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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 노두식
  • |
  • 문학세계사
  • |
  • 2019-06-05 출간
  • |
  • 124페이지
  • |
  • 125 X 208 X 11 mm /193g
  • |
  • ISBN 978897075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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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 가장 근원적인 서정의 원리를 보여주는 시편

노두식의 시들은 이 세상을 향해, 흔히 말하는 사회나 민중, 그런 쪽을 향해 열려 있지는 않다. 현실의 모순을 옳게 인식하고 그 극복을 위해 고투하는 문학과 그렇지 않은 문학의 대립이 문학의 근본 문제라고 진단한 평론가 최원식의 논리대로라면 노두식의 시들은 분명 후자, 그렇지 않은 문학 쪽에 선다.

한 번쯤은 풀꽃 같은 너와
한 살림 살아보고 싶다

둘이서 밥도 해 먹고 산책도 하고
나란히 앉아 티브이도 보고

어르듯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도 싶다
겨울 밤
빨간 내복 안으로 손을 쓱 집어넣어
등을 긁어 주면
잠꼬대처럼 시원하다고 하는 말도 듣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두 번은 못 사는 이 세상이
아쉬워질 거야
한 번 더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겠지

그런데 한 번은 또 누구와 살지

――「너와 한 번쯤은」 전문

혼자 사랑에 젖어, 그 다정하고 아쉬운 감정을 솔직하게 밝힌 이 시의 위치는 모순 가득한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시적 화자의 관념 속,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욕망의 공간 속에 놓여 있다. 그러니까 이 시를 ‘그렇지 않은 문학’ 즉 개인적인 문학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 내부적 문학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두식의 시가 독자, 민중들의 기호를 끌어당기지 못하고 외면당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이런 시가 쓰이고 또 읽히고 있지 않은가.
남자들끼리 모인 어느 자리에서 제각각 한숨처럼 꺼내, 한 마디씩 던진 세속적인 방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편이 그렇게 한번 읽고 덤덤히 내려놓을 정도의 평범한 작품만은 아니다. 겉으로는 혹 술기운 끝에 옆사람 누구에게 툭 뱉을 수 있는 반 농담 같은 고백으로도 들리지만, 이 시의 화자가 품고 있는 원망, 욕망, 곧 ‘풀꽃 같은 너와’ 함께 ‘한 살림 살아보고 싶다’는. 현실에서 전혀 실현 불가능한 원망이 우리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후미의 두 연은 솔직히 이미 한 번 ‘한 살림’을 살아본 사람의 내면 의식이다. 짐짓 주책없고 엉뚱한 욕망의 표출 같지만, 그래서 그것을 얼른 농담처럼 스스로 눙치듯이 하고 있지만, 이것은 앞서 말한 남자들이 미숙한 대로 가지는 로망에 대한 역설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시적 화자 자신이 단 한 번도 “함께 밥을 해 먹은 적이 없거나, 티브이를 같이 본 적이 없거나, 내복 속으로 손을 넣어 등을 긁어 본 적이 없는” 그래서 “……싶다”의 ‘욕망 충족’을 경험하지 못한 결핍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로망에 대한 역설로서 과연 화자가 ‘또 누구와 살’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말은 라캉이 주장한 욕망의 환유일 뿐이다.

이렇게 이 시는 시적 화자의 이루지 못한,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원망, 욕망을 그 내면에 품고 있음에 술자리 방담 같은 쉽고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만약 한 걸음 더 이 시편의 안으로 들어가 이 아름다운 욕망의 좌절 아래에 도사린 화자의 고독함, 그 근원까지 읽어낸다면 그것은 실로 독자의 혜안이다. 특히 첫 행의 ‘한 번쯤은’으로 대변되는 시적 화자의 간절한 진정성과 맨 끝의 ‘또 누구와 살지’의 차마 속된 장난기 같은 발설로 이루어진 수미의 대조는 시의 구성상으로도 썩 재미있다.

2. ‘나는 나의 갈망을 아낍니다’

거울을 떠나면
얼굴에 묻어 있던 그대도 떠나고
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와서
다른 그대에게
거울 밖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
내가 확인할 수 없는
그때 나의 표정은 늙은 플라타너스처럼
조금은 더 투박하고 고전적일 것이다

――「플라타너스」 부분

이 시는 마치 거울의 유리면처럼 차갑고 차분하다. 거기에 비친 나와, 현실의 나라는 이중적 자아에 대한 통찰이 차가울 정도로 냉정하다. “거울을 떠나면/얼굴에 묻어 있던 그대도 떠나고/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와서/다른 그대에게/거울 밖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며 시적 화자는 아무런 감정의 흔들림 없이 거울을 떠날 수 있고, 또 ‘얼굴에 묻어 있던 그대’도 떠나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다른 그대에게’나의 ‘거울 밖의 얼굴을’보여주며 무덤덤하게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울을 통해 이상화되었던 자아를 버리고 일상 속의 자아의 위치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노두식의 시집은 때로 자신의 욕망의 좌절과 결핍을 토로하거나, 혹은 흐르는 물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때로는 사변적이 되어 스스로 내면 의식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를 통한 자신과의 대면’ 곧 시 쓰기가 몇 안 되는 삶의 선택 중의 하나이며,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지극한 갈망임을 토로한 노두식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나의 갈망을 아낍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이렇게 끝맺고 있다는 것도 덧붙인다.

평론가 유성호는 노두식의 네 번째 시집 『꿈의 잠』의 해설에서 노두식 시인의 삶을 “슬픔을 불가피한 배음으로 하는 고독의 자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어떤 것” 그리고 “꿈의 형식을 통해 자신의 실존적 고독을 발견하고 표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종호가 서정주를 이야기하면서 인용한 “시의 목적은 놀랄 만한 사고로 우리를 눈부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한 순간을 잊혀지지 않는 순간으로 또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값하는 순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쿤테라의 언설은 이렇게 노두식의 시를 이야기함에도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목차


1
내內 프로필 ―――― 10
이력서 ―――― 12
낯설지 않은 풍경 ―――― 14
여자 ―――― 16
명名품 ―――― 17
팬지 ―――― 18
정적 ―――― 20
제2막 ―――― 22
떠 있다 ―――― 24
도박 ―――― 26
상사화 ―――― 27
홍예문 ―――― 28
자위 ―――― 29
이명―――― 30
보이는 것 ―――― 32
뭇매 ―――― 33

2
너와 한 번쯤은 ―――― 36
코미디 ―――― 37
풍화 ―――― 38
눈 내리고 소리 없이 ―――― 40
그림자 자르기 ―――― 42
불면 ―――― 43
일행 ―――― 44
보고 있었다 ―――― 45
코모도풍 ―――― 46
캔버스 ―――― 48
대서 ―――― 49
4.21. ―――― 50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 52
그 길 ―――― 54
비 ―――― 55
백록담에서 ―――― 56

3
일몰 ―――― 58
플라타너스 ―――― 60
관계 ―――― 61
그날이 오면 ―――― 62
빈자리 ―――― 63
푸른 이마 ―――― 64
일기예보 ―――― 66
슬픈 노래 ―――― 68
가지치기 ―――― 70
남루 ―――― 72
청수국 ―――― 73
그림자 ―――― 74
환절기 ―――― 76
무리 ―――― 77
겨울 일기 ―――― 78
눈 ―――― 79

4
풀잎 하나가 ―――― 82
메아리 ―――― 83
밤의 엘레지 ―――― 84
날개 ―――― 85
양귀비 ―――― 86
공포 ―――― 87
후렴 ―――― 88
꿈이 아닌 ―――― 90
나비의 얼굴 ―――― 92
정물화 ―――― 94
에트랑제 ―――― 95
만추 ―――― 96
성장은 ―――― 98
자화상 ―――― 100
빛, 귀의歸依 ―――― 102

┃해설┃김윤식 ―――― 103
욕망과 그 아름다운 좌절과 ― 노두식 시인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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