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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 이청준
  • |
  • 열림원
  • |
  • 2007-11-26 출간
  • |
  • 323페이지
  • |
  • 128 X 188 mm
  • |
  • ISBN 9788970635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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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아, 이청준!
그 끝없는 무지렁이들의 이야기

“저 6ㆍ25전란의 한 자락에서부터 4ㆍ19와 5ㆍ16을 거쳐 80년 광주항쟁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역사의 격변기”(6쪽)를 “소설로서” “겪고 앓아온” 이청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김윤식 선생이 “하늘과 땅이 하도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 씨 소설”(11쪽)임을 밝힌 것처럼, 한국문학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찾아 읽고 감당해야 할 소설이, 바로 미백(未白) 이청준의 소설이다.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에는 총3편의 중편(「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지하실」「이상한 선물」)과 총4편의 짧은 소설(「천년의 돛배」「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부처님은 어찌하시렵니까?」「조물주의 그림」), 그리고 총4편의 에세이 소설(「귀항지 없는 항로」「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소설의 점괘(占卦)?」「씌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이 실려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과 분량만큼이나, 이청준 소설이 복원하고 추구해온 세계가 전부 이 한 권의 소설집 안에 실려 있다. 삶에 대한 성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 역사와 이념에 대한 성찰, 소설 쓰기에 대한 성찰, 소설쟁이로서의 성찰이 골고루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이청준 소설들을 읽다보면 “깨어진 영혼의 상처와 부끄러움을 어찌하랴. 배반이나 가해, 혹은 폭력의 허물을 또한 어찌하랴. 삶과 역사의 한을 도대체 어찌하랴”(우찬제)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이청준은 이번 소설집으로 “소설로서만 마침내 이루어낼 수 있는 그 경지”를 보여준다. 소설질 말고는 허튼 눈길조차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은 그. 이청준, 그의 이름은 이미 한국문단의 빛나는 족보이자 상징, 자존심이 되었다.

▶ 내가 소설질로 무엇을 해왔나?

그래온 내가 아직도 제 소설질 길에선 헤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그것은 아직도 자신을 씻기지 못했음일 것이다. 자신의 삶과 문학을 제대로 씻길 바르고 화창한 길을 찾지 못했음일 것이다. 그 삶과 문학에 그렇듯 단단한 신념과 밝은 빛을 얻지 못했음일 것이다. ―「귀항지 없는 항로」, 297쪽

1965년 『사상계』에 「퇴원」을 발표하면서, 질기고도 질긴 남도가락을 읊듯 바쳐온 소설질. “맘속 지님이 감당하기 무거워 누구와 그걸 나누거나 덜고 싶을 때” 해온 그 소설질은 이청준의 필생 화두였다. 이청준은 “어언 사십 년”에 이르는 “소설질 길”(297쪽)에서 한시도 “헤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하늘의 영광을 증거하랴, 이 땅의 평화를 기구하랴, 아니면 참사랑의 섭리를 궁구(窮究)하랴, 한 시대의 정의를 선양하랴…… 이 소설질로 열어 나가고 싶은 문은 많았고, 이르고 싶은 꿈도 많았을 것이다.”(275쪽)
이청준의 헤맴은 “우리 삶의 씻김질에 다름 아니었”다. 『눈길』은 “막막하고 창연했던” 눈길 속을 헤매는 어머니를 위한 씻김질이었으며, 이번 소설집에 실린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는 “무덤가를 떠나지 못한 채 반세기를 추운 겨울 바람기 속에 발가벗고 서 있는 소녀”를 위한 씻김질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와 「지하실」「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는 역사에 운명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우리네 무지렁이들을 위한 씻김질이었다.

▶ 이청준의 소박한 사유들
이청준에게 있어서 에세이 소설은 무엇인가

이번 소설집이 특별한 것은 에세이 소설이 실려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작품의 해설을 맡은 이윤옥 씨는 에세이 소설은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 단계”라고 정의한다. “이청준은 종종 인물들의 종주먹질을 먼저 에세이로 쓰고 에세이를 다시 에세이 소설, 소설로 쓴다”(310쪽). 에세이가 “소설에 비해 그 작자의 얼굴이나 목소리가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소설과는 유다른 자연스런 삶의 생기와 소박한 사유의 은밀스런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미 이청준은 밝힌 바 있다.
에세이「심지연」과 소설「이상한 선물」, 에세이「문학의 길」과 에세이 소설「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에세이「우리말의 고향」과 소설「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가 그 경우다.

▶ 작품소개

천년의 돛배

이청준에게 있어서 고향은, 그리고 어머니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눈길』을 두고 일찍이 고 김현 평론가가 “제 어미를 팔아 소설을 썼군”(12쪽)이라고 말했듯, 이청준에게 있어서 고향과 어머니는 헤맴의 시작이자 그 끝과도 같은 숙명적 대상이다.
「천년의 돛배」에는 돛대도, 돛폭도 없이 매일 그 자리에서 고향으로 떠나려 하는 바위 배가 나온다. 앞산 바위 배가 “왜 오늘도 어제처럼 저렇게 그냥 한자리에 떠 있어요? 왜 돛폭이 안 보여요? 저 배에는 바람을 싣고 갈 돛이 없어요?” “저 배는 돛대도 없이 어디를 가려는 거예요? 어디로 가고 싶어 저렇게 날마다 다시 물길을 나서고 있는 거예요?”(25쪽)라고 연거푸 묻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호미질을 멈추고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배는 무거운 바윗돌로 지었다고, “무거운 바윗돌로 지은 탓에 쉽사리 파도를 뚫고 갈 수가 없다”고, 바위 배가 가려는 섬에는 “언제까지나 그 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그 배에는 “그것을 알고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을 태우고 있다”고(26쪽). 그리고 어미는 바위 배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사연이란 섬 밖으로 시집을 간 딸과 섬에서 애타게 딸을 기다리는 “섬 엄마”의 슬픈 이야기였던 것.
「천년의 돛배」는 결국 “운명을 설화로 넘어서려는 몸짓”과도 같은 소설이다.(320쪽)

섬 위엔 언제부턴지 크고 작은 수많은 돛대와 색색의 돛폭들이 세찬 바다 바람 속에 힘차게 솟아올라 흔들리고 있었다. (…)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것은 두고두고 옛 모녀의 일을 잊지 못한 그의 마을 사람들이 이날까지도 그 모녀를 위해 바위섬 곁 뱃길을 지나갈 때마다 늘 새로 꽂아 꾸며준 기원의 작은 돛폭들이었다.(36쪽)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유일승 씨는 조국을 잊기 위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힘든 싸움을 치러야 했던 역사의 피해자다. 그는 “지난날의 소련 영토, 그러니까 지금의 우즈베크 공화국 수도 타쉬켄트 시”에서 정착하기까지 “마음속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온 인물이다. 자기 정체성의 일차적 표시인 이름조차도 유일승 ― 노일승 ― 유 세르게이로 바꿔야 했다. 그는 그동안 고국과 고향, 고려인이라는 “본색을 깜깜 잊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오랜 세월” “생존의 길이요 절대조건”(57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지어” “어릴 적 모국어였던 고려말까지도 한사코 잊어야 했”다(57쪽). “저 88서울올림픽 방송을 보고서야 오랜만에 그 고국과 옛날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기 시작”(57쪽)한 그가 “월드컵을 계기로 삼아 고국 땅을 다시 밟아보고, 운이 좋으면 옛 고향 혈육들도 찾아 만나보기 위해”(58쪽) 고국을 찾고 싶어한다.
일승 씨는 꿈에도 그리던 고국을 방문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의 물결이 가득한 TV 화면을 넋 없이 바라보던 일승 씨는 문득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자신들은 모르는지 모르지만 저건 혁명이지. 혁명의 흐름이야. 우린 옛날 소련에서 저렇게 혁명을 했어”(70쪽) “하긴 어떻게든 경기는 이기고 봐야겠지. 이건 지난날 나라간 전쟁을 대신하는 격이니…….”(71쪽)

자네, 내가 어렸을 적 고국을 떠난 뒤로 그 조국을 두 번씩이나 잊어야 했다고 한 말 기억하는가. 처음 한 번은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조국과 조국의 전쟁을 용서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런데 이제 나는 다시 세 번째로 조국을 잊어야 했고, 잊어가고 있는 참일세. 이번엔 여기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종생까지 살아가야 하는 내 삶을 용서하기 위해서 말이네.(78~79쪽)

지하실

「지하실」은 “그 어떤 이념과 신념, 국가권력마저 넘어서는, 아니 그 모든 것 이전의 운명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314쪽). 잊혀진, 혹은 죽은 역사를 다시 기억해내고 드러내는 행위가 “제 지난 역사에 스스로 침을 뱉는 배반을 짓는 노릇”(112쪽)이 될 수 있음을, 이청준은 말하고자 한다.
아비를 일찍 여읜 내 고향 집에는 지하실이 있다. 6?25전쟁 때 그곳에는 두 사람이 숨어 들었었다. 한 분은 집안의 유족한 종가 어른(지주). 그분이 숨어 있을 때 병삼 씨가 앞서서 찾아와 지하실을 뒤진다. 세상이 한 번 뒤집히고 이번에는 내 친구인 윤호의 아버지(그는 세상이 뒤집히기 전 석 달간 ‘마을위원회’ 일을 책임 맡아 지냈었다)가 찾아와 지하실에 숨어든다. 윤호 아버지는 지하실에서 나와 마을 회의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토벌대의 총에 맞아 의연한 죽음을 맞는다. 나는 마을을 떠나 살다가 육십이 넘어서야 고향 집을 다시 복원하려 한다. 그런데 지하실이 그 복원 대상에서 빠져 있던 것. 나는 집안 형님인 성조 씨에게 지하실을 환기시키려 한다. 하지만 성조 씨는 “헌디 요즘엔 별 쓸모도 없을 것인디 그런 지하실을 굳이 살려야 할까?”(96쪽)라고 반문해온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지하실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98쪽)

내 우정 자네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눈길을 바꿔 보면 세상일이란 사람 따라 세월 따라 다 그렇게 달라 보이는 법이여! 지난 일이 그리 소중하다면 내일 또 지난날이 될 오늘 일이 우리한텐 더 소중하니께 말여.(137쪽)

성조 씨가 마지막으로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 자네나 우리 명조 아우처럼 일찍 마음이 열려 이 골을 떠나 살아온 사람들은 이래도 저래도 별 상관이 없으니 그런 일을 다시 들추고 따지려 드는 모양이네만, 이 나이가 되도록 동네 귀신으로 살아온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은…… 어느 시절 어느 한쪽에 그럴 힘이 있어 그걸 알아두면 이로운 일이 생기는지 모르지만 그 힘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살기가 더 불편해.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아. 그도 보통 힘든 세월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헌텐 그 편이 마음이 편하고 세상이 편했으니까.(134쪽)

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

“멕시코 만류를 타고 한국의 어느 해안을 향해 끝없이 흘러가는 한 톨의 까만 씨앗, 혹은 카리브 해에서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 물결을 헤쳐가는 한 송이 하얀 문주란꽃”(320쪽)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인 "나"는 내 소설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고 교수의 제안으로 멕시코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나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 “한국선수단을 따라간 어느 방송국 기자 한 사람이 천신만고 끝에 아직 그곳 어느 에네켄 농장 부근 소도시에 생존해 있는 옛 이민 일세대 할머니를 찾아 나눈 인터뷰”(188쪽) 사연 속 문주란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아울러 1970년대 중반 어느 해 여름날 부산의 한 신문사 주필을 지낸 C의 『일본의 초기 기독교회사』 내용 소설화 제안을 물리쳤던 기억이 한데 겹친다. C의 말에 의하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에 조선 남해안 양민들이 포로로 끌려가 일본 노예시장을 거쳐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으며 그 수가 수만에 이른다. 이민 삼세 프란시스코 꼬로나의 안내로 다다른 프로그레소 항 문주란 군락. 꼬로나는 할아버지의 유골이 묻힌 내력을 일행에게 설명해준다. 제주도 해안가에서도 자라는 문주란 군락을 통해 막연히 할아버지의 고국의 것으로 여긴다.

꼬로나 씨는 그쯤 이제 그 조부와 문주란 꽃밭 이야기의 핵심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러니 저의 할아버지는 고국에서와 같은 이 꽃밭과 바다를 바라보며 어쩌면 까마득한 고국과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곤 했는지도 모르지요. 자신도 이 문주란 꽃씨처럼 오랜 세월 저 넓은 바다를 흘러흘러 여기까지 건너온 신세로구나……. 아니면 반대로 이곳의 씨앗이 한국에까지 흘러갔을지 모르니 그 물길을 따라 언젠가는 당신도 그 씨앗처럼 저 바다 너머 고국 땅까지 흐르고 싶으셨는지도…….(227~228쪽)
“멕시코 만 해안언덕에 하얀 문주란이 피는 한, 씨앗과 꽃은 매년 바다를 흘러가고 헤쳐 갈 것이다. 이렇게 꼬로나 조부의 귀향은 모든 망국민들의 귀향의 시작이다.”(320쪽)

이상한 선물

이청준은 소설질로 끊임없이 신화를 복원해왔다. 이청준이 어릴 적, 마을은 거대한 신화의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신화적 인물들이었다. 「이상한 선물」에서 이청준은 고향 사람들을, 초인적 풍모를 지닌 인물들을 신화적 인물들로 복원시킨다. 의원집 미친 아낙, 유난히 큰 양물을 지닌 장순, 귀신같은 솜씨의 불운한 노름꾼, 비극적 천재 씨름꾼, 광녀 자두리와 늙은 총각 창선이, 상투쟁이 안 선생, 그림자 도둑 천태산, 도깨비 할배 방 어른. 그리고 마침내는 그들이 살고 있는 선바우골을 “신화를 삼킨 마을로 만든다.”(322쪽) 그리고 “이때 신화의 핵심은 ‘제 맘속에 지님’이다.”(322쪽)


조물주의 그림

김윤식이 “아주 보물스러운 글”(18쪽)이라고 평한 「조물주의 그림」에는, 소설쟁이 이청준의 예술론이 들어 있다. Y감독(임권택)은 단 하나의 그림, “너무 지랄같이 무섭고, 더럽게 외로운 끔찍한 그림”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것은 “늦은 전광과 황혼빛 속으로 한동안 모습을 희미하게 숨겨 들어가는 듯싶던 원근의 섬들이 그 달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 오히려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가까이 다가들고 있었”던(261쪽) 장면을 두고 한 말.

―그것 참, 바다는 꼭 그런 바다를 찍어야 하는 건데!
말할 것도 없이 전날의 밤바다를 두고 한 소리였다.
―찍으면 되지 않아요.
나는 무심결에 한마디 따라 건넸고, Y감독은 그런 나를 나무라듯 자탄을 거듭했다.
―끔찍해서 엄두가 안나요. 찍으려 해봐야 찍을 수도 없고요. 그거 아마 누구도 불가능한 일일 거요.
알맞은 시각과 광선을 떠올리며 나는 왜 그게 불가능한 일이냐 물었고, Y감독은 서슴없이 단정했다.
―그거 워낙 조물주가 연출한 작품이라서요.

“단 하나의 그림”, 그것은 곧 이청준이 그려왔고 그릴 그림은 바로 이 ‘인간의 그림’이다. 김윤식의 말대로 “신이 연출한 ‘끔찍한 장면’도 찍을 수 없지만, 인간이 연출한 ‘끔찍한 장면’ 역시 찍을 수 없어 절망한 Y감독은, 다름 아닌 작자 이청준 씨가 아니었던가.”
이청준은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한 편의 시 나부랭이까지 남겼다.

밤바다 가운데로 나가 있으면
섬들이 사방에서 나를 에워싸고 다가든다.
섬들이 어찌 나를 에워싸랴.
섬들은 저희끼리 밤 이야기 위해 서로 둥글게 다가앉는 것뿐이다.
섬들 가운데에 나는 없다.(261쪽)

씌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

이 에세이 소설은 씌어지지 못한, 그래서 이청준에게 종주먹질을 해대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인물들의 들볶음과 시달림 끝에 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나면 그 인물들은 대개 마음속에서 사라져 떠나가기”(296쪽) 마련이다. 그리나 소설로 쓰지 못해 계속 “나를 옥죄고 들고” 있는 그래서 “시달리다 못해” “달래고 또 달래어” “아예 단념을 하고 마음속 종주먹질에서 풀려”(299쪽)난 경우도 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저 조선말 헌종과 철종 년 간의 네 거인, 다산과 추사, 초의, 소치”이다. 이청준은 당분간은 “‘소설’이라는 이름의 기호 속에 그 마음속 인물들의 추궁과 종주먹질을 감내해보려는 희망이라도 버리지 않아야 할까 보다”(301쪽)라고 말한다.

부처님은 어찌하시렵니까?

이번 소설집의 그림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이청준 소설들과 산문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해온 이송(二松) 김선두. 그의 형은 아버지로부터 그림 소질을 물려받아 그보다 더 재주가 있었음에도 집안 가계를 꾸리느라 그림을 포기한다. 아우한테 그림을 양보한 셈. 그런 형에 대한 부채감, 그리고 형의 몫까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빚짐에 대한 이야기다.


목차


작가 서문

아, 이청준- 창작집『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에 부쳐_김윤식

천년의 돛배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지하실
이상한 선물
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
부처님은 어찌하시렵니까?
조물주의 그림

에세이 소설
귀항지 없는 항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소설의 점괘(占卦)?
씌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

해설-소설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_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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