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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화살표

오키나와의 화살표

  • 오승철
  • |
  • 황금알
  • |
  • 2019-05-30 출간
  • |
  • 96페이지
  • |
  • 129 X 211 X 9 mm /116g
  • |
  • ISBN 979118920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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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섬에서 섬으로 떠도는 魂
전쟁은 수없이 많은 침묵을 생산한다. 할 말이 많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침묵이다. 울고 싶어도 함부로 울 수 없는 영혼이다. 힘없는 나라에서 목숨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정신과 육체가 뿔뿔이 흩어져 발밑이 아닌 머나먼 타국까지 흘러간다. 인간은 죽을 때 혹은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을 가진다. 한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그 자리에서 썩어서 거름이 되고 다시 나무의 잎으로 피어나는 자연생장의 이치와 닮았다. 그러나 전쟁은 육체와 정신, 고향과 가족까지 단절에 이르게 한다. 단장(斷腸),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이다. 이것이 인간인가 질문하게 만든다. 인간의 욕심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타락하거나 군림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것이 부조리의 습성이다.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하는 짐승의 본능과 다를 바 없는 것, 부조리가 아니고서는 전쟁을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은 멈췄지만 오랜 세월 망망대해를 떠돌며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는 영혼들이 있다. 전쟁이 남긴 부표들. 섬에서 섬으로의 유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바다엔 아리랑이 부서진다
칠십여 년 잠 못 든 반도
그 건너
그 섬에는
조선의 학도병들과 떼창하는 ※후지키 쇼겐

마지막 격전의 땅 가을 끝물 쑥부쟁이
“풀을 먹든 흙 파먹든
살아서 돌아가라”
그때 그 전우애마저 다 묻힌 마부니언덕

그러나 못다 묻힌 아리랑은 남아서
굽이굽이 끌려온 길,
갈 길 또한 아리랑 길
잠 깨면 그 길 모를까 그려놓은 화살표
?
어느 과녁으로 날아가는 중일까
나를 뺏긴 반도라도
동강난 반도라도
물 건너 조국의 산하, 그 품에 꽂히고 싶다

※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소대장으로 참전했으며, 조선학도병 740인의 위령탑 건립과 유골 봉환사업에 일생을 바쳤다.
-「오키나와의 화살표」 전문

전쟁 말기에는 두 가지 감정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불안과 희망이라는 두 얼굴이다. 시간의 포로가 되어 들숨 날숨이 위태로울 때, 타국에서 고국으로의 귀국은 말할 수 없는 부푼 기대감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쟁은 마지막까지 비극의 편에 섰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징병 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학도병들. 그들을 이끌고 있던 일본 소대장 후지키 쇼겐. 그에게는 다행히 인간적인 면이 남아있었다. 조선학도병들이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가길 바란 것이다. ‘풀을 먹든 흙 파먹든/ 살아서 돌아가라’고 했지만 결국 740명의 조선학도병은 고향 땅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오키나와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 후지키 쇼겐은 그 후 조선학도병 740인의 영혼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썼고, 결국 자신도 제주의 한 사찰에 안치되었다.
오키나와의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었던 것도 불안의 좌표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의 이정표. 그 끝이 가리키는 곳이 ‘마부니 언덕이’ 아니기만을. 그러나 전쟁 말기에 화살표란 아슬아슬하게 굴러가는 고장 난 차에 붙은 계기판과 다를 바 없다. 방향을 상실하고 ‘아리랑이 부서지’는 바다에 불시착하고 마는. 아직도 진행 중인 과녁은 ‘나를 뺏긴 반도라도/동강 난 반도라도’ 괜찮다고 그저 조국에 닿기만을 애원한다.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 그곳에 뼈를 묻고 싶은 민족이라는 애상(哀傷), 그 비애미를 정곡으로 찌르는 화살표가 아직 오키나와를 가리키고 있다. 오키나와뿐 아니라 여전히 한국 땅에 발을 내딛지 못한 령들이 아직도 울고 있다.

삼천리 적막강산 바람 타는 윤노리 나무
그 몸에 가락가락 윷가락이 없었다면
금이 간 반도의 허기
누가 달래줬을까
-「윤노리 나무」 부분

단둥과 신의주 사이 뚝 끊긴 철교처럼
삐걱이는 이 환상통아
팔 떨어지겠어
압록은 어디로 뜨고 가을만 흐르는 강
-「압록강 단교(斷橋)」 부분

어느 변방에도 반골의 기질은 있다
누가 바꿔 살게 했나,
한라산아 백두산아
유목의 서러움 같은 방언들은 떠돌아
-「아스」 부분

강아,
두 아들도 국경 너머 보낸 강아
타관객리 한 생애 일송정 돌아들면
비암산 한 자락 끌고 혼자 가는 해란강아
-「낙장불입 2」 부분

공간은 민족성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거시적 공간, 즉 한 나라가 갖는 의미는 한민족의 공동체적 특질을 나타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그 본질까지 무너진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민족이라는 개념은 전후 시대의 사람들과는 다른 형태의 빛깔을 띠고 있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인한 당연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하나의 감정으로 묶어두었던 ‘민족성’이라는 단어는 서랍 깊이 잠들어 있다. 단절된 민족의 한은 구태의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을 끄집어내는 사람이 시인이다. 역사는 기억에서 멀어지면 다시 되풀이되는 나쁜 습관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금이 간 반도, 삐걱이는 환상통, 유목의 서러움 같은 방언들, 혼자 가는 해란강’은 온갖 통증을 동반한 산하거나 사물이다.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 역사는 살아있는 자의 슬픔이라고 했던가. 언젠가는 기억조차 못 할 서러움의 강이고 허기로 가득 찬 울부짖음이다. 인간이 겪는 상처는 함께 살아가는 대상인 자연물에도 해당한다. 전쟁은 모든 것에 생채기를 남기는 까닭이다. ‘금=삐걱이는=서러움=혼자’가 되는 과정이다. 현시대에서도 ‘금’은 여전히 존재한다. 마음의 금은 현 사회에서도 중요한 단절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금은 균열된 인간성을 대변한다. 갈라지기 시작하면 금세 멀어져 회복하기 힘들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의 ‘금’은 갈라진 역사의 환상통을 해결할 때 자생력을 가질지도 모른다.


목차


1부 유행가 한 리어카

꿩꿩, 장서방·12
압록강 단교斷橋·13
오키나와의 화살표·14
낙장불입 2·16
아스·17
쇠별꽃·18
4만 원·19
윤노리나무·20
두이레, 열나흘 굿·21
다시, 봄·22
만덕 객주·23
마삭줄꽃 불러들여·24
어느 저녁·25
세화오일장·26

2부 온 들녘 꿩 풀어놓고

꽃타작·28
꿩, 엎지르다·29
3일 평화·30
곱을락·32
어느 봄·34
임씨 올레·35
꿩꾹이·36
꿩을, 풀다·37
꿩·38
꿩 꿩·39
꿩꿩, 푸드덕·40
그러니까, 봄·41
북향화·42

3부 멧밥에 숟가락 걸듯

위미리·44
추석날 위미리는·45
서귀포·46
대설·47
걸명·48
남극노인성·49
막사발 하나·50
어느 카메라·51
목포항·52
유달산 낮 12시·53
팔공산·54
인사동·55
봄은 오고 꽃은 피어·56

4부 베갯머리 송사 같이

쇠뿔에 등을 걸고·58
천지간·59
해녀의 섬, 우도·60
유구무언·61
으아리꽃·62
월하정인·63
그래봤자·64
쓸데없이·65
노을새·66
석파시선암·67
가랑잎 성당·68
본전·70
선흘리 먼물깍·71
안건·72
어떤 연애질·73

■ 해설 | 김효선
긴 침묵과의 대화, 령靈과 혼魂·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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