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의 쓰레기통을 청소하며
하루 한 번 묵은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 10분!
『내 마음과의 거리는 10분입니다』는 특히 ‘묵은 감정’을 주제로 한 책이다. 저자인 강현숙 상담심리 전문가는 자기 자신의 경험들이 이 책을 쓰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삶 속에서 감정조절이 잘되지 않아 남편이나 아이들과 갈등하고 싸우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던 것이다. 어떤 사안들에 대해 심각하게 말하고 때로는 화를 내는데도 식구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행동하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씩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식구들이 아무 데나 던져놓은 양말에 그렇게 화가 나는 진짜 이유는 뭘까?” 하고 진지하게 그 이면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그 물건 때문이 아니라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들, 묵은 감정이 진짜 이유였다. 그 묵은 감정 때문에 어느 때는 사소한 일에도 그렇게 눈물이 날 정도로 서운하고 서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중요한데도 우리가 제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우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즉 왠지 이성보다 감정을 좀 더 수준 낮은 부분으로 보는 관점이라든지 아니면 좋은 감정만을 표현하도록 암암리에 부추기는 사회적인 분위기 등 어려서부터 감정 표현을 자제하다 보니 그런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고 때로는 성격으로까지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나만의 감정노트에 내가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편지를 써보자!
저자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처럼 ‘묵풀시(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시간 10분)’를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예컨대 어떤 냄새가 몸에 뱄으면 그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냄새가 어떤 냄새냐에 따라 몸을 씻을 수도 있고 바람에 몸을 맡길 수도 있고 또 다른 향내를 통해 그 냄새를 빼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선 나의 묵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을 한다든지 아니면 쌓여 있는 감정 에너지 자체를 털어낼 수 있도록 ‘나만의 감정노트’가 안내하는 대로 쪽 따라가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저자는 각 원고 끝에 ‘나만의 감정노트’ 코너를 배치해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써보는 시간을 가지게끔 했다. 혹시라도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때는 글로 써보는 것도 효과가 꽤 좋다. 15개의 감정노트에 하루에 한 가지씩 기록해도 좋고 아니면 한 가지를 여러 날 반복해서 써도 좋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과 제대로 화해를 할 수 있을까?
때로는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하고, 나도 상대방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다. 그렇게 서서히 누적되는 묵은 감정은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하며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꾹꾹 눌러놨던 나의 과거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화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와 화해를 한다고 했을 때 전제되는 것은 먼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듯이, 나의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의 감정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 내 감정이 어떤지 혹은 내 몸이 보이는 반응을 통해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을 피하거나 마음속으로 내리누르지 말고 떠오르는 감정에 위로와 공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를 보다가 “그래, ‘너 같은 애는 이 지구에서 없어져야 해’”라고 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날 때 “맞아, ○○야, 그때 정말 속상했지. 친구랑 싸워서 친구가 다쳤다고 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라고. 정말 너무하셨네” 하면서 나를 위로해주며 그 당시 억눌렀던 감정을 지금이라도 표현을 통해 놓아줄 때 그때가 바로 나의 과거와 제대로 화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묵은 김치를 여러 번 물에 담가서 짠맛을 빼내듯이 ‘나만의 감정노트’를 반복해서 쓰다 보면 마음속에 억눌렀던 감정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밖으로 폭발이 되거나 내 안에서 곪아 터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나아가 억눌린 감정들이 현재의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 또한 줄어든다. 묵은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