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풍부한 이야기
안토니오 벤투라는 아이와 고양이의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이 책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이야기에는 아이들의 심리와 마음이 잘 반영되어 있고, 사랑하는 이들의 갈등과 화해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고양이의 집중을 요구하는 아이는 어른이 된 양 역할 놀이를 하는 중이지만, 고양이는 마치 아이들이 그러하듯 독서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이는 고양이가 말을 듣지 않아 속이 상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친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고양이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듣자니 지루해서 집중할 수가 없다. 서로의 대화가 몇 번이고 미끄러지고 있을 무렵, 둘 사이를 다시 화해하게 한 것은 책이다. 책은 아이와 고양이를 상상의 세계에서 분리했다. 현실에서 다시 만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잠깐 사이에 벌어진 아이와 고양이의 사건과 대화는 어찌 보면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사를 축약해 놓은 것 같다.
세 가지 색의 담백한 일러스트
알레한드라 에스트라다는 이 책에서 주변 환경이나 배경을 생략한 채, 그림 요소를 최소화하여 이야기를 그려 낸다. 이 책에는 담백하고 진솔하게 그려진 주인공 셋이 등장하는데, 바로 니나, 고양이 안톤과 책이다. 그림 작가는 각 주인공에게 한 가지씩의 색을 주어 각자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한편, 그림책 전체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아이 니나의 색은 초록, 고양이 안톤의 색은 빨강이다. 초록과 빨강은 니나의 대사, 안톤의 대사 텍스트에도 사용되어 이미지와 소리가 어울리도록 편집되었다.
아이와 고양이가 보고 있는 책은 노란색으로 칠해진다. 제3의 주인공인 이 책은 가브리엘 뱅상의 《에르네스트와 셀레스틴》이다. 가브리엘 뱅상은 오늘날의 그림책 문학과 일러스트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크로키와 역동적인 터치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또한 동작과 표정으로 캐릭터의 심상을 표현해 낸 재능은 이전의 그림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취를 이룬 바 있다. 《고양이와 책을》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가브리엘 뱅상의 작품과 업적에 감사하며, 이 책을 특별히 그에게 헌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