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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 오상룡
  • |
  • 최측의농간
  • |
  • 2019-05-30 출간
  • |
  • 136페이지
  • |
  • 130 X 220 mm
  • |
  • ISBN 979118867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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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얼음동굴의 천사
시인 오상룡을 기억하는 일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_오상룡 시전집』, 2019, 최측의농간

잠이 들어 눈을 뜨면 늘 거기에 있어요
혀가 모두 망명당한, 시끌벅적한 것이 점령한, 뒤엉킨 어둠
다 아프거나, 다 멀쩡해요
어딘가 문이 있을 거라 언제나 믿어요
누군가 문 열어줄까 간절히 기다리는 곳
발 없이 쏘다니는 곳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길 밖인
오상룡, 「늘 거기에 있어요」 부분.

자신을 비워 세계가 되는 젊은이.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모두 감싸 안으며 세계의 골목길이 되었던, 자신의 공격하는 남성의 육체를, 사랑하며 생산하는 여성의 육체로 바꿀 줄 알았던 젊은 남자. 어쩌면 이런 고결한 정신에게 삶은 그 자체로 어색한 어떤 것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김정란, 오상룡 시전집을 위한 발문 「얼음동굴의 천사」에서.

이상하게도 봄날

2005년 12월 3일, 한 시인의 유고 문집이 『물의 구멍 혹은 물고기 시학(詩學)』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찍혀 나왔다. 생전의 그와, 그가 남긴 시들을 그저 가슴 속에 묻을 수만은 없었던 사람들의 아픈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진 일이었다. 1974년 세상에 나와 2004년 우리 곁을 떠난 시인 오상룡(吳相龍). 그는 대중과 본격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는 시인이며, 생전에 어떠한 공식적인 지면에도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없었던 시인이다.
개나리, 목련, 벚꽃 들이 펑펑 터지던, 2018년의 어느 봄날, 김정란 시인이 최측의농간에 조심스럽게 건네주신 한 권의 책. 그것은 그러나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된 책이 아닌, 제본집에서 묶어 놓은 가제본 형태를 띤 한 권의 시집이었다. 그렇게 건네받은 시집을 찬찬히 읽어내려갔던 우리는, 따뜻했던 볕과 함께 그 봄날을 가득 수놓았던 꽃들의 향기마저 태워버리는 것만 같은, 슬픈 시인 한 명을 아프게 만났다. 최측의농간의 2018년 4월 2일은 오상룡 시인과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시인, 얼음동굴의 천사

먼저 떠난 시인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시인의 벗들이 남겨놓은 유고 문집의 존재는 이 책의 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 문집의 제목이 『물의 구멍 혹은 물고기 시학(詩學)』이며 이 문집은 시인이 타계한 이듬해, 시인의 벗 김학현 님의 주도로 흩어져 있던 시인의 유고가 수습되고 정리되어 묶인 것이다. 이 문집을 오상룡 시인의 시적 은사 김정란 시인이 지난 10여 년, 다사다난의 시간들 속에서도 각별히 간직해온 덕에 우리는 이 책을 준비할 수 있었다. 문집을 위한 해설 속에서 김 시인은 각별했던 제자 오상룡을 ‘얼음동굴의 천사’라 추모했다.
김정란 시인은, 오상룡 시인이 세상에 남긴 시들을, “생의 근원적 의미 없음에 절망한, 젊은 혼의 기록”이라 말한다. 어쩌면 그는 그 근원적 무의미와 싸우기 위한 공부를 그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출구 없는 공부가 그를 얼음동굴 속 천사가 되게 했던 것일까. “자신을 비워 세계가 되는”,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모두 감싸 안으며 세계의 골목길이 되었던” 시인 오상룡. 우리 곁에 보다 오래 머물러주었더라면, 그는 분명 나날이 더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었으리라.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언제나처럼 유족 찾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 어려운, 마치 사설탐정의 그것과 같은 집요함이 요구되었던 시간들. 그보다 어려운 것은 그러나 마침내 마주하게 된 유족의 마음을 충분히/최소한으로나마 헤아려보는 일이어서, 첫 인사를 드리던 때로부터 마침내 출간을 현실화 하는 지금의 순간까지 늘 관련된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살펴 결정하고자 했다.
시인이 남긴 모든 시를 모은 책이므로 ‘시전집’이라는 말로 책의 성격을 드러냈지만 유고 문집을 묶도록 한 사랑과 추모의 정신을 존중해 책의 내부는 보편적인 시집의 체제를 따랐다. 이로써 우리는 시인과 더불어, 유고 문집을 찍어내기 위해 한데 모였던 마음들을 헤아려보고자 했다.
시전집을 위한 제목은 새롭게 세웠다. 그 제목의 뿌리에는 “자신을 비워 세계가 되는 젊은이”라는 김정란 선생의 말씀이 있고, 무엇보다 시인으로 태어나던 시인 오상룡의 아프고 빛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의 출간은 그러므로, 유고 문집이 그러했듯, 떠난 시인을 생각하는 많은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벗으로서 시인의 떠나감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들을 수습하여 문집의 형태로 세상에 남겨주신 김학현 님과, 오래 보관해왔던 제자의 문집을 건네주시며 시인을 소개해주신 김정란 선생, 너른 이해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늘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셨던 시인의 부친 오충수 님은 각별히 기억되어야 마땅하다.
곡절의 나날 속에서 1년여의 시간을 준비하였다. 적잖은 시간,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았어도 모르고 지내온 시간만큼의 거리가, 시인과 우리 사이에는 있다. 그가 적었다.

시는 연애편지다 하는 말에 나는 동의하네. 간절하지만 끝이 없는 그 무엇에 대한 짝사랑. 그리고 또한 애가 타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애가 타게 그니에게 나를 열어 보이고 싶어질 때, 그러나 일상의 말들이 너무 쩨쩨하여 다 부질없어지려는 텅 빈 침묵의 시간. 수줍게 내어 보일 내 마음의 일기. …(중략)… 그냥 이 모습 이대로, 거덜나고 휑한 모습, 별것도 아닌 모습 그대로 내어 보이네. …(중략)… 읽고 싶다네, 넘기고 싶다네. 찬찬히, 간절히, 고요하게.
오상룡, 「자서」에서.

우리는 이제 시인 오상룡과 그가 남긴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 그와 처음 만나게 될 이들이여, 타계 15년이 지나서야 시를 통해 만날 수밖에 없게 된 한 명의 시인을, 우리가 그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어떠했는지를, 그의 시를 통해 만나보시라.

***
상룡아, 언젠가는 살아 있는 너를 위해 이런 글을 쓰게 되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언젠가 네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나 “선생님, 시들을 썼어요. 많이 기다리셨지요? 읽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네 특유의 수줍은 웃음을 웃으며 원고 뭉치를 내밀 거라고, 나는 그때까지 너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길고 순결한 네 얼굴 어디에도 죽음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죽음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어떤 다른 죽음이 있었는지 그건 모르겠다. 천사들에게 가까이 가있는 죽음.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어두운 눈이 읽어낼 줄 몰랐던…. 네가 사는 일에 잘 맞지 않을 만큼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건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을 아주 잘 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이렇게 일찍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 곁에 조금 더 머물러 있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너는 무연(憮然)히 ‘물구멍’ 저 너머로 건너가 버리고, 나는 ‘물구멍’ 이쪽에 남아 무력한 말을 다시 쓰고 있구나. 네 사라진 존재에 비하면 한없이 조잡한 말을… 뭐한다고… 그래도, 아가야, 그것이 내게 남겨진 몫이구나. 어쨌든 나는 아직 물을 건너가지 못한 것이다. 나는 네가 한없이 부럽다. 이제 공기처럼 가벼운 내 아가, 물고기 몸처럼, 물질을 잘 뚫는 ‘송곳’처럼, 생을 뚫고 나가버린 천진한 내 아가,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허공으로 사라진 내 아가.
김정란, 오상룡 시전집을 위한 발문 「얼음동굴의 천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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