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틈새를 보는 눈의 깊이와 넓이
신은현의 시편들은 우리가 늘 만나는 삶의 풍경의 서경적 시점에서 서정적 시점으로 옮겨 가는 길목에서 만난 시들이다. 망원경의 시점과 현미경의 시점이 동원된, 주변에 일어나는 자연과 풍경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되는 생각의 탄생이자 정서의 공유다. 현상과 대상의 틈새로 보내는 시선의 깊이와 넓이로 펼쳐내는 묘사 자체가 그의 사유가 된다. 즉, 풍경 속 풍경을 읽는 일이다. 풍경 안에서 자연과 대화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를 한다. 그래서 그에게서 그의 공간은 시간이면서 생각이 된다.
신은현 시인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담백한 응시다. 시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막연한 감정으로 하는 ‘말 빚기’가 아니라, 실제적인 물증에 근거해 이야기하듯 펼치는 담담한 진술이다. 구체적인 형상을 딛고 사고의 확장을 보여준다. 관찰을 통해 깨닫는 것은 세속적인 것들의 장엄함이라 했다.
신은현의 시는 착한 눈으로 응시한 착한 풍경, 착한 서정이다.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나고 지는 것처럼 우리의 인연이 피고 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생의 여정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