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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과속하지않는다

미인은과속하지않는다

  • 이춘해
  • |
  • 다차원북스
  • |
  • 2014-03-07 출간
  • |
  • 280페이지
  • |
  • ISBN 9788997659364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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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
해프닝
그녀의 우상
해바라기 양장점
하얀 독백
누구한테 시집가라고
의처증
엄마의 넋두리
별난 여자
알레그로 콘 브리오

도서소개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에는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걸쭉한 입심과 사실적 묘사가 특징이다. 일부 무분별한 상류층의 허세와 교만을 마음껏 비웃기도 하고, 고달프고 애환 많은 서민들의 삶을 눈물이 있는 웃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걸쭉한 입심과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인 10편의 작품!

1+1의 빛깔이 아니라 1×1의 빛깔이기에
작가 이춘해 안에서 둘이 아닌 하나의 모습으로 결합한다.

여러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대화와 수사가 곧 이춘해라는 말이다. 짐짓 우아한 손짓을 해보이다가도 갑자기 천진한 웃음을 쏟으며 조금 전의 우아함을 한순간에 지워버리는 소탈한 인간이 이춘해다.
한껏 오만한 여성의 눈빛이다가도 가만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장난꾸러기 사내 녀석이 열 명이나 산다.
세상의 위와 아래, 좌와 우를 폭넓게 아우르면서도 그의 감성은 매우 소박하고 친근하며 마침내는 우리를 가만히 흔든다. 끝내 만나거나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그것이 삶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는 이치를 그의 모든 소설에서 작가 자신의 독특한 질감과 더불어 잘 드러내고 있다.
- 구효서(소설가)

일부 무분별한 상류층의 허세와 교만을 마음껏 비웃기도 하고,
고달프고 애환 많은 서민들의 삶을 눈물이 있는 웃음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는
따뜻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

작가 이춘해가 첫 번째 소설집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이춘해 작가는 장편소설 『나의 날개로 날고 싶다』와 『가슴의 핀 꽃』을 출간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단편집을 먼저 내는 것에 반해 조금 특별한 경우라 하겠다.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에는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걸쭉한 입심과 사실적 묘사가 특징이다. 일부 무분별한 상류층의 허세와 교만을 마음껏 비웃기도 하고, 고달프고 애환 많은 서민들의 삶을 눈물이 있는 웃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요 작품 소개와 본문 인용은 살펴보자.

▶ 표제작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는 아프리카와 미국, 한국을 배경으로 한 중년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섬세하고 담담하며 은근한 터치가 덧보인다.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성인 소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다가스카르에 다녀온 지가 언제지? 오늘따라 바오밥이 몹시 그리운 건 그 사람 때문인지도 몰라. 그림자만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자네에게도 있나? 눈을 감고도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 오늘은 유독 그 사람이 보고 싶어. 바오밥 같은 여자지. 작지만 아주 큰 여자! 당당하고 열정적인 여자! - 본문 중에서

*

▶ 「해프닝」은 약혼식장에서 있을 수 있거나,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코미디처럼 재미있게 쓴 작품이다. 「미인은 과속하지 않는다」와 매우 대조적인 이 작품은 작가의 다분한 끼를 엿보게 한다.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웃는 것으로 에너지를 소진할 것 같다.

성애는 마음에 없는 웃음까지 지으면서 술을 따랐다. 속으로는 욕을 했다.
‘살쾡이 같은 인간이 사돈도 몰라보고……. 내가 무슨 기생이야?’
종식은 한층 기분이 좋아졌다. 성애를 추켜세운다는 게 숫제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아따, 우리 사돈 마님 술 따르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요잉.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따르 는 것이 어디서 많이 해본 솜씨구만! 77번 미스 킴?” - 본문 중에서

*

▶ 「해바라기 양장점」은 풍요로운 문명시대를 살고 있는 화자가 그녀의 성장기였던 산업화 시대로 돌아가 함께 살아온 세입자들의 삶을 푸근하게 엮었다.

양장점 아주머니는 좀 원시적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병원에 가는 법이 없었다. 몸이 아프면 무조건 고약을 붙였다.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도무지 고약으로 나을 것 같지 않은 안질에 걸려도 눈두덩에 고약을 붙였다. 약국에서 파는 고약이 아니라 사제였다. 아이들도 고약의 신비를 절대적으로 믿었다.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그곳에 고약을 붙이기도 했다. 고약의 신비를 믿는 것도 신기했지만 머리에 고약을 붙이고 학교에 가는 것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양장점 식구들은 아플 때마다 고약을 붙였기 때문에 매일 누군가의 몸에 고약이 붙어 있었다.
몸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 소 뼈다귀를 고아 먹었다. 아주머니 입에서 어지럽다는 말이 나오면 다음 행동은 소머리뼈를 사오는 것이었다. 머리뼈가 이빨을 드러내고 솥 안에 앉아 있는 풍경은 당시 내 눈으로 확인한 가장 엽기적인 것이었다. 나는 솥뚜껑을 열 기미가 보이면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렸다. 양장점 아이들은 달랐다. 그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 ‘흠, 냄새 좋다!’ 하면서 싱글거렸다. 초벌이 끝나면 뼈를 건져내 살코기를 뜯어먹었다. 머리뼈를 가운데 두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살코기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아주머니는 눈알이 맛있다고 했고 영자 언니는 골이 맛있다고 했다. 식구들 입술은 반질반질하고, 경사가 드러난 머리뼈는 구멍 뚫린 미끄럼틀 같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앞 다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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