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의 계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다림의 초침 가운데 서 있는 불안한 존재가 아니라 지금 꽃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계절에 관해서이다. 이렇듯 꿈의 실재가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서의 계절이기에 시는 때로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꿈꾸는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는 김현경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느끼는 작가의 심상이 보랏빛을 띠고 있는 더없이 훌륭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경 시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어둠과 슬픔이 필자를 의구에 빠뜨렸다. 그의 어디에 이런 슬픔과 어둠이 틈 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김현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꽃이 너에게 간다》는 필자의 애정 어린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연 새로운 시세계를 창조해 내고 있다. 그것은 기성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시의 화풍이거나 심상을 훌쩍 뛰어넘는 작법을 형성하고 있는지, 삶의 이치들이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에 의해 비틀려 있는 현실이고 보면 시인의 작품이 동화적인 설렘과 상상력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듯 어쩌면 삶이 누려야 마땅한 것임에도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늘 바라던 세계에 있는 듯 푸릇푸릇 정겨움이 돋아나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늘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가감 없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받아들이고 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도 모르게 퍼져가는 향기 같은 것일까.
- 이철호(시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