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에서 고구려의 영토 범위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져왔음에도 현재까지 교과서에 실린 영토 범위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나 연구자들은 쉬지 않고 다양한 근거 자료와 사료를 동원하여 고구려 강역(疆域)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대와 친일’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되는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란은 한국 고대사의 강역 문제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더구나 그것이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 정책과 만나면 더욱 첨예한 갈등이 일어난다. ‘친일사학’이나 ‘사대사학’을 거론하며 기성 역사학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재야 사학자나 연구자들을 향해 얼마 전부터 ‘유사사학’이나 ‘사이비사학’ 같은 거친 용어까지 써가며 소모적인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양쪽의 오랜 연구 성과는 서로 공유되거나 인정되지 않고 반박이나 비하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고대사의 결정적인 의문들을 풀기는 요원해 보인다.
2003년 9월, 중국의 동북공정을 언론을 통해 맨 처음 고발하며 중국이 시작한 역사왜곡과 그 의도를 세상에 알린 동아일보 이정훈 기자가 2009년 쓴 『발로 쓴 反동북공정』 으로 동북공정의 정확한 실체를 밝힌데 이어, 이번에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 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라는 책을 출간한 것도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해 고구려의 강역과 고구려의 위상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 끝에 얻어낸 귀한 성과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남북한의 통일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 중국내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과 통일한국의 ‘거대한 연대’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를 가진 정치적인 술책이라면 이제 동북공정에 대항하고 동북공정의 성공을 막기 위한 한국의 정확하고 정교한 고대사 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더불어 통일한국으로 나아가는 현재 남북한 역사학계의 한국 고대사에 대한 인식 또한 다른 부분이 많아 본격적인 한중일 역사전쟁이 시작된다면 과연 어떤 논리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침략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성 사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사관을 고집하고 있으며,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항하고 극복할 수 있는 한국사의 정립에는 등한한 것이다.
기자는 새로운 책의 서문을 통해 “학자가 아닌 기자가 썼으니 부담을 갖지 말고 한·중·일 역사학자들은 기자의 주장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한다. “기자는 학자가 연구해서 발견한 것을 전달하는 일을 하지만, 가끔은 기자가 던진 의견이 연구의 단초를 만들기도 한다”며 기자의 시각으로 취재하고 연구하여 써내려간 『고구려의 국제정치 역사지리 - 기자가 쓴 단군 이래 최대 역사 분실 사건』을 통해 동북공정에 대한 역사적이고 논리적인 반박을 하고 있다.
학자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동북공정을 폭로했던 기자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려사가 옳으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기자가 역사를 상대로 탐사취재를 했으니 학자들도 한 번 해보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기자는 “부디 학자들은 기자의 이 도전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기자도 명예를 걸고 추적을 했기 때문”이라며 외면이나 무시보다는 비판할 건 비판하고 공유할 건 공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