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풀꽃에서 노을까지 또는 그리움의 서정시학
월정 이숙자 시인의 시조는 절제된 자유의 어조를 가늠하며 서정시학의 그리운 오솔길을 더위잡고 있다. 월정 시조의 소재는 한갓 풀꽃에서 저녁노을까지 다양하나, 꽃과 계절 곧 자연 만상이 주류다. 서정미학의 주조(主潮)는 그리움이다.
시조는 종장 첫째 음보의 전환과 고조(高潮), 끝맺음이 중요하다. 월정은 끝맺음의 묘리(妙理)를 아는 시조시인이다.
이숙자 시인의 서정적 자아는 한 송이 고마리꽃에서 우주를 품어 안은 의지를 보고, 꽃무릇 하나에서 기다림의 표상과 초승달 이미지를 읽어낸다. 목련의 아련한 맵시를 찬미하고, 숫눈의 결백에 감동한다. 고요한 호수의 흰 어리연꽃과 백조 한 쌍이 빚어내는 그림 같은 정경에 그리움을 엮는다. 갖가지 꽃이 모여 핀 화단에서 가족의 단란을 생각하며, 초여름 밤 어둠 속을 건너올 샛별 같은 인연을 상기한다.
유한적정의 전통 여성상의 월정, 그의 서정적 자아는 천성적으로, 고급 교양의 징표로 시조의 어조를 평정심의 수준으로 고이 눅인다. 그는 나긋나긋한 어조를 가늠하며 자주 하늘을 본다. 격정을 곰삭이는 수직적 초월의 이런 자세도 사회?역사적 부조리 앞에서는 어조를 높이나, 이건 예외적인 한 ‘사건’이다. 혹 파도치고 지글대는 격렬한 상황에서 서정적 자아의 눈이 먼 하늘 구름 표상과 조우할 때, 거기에는 눅은 어조와 상념, 한 줌 고요가 깃들인다. 월정 서정시학의 기본 정서와 주제는 자연 상찬과 기다림, 그리움이다. 이는 우리 전통 시가의 G현을 흔드는 ‘그립고 아쉬운 정’에 접맥된다. 월정이 신생 역정의 원숙경에 든 지 오래인 것은 사회.역사적 모순 현상에 직면하여 좋이 격정을 곰삭이는 역량으로 입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