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정광모의 두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감식』은 위폐를 퍼뜨리려는 자와 그를 추적하는 자의 첨예한 진실공방을 통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물신의 허위와 진짜배기 삶을 ‘감식’해낸다.
“위조지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말이야, 사람의 욕망을 밀어내는 심장박동이 들려.”
사모펀드 MT삼조회사 비서실 직원 한남수는 회사 앞 지하도에서 구걸을 하는 노인에게 가끔 적선을 한다. 어느 날 한남수는 그 노인이 구걸한 돈에 자신의 돈 아홉 배를 더해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를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남수는 회사 대표가 벌인 파티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가인 양원진을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낀 둘은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양원진은 위폐 ? 문서 감식가로 끝 번호가 2197번과 7534번인 두 종류의 만 원권 위폐를 감식한다. 경찰청은 상부의 지시로 몇 년째 끈질기게 발견되는 만 원권 위폐범을 잡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만든다. 양원진과 경찰청 소속 수사관 표민석은 특별수사팀에 가담하여 위폐범을 추적한다. 양원진은 소액으로만, 그것도 만 원권만 위조하는 범인에게 호기심을 넘어 존경심마저 품게 된다. 특별수사팀은 만 원권 위폐범에게 뭔가 독특한 사연이 있다고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한다.
한남수는 여직원을 해고하라는 회사 대표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하다가 자신도 해고된다. 그는 구걸을 하는 노인을 찾아가고, 노인 허태곤은 한남수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그곳은 도심의 재개발 구역에 위치한 폐허 같은 건물의 원룸으로, 허태곤은 거기서 일련번호가 같은 만 원권 위폐를 제조하고 있음을 밝힌다. 허태곤은 구걸하거나 위조한 돈에 아홉 배를 더해 기부하는 방식이 자기 나름의 세상에 대한 저항이고 속죄라고 말하며 한남수에게 위폐 사용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사모펀드와 돈 중심의 사회에 회의를 느낀 한남수는 허태곤을 도와 만 원권 위폐를 사용한다. 그는 위폐로 얻는 이득에 노인에게 받은 진짜 돈 아홉 배를 보태 주민센터에 장학금을 내고, 병자를 돕는 의료 단체에 기부를 한다. 그러던 중 한남수는 돈이 주인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위폐 제작과 배포가 해결책이 아님을 깨닫고 새로운 세계를 찾게 된다. 반두마을은 지역화폐인 반두를 사용하며, 돈보다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실험하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목공과 인테리어 일을 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양원진은 한남수에게 만 원권 위폐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남수는 위폐와 진폐의 경계와 국가가 화폐에 인정한 공신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묻는다. 양원진은 한남수에게서 만 원 위폐범 허태곤의 삶에 얽힌 진실을 듣게 된다.
그 이후 위폐 감식을 꺼리게 된 양원진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 남자는 예전에 양원진이 했던 유서의 감식이 잘못되었음을 알린다. 양원진은 그때 유서가 진짜라고 결론을 내렸고, 때문에 용의자로 수사를 받던 남편이 풀려나게 된 사건이었다. 그 남편이 양원진을 찾아와 그 유서가 아내의 필체를 연구해서 자신이 조작한 가짜라고 고백한 것이다. 양원진은 유서를 잘못 감정한 자신을 자책하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한다.
특별수사팀 표민석은 위폐범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만 원 위폐범의 사무실에 근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양원진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전면적인 수색을 앞두고 재개발 지구에 방화로 보이는 큰 화재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