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가불하기에 가장 좋은 꽃이 매화다. 가지마다 수북하게 매달린 꽃봉오리를 귀엽게 바라보다가 문득 피어난 꽃을 보는 재미는 창가에서도 꽃을 즐기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꽃이 크다거나 화려하다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면서 매력이 가는 것은 은은하기 때문이다. 벚꽃을 볼 때 우리는 화려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지에 매달린 꽃들이 엄청나게 많기도 하겠지만 불빛 아래에서 보면 투명한 꽃잎을 투과하는 은은한 불빛은 여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그에 비해 매화는 꽃이 작다. 수와 크기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러나 매화에게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바로 향기다. 바람 따라 밀려오는 향기는 여느 화장품 못지않다. 질리지 않는다. 은은하기 때문이다. 콧속에 들어와 정신을 맑게 해 준다. 꽃은 왜 피는가. 근본적으로는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다. 벌 나비들을 유혹해 꽃가루받이를 해야 열매가 맺히고 또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후손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꽃은 나무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피어나는 것이다. 자기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자기를 다 보여야 상대가 이해할 수 있고 통할 수 있는 그것을 꽃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나의 시론 중에서
박재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