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열림’과 ‘함께 있음’의 미학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이 세계는 무수한 단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각각은 창(窓)과 입구를 갖고 있지 않기에, 서로 독립되어 있을 뿐더러 상호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 조화와 통일이 존재하는 것은, 신(神)이 미리 정한 법칙에 따라 단자들이 작동하는 저 ‘예정조화’가 세계에 미리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어쩌면 김영자 시인은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에 가까운 자신의 직관적 상상력을 물활론과 애니미즘으로 표상되는 유비적 세계상에 덧붙임으로써, 그것을 좀 더 심원한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고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영자 시인의 형이상학적 직관은 추상적인 개념들이나 언설들을 결코 동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영자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세계의 무수한 자연 사물들의 ‘살’을 어루만지면서, 이들의 내밀한 실존의 역사와 함께하려는 감각적 차원의 일체화 또는 회통의 휘황한 실감들이 단단하게 벼려진 이미지들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달리 말해, 김영자 시인의 형이상학적 아날로지는 무수한 자연 사물들의 몸을 넘나들면서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예정조화의 운명선을 ‘살’로 표상되는 감각적 일체화의 생생한 장면들로 펼쳐 놓는 섬세한 예지와 드넓은 직관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이상 이찬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
김영자 시인은 1946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광주교육대학교와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1997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양파의 날개> <낙타 뼈에 뜬 달> <전어 비늘 속의 잠> 등을 썼다. 서울시인상, 한국시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