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일본과 대동아공영권의 문인들
“앞으로의 동아문예는 옛것의 부흥이 아니라, 대동아전쟁에서 일본의 커다란 행을 통해 새롭게 건설될 문학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개최되었던 ‘대동아문학자대회’란 일본이 그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동아시아 각국의 문인들을 초청하여 문화전쟁에 대해 토의하였던 대회를 말한다. 이번에 펴낸 『대동아문학자대회 회의록』은 당시 대회의 제1회(1942.11.3부터 일주일간 도쿄)·제2회(1943.8.25부터 3일간 도쿄) 회의록이 수록되었던 『문예』지와 『문학보국』의 기사를 전문 번역하고 순서에 맞추어 편집한 것으로 제국 일본과 식민지의 관계, 그리고 문화인의 전시동원을 이해할 때 필수적인 기록을 재복원한 책이다.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각국의 주요 참가자에 대한 소개글을 실어 이해를 도왔다.
전쟁하 문학자의 ‘사명’이란 무엇인가
“전쟁에 이기지 않고서 무슨 문화, 어떠한 문학이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전쟁에 이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문학자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 이 결전에 승리하는 것만을 향해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동아문학자대회에는 시마자키 도손, 요코미쓰 리이치 등 당대 최고의 일본 문학자들뿐 아니라 타이완, 만주, 중국, 조선 등에서 많은 작가들이 참석했다. 조선에서는 이광수, 유진오, 최재서 등이 참석해 ‘황국신민’으로 살아가는 조선인의 자세와 전쟁협력 방안에 대해 그 어느 참가자보다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 이른바 정신을 새롭게 하여 ‘내선일체’를 완전히 이뤄 일본이 전쟁에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전쟁 협력의 양태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이었으며, 문학은 식민 본국과 식민지 사이를 잇는 중요한 네트워크의 기능을 했다.
프로파간다, 문학의 어두운 뒷면
대동아문학자대회 제1, 2회 회의록의 특징은 문학을 전쟁 프로파간다에 사용하기 위한 실무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군부와 일본 본토 문학계는 한몸처럼 움직이며 식민지 문학계와 연계해 영미에 맞서는 프로파간다 활동을 수행하려 했다. 식민지의 문청을 일본 문인들의 제자로 삼는 방안, 대동아문학상을 만드는 방안, 여성들끼리의 연대, 아동(소국민) 교육, 중국에 대한 적대감 해소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제로 실현돼 갔다. 이러한 실현 가능한 방안의 실천은 조선, 타이완, 중국만이 아니라 몽골과 남방 지역에까지 미쳤다. 대동아문학자대회에 인도 대표와 필리핀 대표 등이 파견돼 있음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만주와 타이완 참석자들이 제3회 대회를 꼭 유치하고 싶다고 경쟁을 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물론 3회 대회는 중국 난징에서 열리면서 이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제4회 대회가 열리기 전에 일본은 패전을 맞이했다. 대동아문학자라는 이름 아래 모였던 각국 문학자들의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담은 회의록은 당시 지성인으로 불렸던 이들의 민낯을 드러내어 우리로 하여금 다시 문학과 전쟁, 기회주의와 지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사유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