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 이어 더욱 깊어진 오정환 시인의 시 세계
《앉은뱅이 아버지》, 《내가 어리석어》에 이어 오정환 시인의 세 번째 시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전작들보다 더욱 깊은 시선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성찰의 눈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또한 전작들의 연장선에 있는 부분도 여전하다. 특히 자연물, 그 중에서도 꽃과 나무를 소재로 세상과 자신의 이야기를 빗대어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번 시집에서는 시어가 보다 간결해지고, 함축적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각각의 시어들이 지닌 의미가 문장 맥락과 연결되어 읽는 맛을 더한다. <시인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시인은 본격적으로 시의 세계를 이해하며 깊이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다음은 서문 대신 나온 <시인의 말> 전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눈에 불을 켜고 주먹 불끈 쥐고 살아보려고 하였으나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혼자 끙끙거리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한참을 걸어가서는
막다른 길 앞에서 힘없이 돌아서기도 했다.
노심초사 안절부절 덕에 중언부언 같은 책을 몇 권 내고
다른 사람 앞에서 조금 우쭐해보기도 하였으나 결국 쓰레기,
인생이란 대개 그런 것이어서 크게 잘못 살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뚜렷하게 이룬 것도 없이 마음과 몸만 고됐다.
이제는 눈에 불 대신 꽃을 피워야겠다.
불끈 쥔 주먹을 펴고 시를 써야겠다.
-시인의 말 중에서-
마지막 구절을 읽고 나면 시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