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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는 말이 있다

꽃이라는 말이 있다

  • 신휘
  • |
  • 모악
  • |
  • 2019-04-12 출간
  • |
  • 104페이지
  • |
  • 130 X 210 mm
  • |
  • ISBN 979118807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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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는, 아름다운 흉터로 남는 상처
희미한 것들이야말로 유일하게 명징하다는 역설은 시의 본성 중 하나이다. 신휘 시인의 시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무꽃 자주 새를 이리저리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무꽃 자주 새를 이리저리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처럼」)의 날갯짓에서 볼 수 있듯이, “이리저리”라는 무방향성은 그 자체로 또렷한 지향성을 감추고 있다.
시인은 공중에 보이지 않는 배추흰나비의 자취를 “무꽃 자주 새”에서 발견한다. 이 투명하게 어룽대는 공중의 존재가 시어의 의미와 기표 사이에서 ‘이리저리’ 유동하는 시적 파장이 된다. 이처럼 모든 흔적은 시적 파장으로 기억된다. 기억이 “긴 생각의 거죽을 뚫고 나온 물의 멱. 그 끝에는 늘, 후회와 탄식으로 얼룩진 꽃송이 한 점”(「가시연꽃」) 같은 것이라면, 애초에 우리의 삶이 기억하고 있는 잔상은 “얼룩진 꽃”으로 피어날 운명이다. 그런 까닭에 신휘 시인에게 시 쓰기란 희미하게 빛나는 ‘얼룩진 꽃’의 운명을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뼛속까지 스민 상처만이/아름다운 흉터로 남는 법”(「옹이」)을 시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때를 놓쳐버린 고깃배처럼 먼 생의 수평선만 하염없이 보고 서 있다가 더는 출항할 뭣도 없이 지는 해에 그만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고 버려진 이곳이 바로 내 생의 뻘밭 아니면 어디겠습니까.
―「 뻘밭」 전문

위의 시에서 우리는 시인과 시의 ‘아름다운 흉터’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무언가에 사로잡혀 “오도 가도 못하고” 살아지는 것처럼, 시의 운명은 “먼 생의 수평선만 하염없이 보고 서 있다가”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시인은 삶과 시가 겹치는 순간의 진심을 받들 줄 안다. 그러므로 신휘 시인에게 “내 생의 뻘밭”이란 ‘내 삶과 시의 진심’인 것이다.

시는, 몸의 기억으로 표현하는 삶의 윤리
진심은 살아있는 존재에게만 허락된 인간의 윤리이다. 문학평론가 김종광은 이 시집의 해설에서 “인간의 삶이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기에 결국 지나온 과거에 많이 기대고 있는 셈이다.”라고 표현했다. 『꽃이라는 말이 있다』에는 기억의 한 불꽃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서사가 빈번하다. 이는 신휘 시인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시적 윤리가 발현된 까닭이다.
시인의 윤리는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ㆍ 이 시집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몸’ 모티프를 통해 시인은 시적 윤리의 울림을 이야기한다. 시적 윤리는, 우리의 기억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고 몸에 주름의 파동으로 남을 때 마련된다. 시인은 이렇게 마련된 몸의 기억을 통해 시와 삶의 윤리에 접근한다. 시인이 육친이나 그에 버금가는 사람들의 삶을 심층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주걱 하나 닳아 없애는 데 꼬박 사십 년이 걸렸다는 어머니는 부엌 한켠에 신주단지 모시듯 입이 뭉툭한 밥주걱 하나 걸어놓고 사셨다.

―목숨이란 실로 이와 같다

모질고 찰지기가 흡사 밥의 것과도 같거니와, 그 곡기 끊는 일 또한 한 가계의 조왕을 내어다 버리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대저 쇠로 만든 주걱 하나를 다 잡아 먹고도 남는 구석이 밥에게는 있는 것이다.
―「주걱」 전문

이 시에서 주걱의 일생은 스스로의 몸을 닳아내고 남은 “뭉툭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시인의 윤리는 주걱의 남은 부분이 아니라 닳아 없어진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어머니”라는 존재와, 몸과 몸이 모여들어 내력과 역사를 형성하는 “가계”로까지 확장해간다. 이렇게 몸의 닳음이 삶이 될 수 있는 것은 닳아 없어진 “사십 년”이라는 시간을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없는 존재를 기억해내는 서사의 방식
신휘 시인은 희미한 잔상으로 남은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몸’으로 육화해내는 뛰어난 시적 감각을 보여준다. “윽 윽, 몸 안에 나머지 설움이 쌓여 마침내 풍선처럼 그 등이 부풀어 오르다 산이 되고, 산맥이 되어 높이 다시 솟구쳐 오”(「낙타, 하나」)르는 것을 보면서, 시인은 ‘몸’ 안에서 닳아 없어진 “설움이 쌓여 (……) 산이 되고, 산맥이 되”는 것을 본다. 이때 ‘산’과 ‘산맥’의 형상은 시 「주걱」에서 닳아 없어진 부분과 다르지 않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집 『꽃이라는 말이 있다』에서 “있다”는 존재방식이 사실은 없는 존재를 기억해내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에는 감각되지 않는 존재들이 있고, 증명할 수 없는 서사와 윤리가 있다. 시인은 그러한 것들을 인간적으로 기억하는 존재이다. 그것이 신휘 시인이 실천하고 있는 “있다”라는 윤리의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있는 것들은 기억됨으로써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시집 『꽃이라는 말이 있다』가 우리에게 건네고자 하는 시적 진심인 것이다.


목차


1부 꽃 첩첩 물 층층
봄의 담장 / 분꽃 / 열무꽃 도둑 / 무꽃 자주 새를 날고 있는 배추흰나비처럼 / 붉은 가계 / 꽃을 훔쳤다 / 사흘도에 가닿다 / 감자꽃 /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 나비 / 가시연꽃 / 사랑은 괜시리 어룽대는 저 물빛 위에 / 뻘밭

2부 어둠을 건너왔다
소 / 긔 / 실직 / 매미 / 풍문의 수위 / 낙타, 하나 / 낙타, 둘 / 슬픔을 엮었다 / 반달 / 구멍 / 슬픈 활공 / 고래의 생활난 / 입관

3부 슬픔의 본적
숫돌 / 주걱 / 기일 / 삽달 / 등꽃 / 호미 / 화엄에 기대어 울다 / 코뚜레 / 파씨 / 부레옥잠 / 고비라는 말을 밤새 읽었다 / 조롱박

4부 나무의 언어들
달의 망향 / 말뚝에 대하여 / 소리의 내부 / 부역 / 옹이 / 나무 / 아내의 코스모스 / 월식 / 나무는 늙을수록 힘이 세다 / 플라타너스 / 갈대 / 별빛 / 탱자나무

해설ㆍ가난한 땅에서 맑은 슬픔이 ㆍ 김종광(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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