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직관(直觀)과 직설(直說), 비틀기의 신선한 조화(調和)
허종열 시인의 작품들은 쉽고 재미있게 읽힐 뿐만 아니라 또 특유의 ‘비틀기’로 해서 카타르시스는 물론 미소까지 동시에 유발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길들여지지 않은 또 다른 감동은 이제까지의 일반적인 시적 성과와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새삼 깨우치게도 해준다. 그런 데다 분명히 낯선데도 이상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개 평화와 종교, 사회 현실 문제 등을 다룬 시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평화에 대해서는 “자국의 핵무기 성능은 몰래 강화하며/ 핵 확산 금지를 외치는 비양심”이라든지 “종전 선언으로 긴장이 풀리면 어쩌나/ 무기 팔아 배 불리는 몸집 큰 장삿속”과 같이 노래하고 있는 작품 「미국이 평화를 원할까?」에 담긴 시인의 시각이 소위 삐딱하면서도 매우 날카롭다. 그런가 하면 “모든 생명체는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의 손가락 다섯 개는 물고기의/ 다섯 개 지느러미뼈가 진화한 거”(「물고기」)라는 종교적인 해석 등이 눈길을 끈다.
허 시인의 시는 대체적으로 날카로운 직관에 직설을 얹은 그만의 독특한 비틀기로써 또 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보여준다. 따라서 시인으로서는 뒤늦은 출발이었지만 그의 시는 튼실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에 더하여 선 굵은 분명한 목소리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할 것이라 믿는다. 그만큼 그의 시는 젊고 활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