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풍자 소설 『동물 농장』,
무지와 통제와 거짓이 난무한 디스토피아에 대해 경종을 울리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는 조지 오웰.
서연비람은 『동물 농장 외』에 1943년부터 1946년 사이에 집필된 다섯 편의 글을 실었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글을 통해 독자는 오웰의 대표작 『동물 농장』의 집필 이유가 상상으로도 두렵고 아찔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무엇보다 그 끔찍한 상황만은 막아야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웰은 ‘객관적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악몽 같은 세상에서 ‘인간은 모두 존엄한 가치를 갖는 평등한 존재’라는 믿음을 무너뜨리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믿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우화’ 형식을 사용하였다.
권력의 맛에 취한 자들은 시시때때로 대중을 미혹에 빠뜨리고, 생각의 말미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정의로운 이들의 의지 자체를 꺾으려 든다. 어떻게든 생각의 말미를 붙들고 저항하는 이들에 대해서 그들은 가혹한 처벌은 물론 은밀한 죽음의 응징까지 서슴지 않는다. 『동물 농장』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정적 스노우볼을 외부의 적으로 규정한 후 시시때때로 호출하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는데, 이는 세상의 모든 독재자가 수시로 남용하는 수법이다. 또한 구성원에 대한 가혹한 통제와 우민화 정책, 식자층에 대한 감시와 포박을 일삼으며 전쟁을 부추기는 ‘거짓 뉴스’를 꾸준히 퍼뜨리고 진상을 호도하며 역사를 왜곡한다.
이런 악순환을 간파한 오웰은 작가적 사명으로 이를 세상에 알려 더 불행한 사태들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자 노심초사했다. 험악한 현실을 그대로 직면할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서 세상에 만연한 악의 실체를 밝히고 그 작동 방식을 제대로 살필 수 있도록 우화 형식을 택해 『동물 농장』의 집필을 시도했다. 여러 동물이 원초적인 욕망을 애써 감추거나 드러내는 방식들을 통해 천하고 야비한 인간 군상의 행동을 더욱 적나라하게 통찰한 이 작품은 『이솝 우화』나 『라퐁텐 우화』 혹은 「토끼와 거북이」 같은 우화를 통틀어 인간의 교활함과 우매함, 잔혹성과 무력감의 현실을 아마도 가장 정교하게 빗대서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