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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깃

바람의 옷깃

  • 최명률
  • |
  • 지혜
  • |
  • 2019-04-01 출간
  • |
  • 116페이지
  • |
  • 130 X 225 mm
  • |
  • ISBN 97911572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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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앞에서 보았듯이 최명률 시인은 식물의 이미지로부터 사람을 기계화하고 도구화하는 현대문명의 삶과는 다른 대안적 삶을 찾아내었다. 식물의 속성으로부터 기계가 아닌 사람다운 삶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일련의 시편들에서 봄에 피는 꽃을 통해 민중의 집단적인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삼동의 그물망을 뚫고 나”와 자신을 펼치기 시작하는 봄의 모습을 “거리마다 대지마다/주체할 수 없이 뛰쳐나온 시위꾼들”( 봄의 넉살 )이라고 표현한다. 이 ‘시위꾼들’은 초봄에 피는 꽃을 비유하는 것일 텐데, 반대로 대지와 거리에 피는 초봄의 꽃들이 시위꾼들의 생명력을 비유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를 움츠려들게 하는 겨울의 압제를 이겨내기 위해 제 생명을 세상에 펼쳐내는 존재, 그것은 초봄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이자 겨울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위꾼들이다.
이 시위꾼들의 모습은 장엄하지 않다. 초봄에 피는 꽃들처럼 작고 환하며 웃는 모습이다. 시위꾼들의 함성은 “까르르 터져 나”오는 “섭리의 함성”이다. 민중의 집단적인 힘은 이러한 명랑함을 제 속성으로 가지고 있는 것, 시위꾼들의 함성은 생명력의 자기 발현이기 때문에 기쁨의 정동을 동반한다. 그러나 비극을 드러내는 꽃도 있다. 5월에 피는 찔레꽃은 80년 5월 금남로에 울린 피의 함성과 죽음을 연상시킨다.( 찔레꽃 함성 ) 하지만 그 꽃 역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어떤 “복욱한 향기”(같은 시)를 그 ‘찔레꽃 함성’은 세상에 퍼뜨리는 것이다. 이 향기야말로, 비록 진압되었지만 여전히 대기에 남아 세상을 움직이는 민중의 아름다운 힘을 표현한다. 그 아름다운 힘은 사랑의 힘이다. 사랑이야말로 생명을 북돋고 확산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바, 역시 5월에 피는 붉은 꽃인 ‘철쭉’은, 아래의 시에 의하면 바로 봄의 생명력, 그 사랑의 미칠 듯한 힘을 상징한다.

자,
여기
봄, 일어선다
동토를 뚫는다,
숙수그레한 맹아들
화란 춘성을 쌓는다,
다물다물 아지랑이들
오월 초입에 들자마자
화르르 밑불 달아오르고

꽃샘잎샘 툭툭 분지르며
소용돌이치는 홍염들이여
지칠 줄 모르고 꽃샘 사르는
벌건 접낫 같은 몸뚱아리여
그대 얼마를 더 살라버려야
그 광기가 수그러들겠는가
천방지방으로 뛰어 다니며
온산을 붉게 물들이다가
한세상 못 다한 사랑
목청껏 쏟아내다가
스스로의 무게로
함지에 갈앉은
노을

- 철쭉제 전문

이 시는 “동토를 뚫는” 봄의 생명력이 결국 저 봄의 절정인 철쭉을 피어내고는 그 철쭉이 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이와 함께 시인은 이파리의 시각적 형상까지 실제로 그래픽하게 그려냈다.) “다물다물 아지랑이들”이 “오월 초입에 들자마자” 무리지어 피어나는 철쭉으로 변모하고, 그 철쭉의 기세는 “소용돌이치는 홍염들”처럼 거세다. 온 세상을 살라버리며 붉게 물들이는 기세에 대해 시인은 광기라고도 표현하는 바, 이는 사랑으로 피어오르는 생명력의 극한이라고 하겠다. 사랑이야말로 생명이 자기 힘을 다하는 가장 뜨거운 열정인 것이다. 오월의 봄은 “한세상 못 다한 사랑”을 이번에야 하겠다는 듯이 철쭉을 “목청껏 쏟아내”는 것, 이 철쭉의 모습에서도 찔레꽃 함성 에서 보았던 80년 5월 광주를 연상하는 것은 나뿐일까 최명률 시인의 비유 체계에서 볼 때 그러한 연상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 민중의 봉기는 억눌린 생명의 힘, 결국은 사랑하고자 하는 힘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듯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허나 위의 시가 80년 광주의 5월을 ‘철쭉제’로 비유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철쭉이 핀 모습이 80년 5월 광주를 비유한다고도 할 수 있다. 즉 5월이 펼쳐낸 붉은 ‘철죽제’에서 80년 5월 광주의 재현을 시인이 읽어낸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재현은 결국 끝이 날 것이다. 철쭉도 시간이 지나면 지기 때문이다. 철쭉 역시 결국 “스스로의 무게로” 노을처럼 가라앉는다. 민중의 사랑이 미치도록 아름답게 피어난 후 가라앉는 시간이 오는 것. 이 시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 것인가 일상의 시간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시인은 이들의 모습을 몇몇 시편들에서 보여주는 바, 이때는 상징적인 비유를 구축하기보다는 리얼한 묘사를 통해 그 모습을 조명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라는 시는 일상을 관찰하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 시에서 “내 고향 해남에 내려갈 때” 설렘의 마음으로 자신이 하는 행동을 나열하고 있는 바,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세상만사 둥글둥글 돌아봅니다/정말이지정말이지 할 일 없이/오가는 표정들 죄다 읽어 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시의 특색은 시인이 비록 관찰자의 입장에 있지만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앞에서 본 질경이나 선인장, 그리고 봄에 피는 꽃들에 대한 시는 대상과 거리를 두고 놀라움을 동반한 어떤 발견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시인은 고향에 간다는 들뜬 마음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둥글둥글’ 돌아보면서 ‘할 일 없이’ 읽어보고 있다. 아래의 시 경우에는 관찰하는 대상에 섞여 시인 자신이 흥겨운 마음이 되고 있는 바, 묘사 대상과 시인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진다.

장날은 새벽을 열어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만국기 펄럭이듯 소음들로 흥성거린다
좌판 위 생선들은 와불처럼 누워 먼저 팔려간 제 붙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더러 지탱할 뿌리와 기댈 가지조차 없는 청과물들은 뿌리 가지 뽑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우시장 한 쪽에서는 차력사가 호각을 불 듯 가쁜 숨을 내뿜으며 타오르는 불꽃에 희망의 기름을 끼얹는다
훅, 벌건 불꽃 잎들이 사방으로 날아가자 흩어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유리병 속에 갇혀 있는 술 취한 뱀들도 이내 관심을 끌어보려고 정지된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아낙들은 종일 장바닥을 쓸고 다니며 싱싱한 물건을 내놓아라, 또 다른 성기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파장이 되자 종일 바쁘게 돌아다닌 소음들도 즐거운 신 새벽을 만나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 든다
- 즐거운 소음 전문

‘즐거운 소음’이라는 시 제목은 소음이 즐겁다는 의미와 함께 시인 역시 즐겁다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시인의 즐거움은 흥겹게 풀려가는 리듬으로도 나타난다. 그 리듬은 소음으로 가득한 장날의 흥겨움을 표현한다.(시인은 펄럭이는 만국기의 모습을 통해 그 ‘흥성거’리는 소음의 리듬을 절묘하게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기도 하다.) 장날 좌판에 올라간 먹거리들은 사람처럼 살아 있다. “제 붙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생선들, “뿌리 가지 뽑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청과물들…. 뱀술 속의 뱀도 자기를 봐달라고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지 않은가. 장날 시장의 모든 것들은 제각각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공존한다. 인간은 어떠한가. 이곳의 인간들은 장날의 북적이는 생명력의 발현에 직결되어 있는 모습이다. 차력사는 불꽃을 내뿜으며 생명력을 현현하고 있으며 아낙들은 노골적으로 “싱싱한 성기”같은 “싱싱한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구지가 에서처럼 “구워 먹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생명으로 흥청거리는 장소에서 시인 역시 들림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인데, 저 장날의 시장에서 공존하는 모든 것들이 생명의 소음으로 연결되듯이 시인 역시 시장 속에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저 대상들과 연결된다. 그는 저 장날이 보여주는 광경에서 떨어져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 저 생명의 축제에 동참하면서 눈에 띄는 대상들에 대해 흥겹게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의 표제작인 바람의 옷깃 의 심오하고 철학적인 진술은 장날의 시장에서 겪었던 흥겨운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저렇게 세계에 섞이는 경험은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이 둘이 아니라는, 즉 불이(不二)라는 불교적 깨달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아닐진대

그것은 경이로운 것

단단한 보습으로 파낼 수 없는

날카로운 환도로도 자를 수 없는

아, 불이(不二)의 운명
- 바람의 옷깃 전문

최명률 시인이 위의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의미를 위의 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바람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 바람이 지나가면서 시인의 몸과 맞닿은 ‘바람의 옷깃’은 “파낼 수 없”고 “자를 수 없는” ‘불이의 운명’을 시인으로 하여금 깨닫게 만든다. 그 운명은 시인에게 ‘경이’를 가져다주는 바, 모든 존재자들이 운명적으로 둘이 아니라는 진리는 경이롭다. 이러한 경이로운 깨달음은 그냥 얻어질 수 없다. 만물에 대해 마음을 쏟고 세심하게 바라보며 그 만물의 생명력이 펼치는 장 속에 자신을 놓을 수 있을 때, 만물 하나하나의 생명이 모두 자신의 생명과 공존하고 있으며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진리 위에서 최명률 시인의 길은 다시 열릴 터, 그가 그 길을 앞으로 어떻게 걸어 나갈지 궁금하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직선의 몰락 12
원의 굴레 14
평행선의 고백 15
폐차장에서 16
울돌목 별곡 18
카리스마 20
기둥선인장 22
질경이 23
투망 25
계주 관계 26
고로쇠나무 1 28
고로쇠나무 2 29
구강포 연가 30
어머니의 바다 32
초암산방草庵山房의 노래 33

2부

복두쟁이가 36
신 수궁가 38
아궁이 40
만화경 41
우문현답 43
반전 44
몰래카메라 46
두꺼비에게 47
생수 48
만성리 해변 50
고패에 걸린 장끼 51
철없는 독백 52
쥐라기 공원 2 53
도무지 54
보리밥 철학 55

3부

송광사 해우소 58
바람의 옷깃 59
인연 60
개금 알 61
고인돌 62
만월 64
봄의 넉살 65
철쭉제 66
찔레꽃 함성 67
사춘기 68
천관산 으악새 69
굴목재 71
대숲 아래서 72
미라가 된 겨울 73
청춘에게 75

4부

사리원 역에서 78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80
겨울 남광주역 81
즐거운 소음 82
충장로, 밤 깊은 83
석모도 밀물 84
칠산도 썰물 85
광암터 설화 86
삼학도 87
꽃무릇 당신 88
능소화 질 무렵 89
가을에게 91
금강산 엘레지 92
인간 새 93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 95

해설만물의 생명력과 불이의 운명이성혁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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