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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런치

슬픈 런치

  • 정태춘
  • |
  • 천년의시작
  • |
  • 2019-03-29 출간
  • |
  • 164페이지
  • |
  • 129 X 209 X 15 mm /251g
  • |
  • ISBN 9788960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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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인의 말]
자서

아마,
단지 호기심과 자선지심에만 의한 것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않았을 것이다
이기적인 탐욕과 본성적 악의가 문명을 여기
가파른 언덕까지 굴려왔다

추악하고 추악하다
한정된 재화와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전쟁 중이다 중이었다
때론 각 지역별 분점을 용인하되, 연합하고
연합이 안 되면 강제 통합하고, 그러기 위해 습격을 하고
복속하고(지금도 기지가 더 필요하다. 무기는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병사나 장교, 군속도 마찬가지다.)
무자비와 기회주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간은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산한다 소비한다
단지 그것만을 위해 개미처럼 평생을 움직이고 생각한다, 일부는 그것들로부터도 소외된다
소외되는 삶은 비참하다

지배하는 모든 악이 정당화되고 미화된다
모든 선의의 저항도 사라졌다
유럽인들,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아무런 연민도, 가책도, 죄의식도 없다
착취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대지, 인간의 공동체에 대해서 말이다

지구는 모두 파괴되고 있고
파괴한 자들이 생산하는 건
쓰레기들일 뿐이다
쓰레기
문명의 쓰레기통 테레비, 신문, 잡지, 인터넷
모든 미디어 뚜껑을 넘쳐 흐르는 계몽과 선동의 악취 가득하구나

이제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
이미 그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는 이 파멸의 열차가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까지는, 꼭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간 나도 어디선가 적잖이 궁시렁댔던 소리이지만
대개 낙오자들(좌파?) 일반의 소리였다 거기에
나의 분노가 조금 가미되었었다

하나만 더…
국가들도 통제력을 상실했다
국제 기업들로부터 어떻게 세수를 좀 확대할 수 있을지…
최근의 한 정부 간 국제회의의 주 의제다(코리아에서 열렸다)
하지만 그 세금도 결코 인간들을 위해 쓰이지는 않는다
자본이 그조차 통제한다

……

열차는 달리고
나는 거기서 내렸다
쉬어 가는 정거장도 없이 쾌속 질주하는 궤도 열차
거기서 뛰어내리다 보니
좀 다쳤다
피가 흐른다

그리고, 아직도
그 가속도가 내 몸에 남아
그 궤도를 따라 계속 구르고 있다
구르고 있다

이제
만신창이가 되어 내가
멈추어 설 땅은 과연 어디일까?
나의 대지는 어디일까?
녹색의 대지
오래전에 저들이 휩쓸고 지나간, 또는
전인미답의…

뭐,
이러며

써 내려간 글들이었다

21세기 초
내 서울에서의 한철의 일기
그 몇 개월간의…

곧장 출판하려다 몇 차례
포기하고
내 컴퓨터 외장하드 깊숙이 처박아 두었다가
가끔씩 꺼내서 읽어보며
혹시, 어떤 정신병적인 증세는 아닐까
내 문제
모두 나의 문제는 아닐까, 도 여러 번 생각하다가

그리고,
다시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손을 본다

부디
체제 옹호자들과
만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저들을 또다시 불쾌하게 만들 일이야 없지 않은가

이제 난,
저 열차에서 이미 내린 자들과 내릴 자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지난해에 정리한 「자서」이다

굳이
이 책으로 다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2003년 4년, 한 1년여간 시랍시고 짧은 글들을 썼고
그중, 앞부분이 『노독일처』라는 이름으로 이미 출간된 바 있고
그 후속 작업으로서 그 뒤의 나머지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
노래는 이미 그 전부터 전혀 쓰지 않고 있었다
그게 다다

「자서」 이제, 마저 마무리하자면
세상에 영원한 보수도 진보도 없다
진보가 10년이면 정치적으로 우경화하고 문화적으로 통속화한다
그럼,
보수가 10년이면?
고전이 된다

변혁은 각성의 시대가 불러들이지 않고 최악의 상황이 영접한다
모든 시대가 다 최악일 순 없다
그런 시대는 적어도 한 세기씩은 기다려야 한다
우린 그런 시대를 만났었다
다행인가, 불행인가?

이제
이 땅의 보수는 간난의 위기를 돌파하여 진보를 쓸어버리고 새로운 면역력으로 재무장했는데, 그야말로 근대 이데올로기 위에 신자본의 새 질서를 구축했는데, 밖으론
세계 권위의 위계도에서 국가, 민족도 축출하고 새로운 통합의 문명을 건설 중이신데
그런 신질서 건설 현장 주변에서 괜히 얼쩡거리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바쁜 사람들 옆에서… 이상주의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부디 저들도 피해 다니길 바란다
걸리적거리지 않게… 또한, 그들 곁에서 언제나
고난을 자초하는 시대에의 헌신자들
이 책이 그들도 피해 다니길 바란다
미안하니까

2019년 2월 어느 날
마포에서
때 지난 자서를 다시 쓰다


목차


시인의 말

똥 15
독특한 캐릭터의 나 16
봄바람 18
벼랑 20
현대문명 21
촛불 집회 22
세상 구경 23
흔들린다 27
봄 28
그대, 아직 꿈꾸는가? 29
목련꽃 땅에 지고 30
개기름 32
접시 안테나 33
낮잠 36
심각한 꿈 37

저격 38
슬픈 런치 40
이 풍진 세상을 42
횡재 45
새장 앞에서 46
그놈의 담배 48
담배, 거짓말 그리고 연극 50
푸랑카드 51
생각의 재미 52
한밤에 차 마시기 54
나의 간판 55
제3세계 56
구, 목계나루 59
당신은? 63
헤어진다는 것 64

떠나는 영혼에게 66
로프트 가는 길 68
토쿄, 맹더위 70
사진 75
참말로, 그대 등 뒤에 서고 싶다 76
깜짝 놀랜다 77
보름달 78
오늘도 달이 80
먼 데서 보내는 편지 82
모처럼 세상에 나와 단식 농성 84
금강산 가는 길 86
금강산 87
방송 출연 91
디스커버리 92
휴일, 올림픽공원 94

가을비 96
너 그리워 97
신발 이야기 98
영화, 『터미널』 99
가을 일기 100
칼을 갈면서 슬퍼지기도 한다 102
일쑤 아저씨 김 씨 105
구월 말일 밤 106
곽 아무개, 이 아무개, 도 아무개, 정 아무개, 그리고 108
밀양 111
마산에서 뉴욕으로 114
어머니 2 127
악수 2 130
당신 132

해??설
유성호? 저기 멀리 은밀히 준비되고 있는 것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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