔링 시집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인간 노정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소원했던 오 남매는 어머니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쏟아냈다. 서로 모르는 기억도 많았고,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했다. 그녀는 어머니이기 이전에 사랑받는 딸이었고, 아내였고, 며느리였다. 이 시집에는 그런 어머니의 투쟁의 삶, 기도의 삶, 창조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인간 노정례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이 시대 어머니의 이야기이며, 가족 해체의 시대에 사라지고 있는, 그래서 더욱 보존해야 할 가족의 유산이다.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온 한 인간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와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키워드: 어머니, 여성, 가족, 삶, 인생, 생애사, 스토리텔링,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