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꿈꾸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전쟁을 겪었고, 가난 속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녀는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80이라는 숫자가 훈장처럼 가슴에 매달리고
잊고 있던 시인의 꿈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할머니는 틈틈이 써놓은 이야기보따리를 품속에서 꺼내 엮었습니다.
질병을 친구로 탐욕을 버렸으며
고독을 빌려 천지가 더불어 짝한다던
어느 선승의 시처럼
외로움 속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삶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휴전선 너머 내 고향
어릴 적 먹었던 한겨울 닭 국물에 얼음 동동 띄운 평안도 냉면이 생각나는 <밥상>
박꽃 핀 초가지붕 아래서 길쌈하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향수>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허공에 부르는 소리>
늙어간다는 것은
질병도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일 <식후 30분>
할머니의 꿈은 이 작은 둥지에 깃들어
꿈을 잃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용기 내어 그냥 해보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