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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화

박미화

  • 아트스페이스3
  • |
  • 헥사곤
  • |
  • 2019-05-23 출간
  • |
  • 48페이지
  • |
  • 180 X 240 mm
  • |
  • ISBN 979118968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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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9회 개인전을 위해 근 몇 년간 만들어진 박미화의 작품들은 분명 작가에게나 관객에게 새로운 작품이면서도 마치 발굴된 유물처럼 오래된 시간의 켜를 둘러쓰고 있다. 거기에는 진주조개가 조금씩 커 나가는듯한 시간의 힘이 있다. 그러한 외양들은 작가가 인간사에 반복되는 보편적이고도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 대상이 인간일 때, 이 시간의 흔적들은 상처나 상처가 아무는 시간들, 태어난 존재가 자라고 늙고 종국에는 죽어가는 시간들을 상징하게 된다. 박미화의 작품은 식물, 풍경, 인간 등 오래된 소재를 다루어서도 그렇지만 흙을 빚어 굽는 작업이나 기억이라는 주제에서 시간성이 느껴진다. 겹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대상들은 오래된 사물처럼 재차 반복해 해석해야 할 대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일상을 채우는 대상인 상품은 즉시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현대는 거듭되는 해석을 요구하는 사물은 몇몇만 남겨서 박물관 같은 곳에 안치해놓고, 즉시 사용되고 버려지는 상품들로 세상을 채워나간다. 

이에 비하면 박미화의 작품은 고풍스럽다. 작가는 고대인들이 점토판 위에 새겨 넣었듯이 타자들이 해석해야 할 무엇을 기록한다. 이전 전시의 키워드 중 하나인 ‘Docu-mentally’는 이번 전시에서도 적용된다. 작가 노트에 썼듯이 ‘...쌓여있던 기억들이 때가 되면 결국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존재를 기억하는 것. 그 기억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일상이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어진 선들과 표면들은 기억을 정확한 재현이 아니라, 미지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 단순 간결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뭔가 한 토막씩 모자란 구석이 있는 그것들은 완결된 자족감을 가지지 않아서, 관객은 빠져 있거나 잃어버린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박미화의 작품에서 켜켜이 쌓인 시간성은 불현듯 단층을 드러내며 상상을 촉발시킨다. 거기에는 이야기가 있지만 순차적인 인과성을 가지지 않는다. 바닥에 눕혀 놓거나 벽에 기대어 놓은 것뿐 아니라, 강고하게 서 있는 것들 또한 뭔가 푹 빠져나간다. / 이선영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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